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체조대회 - 2022년 행복한 아침독서 추천도서, 2022년 제2회 도깨비 그림책 문학상 본심 선정도서,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이제경 지음 / 문화온도 씨도씨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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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나에게 늘 3인칭이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 할머니 두 분이 모두 돌아셨기 때문에 2인칭으로 할머니를 불러본 적이 없다. 그런데 오늘 출근길에 딸아이가 “학교 끝나고 할머니 집에 가면 돼요?”라고 얘기하는 순간 이 책이 떠올랐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도 이제 할머니라는 사실도...


예쁜 상상력과 빛나는 아이디어로 가득한 이 책의 할머니들에게 주어진 분량(?)은 모두 6페이지이다. 세계 각국의 할머니가 체조대회에 출전하신다. 그러면 출전하신 체조의 종목이 어떤 사물로 변주하고, 그것이 할머니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이어진다. 그 3단계가 주어진 분량 안에서 모든 할머니들에게 공평하게 배분되었다.


3단계의 마지막이 할머니들이 이루지 못한 꿈이 아니라 가장 치열했던 젊은 시절 노동의 현장에 대한 회상이어서 좋았다. 물론 노동자로 살았던 할머니들의 과거가 이 책의 예쁜 색과 그림만큼 아름답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 시절 여성으로 감내해야 했던 차별과 억압 고달픔들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작가가 선택한 장면들만으로도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할머니’라는 단어를 재정의하고 싶어하는 책처럼 보였다. 노인이라는 단어에 겹겹이 붙어 있는 수많은 편견들을 걷어내고 고통의 세월 속에서도 빛나는 순간 하나를 발견해 낼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사람으로 ‘할머니’를 부르고 싶었던 것 같다. 작가의 그 마음이 체조 대회장으로 입장하는 할머니의 걸음걸이에서 느껴졌다.


이제는 할머니가 되신 우리 어머니께 이 책의 분량을 드린다면 어떤 종목이 좋을지, 두 번째와 세 번째에는 어떤 이야기를 넣어야 할 지가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자리를 마련해서 충분히 얘기를 들어야만 가능할 것 같은데, 얘기를 듣고서도 적절한 종목과 색, 어울리는 마무리를 결정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이 책을 위해 작가님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고 시간들 들여야 했을지 짐작이 된다.     


이 책의 발간이 작가의 오랜 꿈의 실현이라고 전해들었다. 나중에 작가님을 만나게 된다면 여쭤보고 싶다. 작가님의 세 번째는 어떤 장면을 넣고 싶고, 어떤 종목으로 출전하고 싶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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