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의 독서 - 김영란의 명작 읽기
김영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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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기를 바라면서도 그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궁금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비평이나, 감상을 적은 에세이도 역시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제각각의 생각이 다르고, 어떤 감상은 내가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 조차 좀 스스로에게 꺼림칙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내가 이 책을 꼭 읽고 말리라 다짐했던 이유는 저자가 한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라는 것, 그리고 책 소개글에 적힌 '일생 내내 자유를 꿈꾸기 힘든 시대를 살았던 그에게 문학은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해주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라는 문장 덕이었다. 한 번 책을 쥔 사람들이 계속해서 책을 읽게 되는 건 책을 쓴 사람들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전혀 다른 존재가 건네는 조용한 위로. 이 일은 오직 독서에서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읽어내려간 책들을 토대로 책 속 인물에 대한 탐구, 그리고 그러한 인물을 만들어낸 작가의 탐구까지 함께 하며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읽고 단순하게 자신의 경험과 비교하는 행위에서 끝나지 않고 여전히 납득되지 않는 부분은 의문을 제시하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부분은 끊임없이 이해하며 저자의 생각과 인물들의 영혼이 끊임없이 부딪친다.

책을 마주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험들이 있다. 단순히 작가를 알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작가의 그 다음 생애까지 궁금해지는 것. 그리고 그런 경험으로 인해 다른 책을 궁금해 하고, 다른 작가를 궁금해 하고, 나아가 나와 같은 독자들을 궁금해하는 것. 그런 경험을 한 번 겪어본 사람들은 아마 영원히 무언가를 읽을 수밖에 없으리라.

저자가 열렬한 독서의 기록으로 본인이 서 있는 자리에 가장 어울리는 생각과 고민을 만들어 냈듯 나역시 많은 사람들이 괴로워 하고, 즐거워도 하면서 끝까지 손에 책을 쥐고 있었으면 한다. 읽는 행위의 결과로 삶에 있어 깔끔한 답을 얻을 수는 없다. 다만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과정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읽는 것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인간과 가장 가까운 것은 쓰고 읽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멈추지 말자, 멈추지 말고 당신 역시 당신만의 역사를 쓰자.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읽어내리고 책을 덮을 때, 그 순간이 이야기의 끝일지는 몰라도 당신의 자리는 거기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다고,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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