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즐겨 읽기를 좋아하지만 아직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한 아이들이고 반복해도 빛나지 않는 살림이라 책 읽을 시간이 넉넉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서로 주고 받으며 잘 놀거나 각자 놀 때, 밥하다가 잠시 여유가 나면 책을 펴보곤 합니다.그런 엄마의 모습을 봐서인지 다르건 몰라도 책은 열심히 읽어주었던 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와서 인지 책 보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걱정이 생겼지요. 초등학교 입학을 6개월 앞두고 시작한 한글 공부는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책을 읽어 달라는 둘째에게 설겆이 하는 엄마대신 읽어 달라 부탁해서 들어보면 띄어 읽기도 힘들어 하고 읽으면서 내용 이해를 전혀 못하고 있구나 느껴졌지요. 아이가 읽기 독립을 하더라도 열서너살 될때 까지 읽어줘야지. 그러고 싶다. 마음을 먹었지만 읽기 독립을 얼른 해야할텐데, 어떻게 해야하나 조급해졌습니다. 책장을 열어보며 이내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즐겁게 꾸준히 읽는다면 아이의 읽기는 자란다는 말은 지금 처럼 하면 되겠구나. 역시나 아이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구나 새삼 느꼈습니다.작은 엉덩이를 밀고 양반다리 한 저에게 앉거나 턱밑을 간지럽히는 아이의 머리카락, 자꾸만 코를 파묻어 맡게 되는 아가의 머릿내. 충만하고 사랑스러운 시간이기도 하지만 끝을 모르고 책을 날라오거나 “또,또 읽어주세요” 반복하거나, 체력이 모두 떨어진 날 책읽기는 버겁기도 합니다. 평생 읽어 달라는 아이 없다는 말에 아이들과 체온을 나누며 책을 읽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소중해집니다. 아이가 방학식을 하고 온 날. 해야할 과제를 살펴보는 일은 옛날 방학식 날이 생각나면서 제가 신이 났습니다. 함께 있으면 다투기도 하고 재밌게 해주는 것도 없지만 어쩐지 저는 아직 아이가 학교 가는 날 보다 집에 함께 있는 날이 더 좋습니다. 여전히 방학 과제중에 ‘일기쓰기’가 있더군요. 매일 써야해서 개학 다가오는 날 생각도 나지 않는 날씨를 떠올리며 언니와 밀린 일기를 썼는데 아이는 일주일에 두번 이상 쓰는 과제입니다. 지금까지 여덟번 정도 그림과 함께 일기를 썼는데 맞춤법, 띄어쓰기, 글씨모양을 갖고 아이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했습니다. 숙제가 아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 싶습니다. 이 책을 통해 괜찮은 방법 같아 해보는 것이 몇가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아이가 며칠 전부터 제일 좋아하는 고양이 인형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입니다. 엄마에게 읽어주면 또 지적을 받을까 얼어 붙어 읽게 되는데 고양이 인형은 가만히 들어주니 마음편히 읽을 수 있습니다. 아이도 제법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글쓰기도 처음부터 잘 할 수 없듯이 일상속에서 무엇이든 손을 움직여 써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장보기 메모는 아이 몫이 었는데 서툴게 쓴 큼직한 글자와 소리나는 대로 틀리게 쓴 단어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납니다. 오늘 만들 반찬에 필요한 재료 메모하기를 부탁하거나 이따금 아이에게 건네는 쪽지를 더 자주 써서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알려주고 그러는 사이 저도 함께 배울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고 저도 궁금한 책들이 정말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많은 책들을 모두 볼 수 없기에 책 속에 테마에 맞게 소개해주신 책들은 참 반갑고 고마운 것입니다. 욕심내지 않고 조금 뒤에서 떨어져 내 아이를 믿으며 아이 걸음을 따라 가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