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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다섯 가지 알레고리 - 최수철 테마 연작소설집
최수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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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인간이 자기 의지로 벌일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겠어. 태어나는 거, 나이가 드는 거, 사랑에 빠지는 거, 미워하고 증오하는 거, 그게 우리의 의지로 어찌할 수 있는 일이라고? 아니야, 죽음은 조금 특이한 내일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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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홍시뿐이야 - 제12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김설원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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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천사가 주고 갔다."

"천사요?"

"내가 짚신을 만들고 있는데 방문이 열리더라? 누가 들어오나 하고 봤더니, 아, 천사더라고. 날개가 정말 크고 하얗더구나. 얼마나 눈이 부셨는지 모른다."

그 천사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듯, 커다랗고 하얀 날개에 눈이 부신 듯, 할아버지가 손차양을 하면서 마른침을 삼켰다. 

"천사가 뭐라고 해요?"

"한번 하신 약속은 끝까지 지키신다구."

"무슨 약속을 하셨는데요."

"다음에 오면 알려주마."


  168-16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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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묻힌 태양 - 세계문화예술기행 4
최수철 지음 / 학고재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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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 여행한 이집트, 기억이 가물거린다. 당시 여행할 때는 여행 안내서뿐, 이 책은 정작 나중에야 샀다. 그곳을 다시 돌아다니듯 차근차근 읽어본다.

 

나는 919일 오전 여덟 시경에 카이로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시간이 이른 탓인지 공항 청사 안은 거의 비어 있었고, 예기치 못한 희뿌옇고 촉촉한 대기가 나를 맞이했다. 아마도 밤사이에 사막의 모래 속으로 스며든 습기가 아침을 맞아 안개로 피어오르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로 인해 이집트의 첫 인상은 마치 서늘하고 미세한 모래가 공중에 흩뿌려져 있는 듯한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내게 아직 미지의 나라일 뿐이어서 베일에 가려진 듯 막막하게 여겨지는 이집트에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안내 책자나 다른 여행자들이 쓴 글에 따르면, 타흐리르 광장은 온갖 소음과 혼잡이 극에 달해 있어서 그야말로 혼동 그 자체라고 되어 있었다. 그리고 카이로 여행을 즐길 수 있느냐 없느냐는 그 혼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였다. 더욱이 그러한 사정은 이집트 전체를 여행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 것이었다. / --- / 혼잡한 도로에서는 경찰관들이 일일이 손으로 신호등을 조작하고 있었고, 붉은 등이 켜질 때마다 운전자들은 조급하게 경적을 울려대거나 얼굴을 차창 밖으로 내밀고서 경찰관들을 향해 빨리 신호를 바꾸라고 소리치고 있었고, 인도에서는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있었으며, 사람들은 할 일 없이 길 위에 서 있다가 관광객들이 지나가면 영어로 일본어로 소리치듯 말을 걸며 뒤따르고 매달리고 있었다. 한 마디로 그곳은 그저 낯선 미지의 세계만이 아닌, 놀라울 정도로 인간의 삶의 모든 것이 뒤섞여 있는 도가니와도 같은 장소, 삶의 위협을 이겨내기 위해 온갖 안간힘을 쓰는 생존의 공간이었다.’

 

비행기 안에서 읽었던 여행 안내 책자에도, 이집트인들이 이용하는 길가의 음식점에는만약 배짱이 있다면들어가 보라는, 차라리 겁을 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 그때 내 눈에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의 간판이 들어왔다. 나는 나의 비겁함과 소심함을 인정하고서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젊은 층의 남녀로 붐비는 그곳에서 나는 닭고기와 콜라를 사가지고 창가에 앉았다. 왠지 모르게 자꾸 기분이 가라앉는 것을 느끼면서 창 밖을 물끄러미 내다보던 나는 잠시 후에 닭고기 조각을 집어 드는 대신 만년필을 꺼내 냅킨 위에 이렇게 썼다.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의 오그라든 날개.’ 내 심정이 바로 그러했다.’

 

사실, 누구든 사진이나 글로 이집트를 접하면서 이 땅을 사랑하고 동경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고대의 신비를 간직하여 인류의 귀중한 유산으로 자리매김된 경이로운 수많은 유품들과 유적들, 더욱이 사막과 나일 강을 떠올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저항할 수 없는 매혹 속으로 이끌려 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동경의 실체와 만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과 감수해야 하는 여건들은 외국인에게 그리 수월한 것이 아니었다. / 이곳에 도착하여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벌써부터 나는 힘겨워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풀에 지치거나 실망을 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었다. 지구상에 이처럼 분명한 매혹의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크게 축복을 받은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힘을 내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전날 모기 때문에 새벽잠을 설친 탓에, 산책 삼아 모기약을 사러나갔다. 어렵게 분사식 모기약을 구하여, // --- / 자리에 눕자 모기 몇 마리가 머리 위를 날아다녔다. 아까 약방에서 사온 모기약을 뿌려 보았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 그때 작고 새카만 모기 한 마리가 벽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서 집중적으로 약 세례를 가했다. 그러자 모기는 약물에 젖은 날개를 한 번 부르르 떨고는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 모습을 보고서 나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결국 나는 약통을 휴지통에 던져 버리고서 시트로 몸을 감았다.’

 

실제로 나는 무덤에 들어갈 때마다 우선 세부를 살핀 후에 그 앞에 서서 발꿈치를 중심으로 하여 몸을 회전시키는 동시에 시선을 휙 한 바퀴 돌리곤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영화사 초기의 활동사진처럼 그 단순반복적인 그림들이 서로 이어지면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그리하여 비록 대부분 색이 바래고 윤곽이 희미해져 있었지만, 그 그림들은 내게 영상을 구성하는 짧은 컷들처럼 보이게 되었다. 그것은 현실의 단편적인 장면들이 만들어 내는 파노라마였으며, 우리의 의식 속에 들어 있는 현실 그 자체의 모습이기도 했다. 나는 그 그림들에서 죽은자의 기억 속에 살아 있던 삶의 순간들, 그가 저승에서 영위하고 싶었을 새로운 삶의 순간들을 볼 수 있었다.’

 

모래와 돌뿐인 언덕에서 푸른 강과 그 주변의 초록빛 숲을 바라보며 걷자니 누군가가 나일 강을 사막에 드리워진 푸른 리본에 비유했던 것이 생각났다. 색채의 대비 효과에 민감한 어느 화가가 절묘하게 그려놓은 듯한 그 풍경 위로 햇살이 내리고 있었고, 내 시선은 그 햇살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모든 여행객들은 이제 겨우 익숙해질 만하니 떠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애초에 모든 여행이 그러한 법이고, 굳이 그런 말을 입에 담는 것은 감상적인 심정을 다스려 보기 위함일 뿐이다. 하지만 나 또한 강물에 비친 도시의 불빛을 내려다보면서 갑작스레 감상적이 되어 이번 여행 전체를 돌아보며 후회하고 안타까워하고 그리워했다. / 그러나 나는 이 여행이 내 육신의 벽 속에 들어 있는 태양의 존재를 일깨워주었음을 스스로 인정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육신은 태양의 거처였다. 그들이 사막에 묻은 것은 죽은 자의 육신이 아니라 태양이었다. 그들은 그 태양이 내세에 다시 떠올라 찬연히 빛을 발할 것임을 믿고 있었다. 지금 내가 흘리고 있는 땀은 태양이 사막 속에서 새벽을 기다리며 피워올리는 물안개 같은 것이었다.’

 

당시 이 책을 미리 읽었더라면 현재의 삶과 옛 문명, 그 현실과 낭만 사이의 간극에서 오는 혼돈을 보다 덤덤하게 견뎠을까. 또 여행객과 현지인이라는 각각의 입장 차이에 따른 갈등에서 비롯된 심신의 피로를 보다 지혜롭게 받아들였을까. 그 혹독한 기후에 보다 잘 대처했을까. 잘 모르겠다. 다만 이 책을 미리 읽었더라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지점들이 있는 거로구나, 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적어도 일희일비하는 데에 에너지를 덜 낭비했겠구나, 싶다. 더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고 더 의미 있는 것들을 선택했으리라. 그런 건, , 지금도 할 수 있다. 결코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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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의 꽃 - 2019년 50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최수철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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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매 순간 스스로의 생존을 위하여 외부의 적대적인 힘으로부터 자신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한편 다른 생명체를 공격적으로 섭취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들 하나하나야말로 곧 한 송이 ‘독의 꽃‘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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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들의 춤
최수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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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당한 죽음 / 줄무늬 옷을 입은 남자 / 거제, 포로들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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