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곱게 늙기
송차선 지음 / 샘터사 / 2018년 7월
평점 :
달마다 선배 시민(어르신)을 만나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마을 반상회를 세 번째 개최하면서 다양한 연령층의 주민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취업 준비와 경제활동으로 바쁜 청년층 세대보다는 가사 주부 활동을 하시거나 주간에 노년기를 보내시는 어른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 현상입니다. (더 많은 세대가 만날 수 있도록 저녁 시간대 반상회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인생 선배들과 마주할 자리가 점차 늘어나면서 세대 간의 이해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곱게 늙기'라는 책은 더 필요성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비 가톨릭 신자, 책을 통해 신부의 이야기를 듣다.
종교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성직자를 만날 기회가 우리 사회에서는 흔치 않습니다. 흔치 않을뿐더러 이제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타 종교 성직자를 만나고 교류하는 것 또한 흔치 않은 경험입니다. 오히려 먹고사는 것이 너무나 중요한 시대적 분위기 가운데 "종교와 신앙이 밥 먹여주냐"라는 문의 가운데 성직자를 만나야 할 필요에 대한 물음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불경기 가운데 사주카페나 점집과 인기가 더 많을지 모르지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가톨릭 신부님의 저서를 통해 다른 세상, 다른 환경의 다른 생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제가 의미 있었습니다. 종교계 구석구석에서 사회적 물의를 빚어 시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와중에도 종교의 본질, 근본적인 가르침은 올곧게 서있기 때문입니다. 가톨릭의 경우에도 사회참여, 개혁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은 인정하고 높이 살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대, 적은 사례비만 갖고 생활하는 일반 신부님의 삶은 주목해볼 만도 합니다.
이런 배경 가운데 신부라는 직업을 가진 분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저술활동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목사님과는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품게 하였습니다. 신부님 가운데는 차동엽 신부님의 저서를 이전에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을 기회로 송차선 신부님이라는 한 분을 더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곱게 늙기, 제게는 인생 수양 지침서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번 책은 3~4시간이라는 연속된 시간 동안 다 읽어 볼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지식보다는 알고 있던 지식을 다시 한 번 끄집어 내고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 많았습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 비료를 새로 뿌리기보다는 땅을 갈아엎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새롭지 않은 내용 이미 인생의 많은 과정을 겪어왔을 어르신들께 신부님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해질지 궁금했습니다. 그분들에게도 이 책의 내용이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닐 테니 말이지요.
제게는 마음을 비우는 것, 그래서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 것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생활적인 측면에서는 '왜 땀이 나 눈에 보이는 이물질을 흘리지 않았을 때에도 속옷을 자주 갈아입어야 하는지'와 '더러워 보이지 않는 이불을 자주 빨아야 하는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것 가운데 역시나 중요한 것은 실천이었습니다. 신부님이 적어 놓으신 글의 내용도 죄다 실천이 필요한 내용이었습니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제가 지금부터 실천하면 좋을 내용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저보다 나이 드신 분들에게 소개해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분들에게 이 책이 어떤 인상을 남겼는지도 물어볼 생각입니다. 마음이 아픈 것은 이 책에서 말하는 교양, 삶의 질을 생각할 수 없는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이 떠올랐다는 점입니다. 소액의 노령연금으로 힘들게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에게 과연 이 책이 어떻게 느껴질지, 생계문제가 당장 시급한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메시지도 송차선 신부님께 듣고 싶은 마음이 아쉬움 가운데 남아, 다른 책이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분들을 위해 어떤 일말의 노력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시간을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떠올려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