
이 책은 먼지냄새 가득하다.
실제로 그렇다는 게 아니고, 금속활자로 한글자 한글자 이름 쓴 표지와 종이의 질감이
서고의 잊고지내던 책을 새삼 발견해 종이의 세월을 느낄 때의 기분을 전해준다.
제 1장에 들어가기 앞서 도올 선생님의 글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 도
두번 세번 꼭꼭 읽기를 당부한다. 철학적이고 어려운 내용이지만 이 글 안에
책에서 묻고있는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의 답을 생각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에 실려있는 많은 디자인 중에 가장 되살려 보고 싶은 것은 단연 보자기이다.
보자기는 포용한다. 옛날 보자기가 품고 있는 따듯한 정을 다시금 깨달아,
주변 사람들을 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하고 싶다.
내 주위에 '오래된 디자인'을 하나 꼽자면 신용카드 디자인이다.
카드 모양에서 공통점은 '황금비의 직사각형 형태, 약간 모서리가 둥금, 뒷면에 마그네틱 선이 있다.' 정도일 것이다.
아름다운 직사각형 이지만 그 안에, 그리고 그 위에(외관 디자인) 무서운 등급을 메길 수 있다.
카드는 단순히 직사각형 플라스틱이 아니다.
84쪽에 문장,
'현대사회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과잉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캘리그래피든, 타이포그래피든,
디자인이든 그 생명력과 지속 가능성은 과잉이 제거된
평범하고 꾸밈없고, 삶의 가치를 고양시키기 위한 순수함과 치열함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과잉, 과잉, 과잉.
현대 사회는 차고 넘치는데 부족하다. 부족함에 끝이 없다.
뭐가 부족한지도 모르는데 넘치게만 만든다.
넘치는 것은 병을 불러온다.
넘치는 것은 부족함을 만든다.
많이 갖고있을수록 스스로 부족해진다.
문득 동양 철학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