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세상을 디자인하다 - 청소년이 만드는 28가지 행복한 변화
바바라 A. 루이스 지음, 정연진 옮김 / 소금창고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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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와 넷우익의 약자를 향한 차별

얼마전 한국의 일베와 일본의 넷우익을 비교하는 기사를 보았다. 이 현상이 정확히 어떤 건지,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일베의 주요 구성원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란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동시에 그들이 스스로를 약자로 생각하든 아니든,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차별하고 적의심을 품고 있다는 사실 역시 지울 수 없다. 비교적 어린 나이라고 할 수 있는 그 구성원들이 공격적으로 약자들에게 퍼붓는 화풀이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인간의 선한 감성을 길러내지 못하는 환경 

청소년이 우리의 미래라는 말은,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지만 동시에 미래를 위해 현재를 유예하는 수단으로도 작용한다. 이 땅의 청소년 대부분은 대입을 최종 목표로 두고 그 외의 활동과 생각은 한없이 미뤄야 하는 게 다반사다. 그 사이 주변과의 유대감을 형성하기보다 살인적인 경쟁에 휘말리면서 인간의 선한 감성을 길러내는 경험은 거의 겪어 보질 못한다. 사회적 약자들은 보호하고 연대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더 쉽게 밟을 수 있는 손쉬운 경쟁 상대에 불과하다고 여기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미래는 현재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선한 감성을 길러내는 수많은 경험들이 이 책에 있다. 인간이 선하게 태어나는지 악하게 태어나는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이 담고 있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사례를 보면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과 약자를 향한 배려, 차별에 대한 분노는 아주 자연스러워 보인다. (고맙게도 책에는 거창하고 복잡한 사례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일까지 잘 담겨 있다.) 그 자연스러운 감정을 키워낼 수 있는 환경, 경험, 방법이 있는 사회와 지금의 한국 사회. 그 차이가 일베 현상이 나타난 원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선한 감성의 씨앗을 지금 여기에 심는 방법, 세상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청소년들의 지금 모습이 진정한 우리의 미래다.


죽은 원조를 넘어

<죽은 원조>를 쓴 아프리카 경제학자 담비사 모요는 선진국에서 연례행사처럼 열리는 원조가 오히려 아프리카를 죽음의 대륙으로 만든 장본인이라 말한다. 아프리카가 에이즈 천국이라는 오해에는 에이즈일 경우에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현실 때문에 감기조차 에이즈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 때문이라는 다큐도 있다. 해당 지역의 조건을 고려해 지속가능한 기술을 보급해야 한다는 적정기술이 주목받는 이유 역시, 무분별한 원조의 병폐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현실에서는 이 책도 충분하겠지만 앞으로는 죽은 원조도 넘어설 수 있도록 더 많고 깊은 흐름이 생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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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 까닭에 - 21년차 인권활동가 12년차 식당 노동자 불혹을 넘긴 은숙씨를 선동한 그이들의 낮은 외침
류은숙 지음 / 낮은산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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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의 책 중에 좀 색다른 결이다. 눈물에 기대지 않고 현장을 고발하거나 타인에게 강요하지도 않으면서, 마치 구도자처럼 뚜벅뚜벅 걸어온 인권활동가의 삶을 풀어놓는다. 힘주어 걸어온 삶이 단단하다. 저자가 불혹이라니 앞으로는 단단하게 다진 지반 위에서 웃고 떠들며 춤추고 노래하는 활동이 되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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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ㄱㄴㄷ - 꽃이랑 소리로 배우는 자연이 키우는 아이 1
노정임 글, 안경자 그림, 바람하늘지기 기획 / 웃는돌고래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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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배기 아이가 요즘 혼자 책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읽어 준 내용을 기억하고는 그림을 보며 혼자서 중얼거리기도 한다.
드디어 엄마 아빠에게도 자유가 생기나 싶었다.
하루는 아빠도 책 한 권, 엄마도 책 한 권, 딸아이도 책 한 권씩 각자 책을 읽자며 책상에 앉았다.
잠시 책을 보던 녀석이 책을 슬슬 밀면서 옆자리에 와 치댄다.
왜 그러냐고 짐짓 물어 보니 눈을 내리 깔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글자를 모르는데...'
빙긋 웃으며 글자를 배우고 싶냐니 그러고 싶단다.
때마침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한글 벽그림을 벽에 붙여 놓고 책을 펼쳤다.
아직은 그림에 더 눈이 가나 보다.
글을 읽으며 그림이나 단어가 나오면
비슷한 그림과 단어가 나오는 책을 죄다 끌어와 자랑스레 펼쳐 보인다.
지금까지 책을 보고 나면 읽은 책만 치우곤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치워야 할 책이 여러 권 쌓인다. ㅋ
딸아이는 'ㄱ'을 배워 읽어 내기보다
여러 글과 그림에서 'ㄱ'을 찾아내는 모양이다.
이 책에 나오는 선명한 글자와 아름다운 그림이 다른 글자를 잡아 내는 열쇠가 되었다.

1. ㅌ을 읽는데 코끼리 그림을 계속 가져 온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있으니 답답하다며 엘리펀트라고 외쳤다.
어린이집에서 영어를 배우나 본데, ㅌ을 E로 읽었나 보다.

2. 벽그림에 나온 글자를 하나씩 짚으며 무엇인지 물었다.
ㄲ을 가리키니 자신 있게 대답한다.
'쌍둥이 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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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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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네하라 마리와 달리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먹는' 부류의 인간이다. 거창한 뜻이 아니라 그저 온전히 생존을 위해 한끼한끼를 대한다. 입이 천해서 아무거나 잘 먹고 특별한 걸 먹어도 맛을 그다지 알지 못한다. 음식물이 남아도는데도 굶주리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는 맛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잠시 경멸하기도 했다. 슬로푸드의 정신(나중에 좀 찾아보자, 빌어먹을 기억력 ㅜㅜ)을 듣고서는 태도를 좀 바꾸기도 했지만. 겉멋들고 사치스런 식도락이 아니라 거부감도 없고 익히 알려진 바처럼 글솜씨가 뛰어나 술술 읽혔다. 고향에서 뻗어 나온 가장 질긴 끈이, 영혼, 아니 위에 닿아 있다는 말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데카브리스트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74쪽) 주로 귀족 출신의 청년 장교들로 1812년 나폴레옹 전쟁 때 농노 출신의 병졸들 틈에서 지내며 그들의 인간성에 감명을 받는다. 더욱이 프랑스군을 쫓아 들어간 유럽은 러시아보다 훨씬 선진 사회였고, 그들의 인간관계를 보면서 농노제와 전제군주제를 폐지하고 입헌군주제에 바탕을 둔 근대적 국가 건설을 꿈꾸었다.
오웰은 <위건부두>에서 계급의 강이 얼마나 건너기 힘든 것인지 보여 주었다. 인간들의 선한 유대가, 그것도 계급의 벽을 뛰어넘어 존재했다는 사실은 늘 반갑다. 물론 계급이 오웰의 사회나 지금처럼 강력해지기 전의 사실이라 해도.
맛없는 음식을 인내한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글을 키득이며 읽었다. 꼭 하나를 맛보게 해준다면 냉동생선의 대팻밥을 손에 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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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리가다! 아마존
미나미 겐코 지음, 손성애 옮김 / 이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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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민중사>나 여타 인디언에 대한 책을 보면서 과거의 일이라 생각했던 장면들이 자꾸 오버렙된다. 비동시성의 동시성에 슬픈 사례 하나가 추가됐다.  

<아마존의 눈물>과 비교해 텍스트의 힘을 다시 한 번 깨달은 건 유효하다. 물론 다큐를 봤기 때문에 책을 이해하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되었던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찬사를 받은 그 영상이 책 한 챕터만큼의 정보성도, 진정성도, 하물며 현장감조차도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취재팀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현실까지도 알려준다.  

역자는 <아마존의 눈물>이 인디언들의 지혜보다는 불행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걸 아쉬워하지만 난 그들의 시각이 남성적이었다는 게 아쉬웠다. 해서 이 책의 저자가 여성이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책과 영상을 비교하며 넘나드는 즐거움은 보너스. 

 
- 한국의 NGO 활동에서 한비야가 1세대쯤 될 텐데 이후에 우린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아마존 지원이나 후원을 검색해봐도 뾰족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한비야 밖으로 행군할 곳도 널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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