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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잘 풀리는 철학적 사고술 - 니체가 알려주는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법 ㅣ 아우름 28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7년 12월
평점 :
처음 앉은 그 자리에서 단번에 책 한 권 읽기 쉽지 않은 오늘날.
출판사 '샘터'의 추천을 받아 독서할 수 있는 기회와 의무를 얻었습니다. 독서를 좋아하고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책의 경우 한 장 한 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는 것을 느꼈습니다. 만화책이 아니더라도 대게 술술 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이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두께와 반비례하여 책을 읽는데 몇 차례 나누어 읽게 되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를 붙이고 싶었지만 책의 내용이 '철학'을 다루는 만큼 페이지의 무게도 가볍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이런 독자의 후기를 예상했던 것일까요? 저자 또한 책을 읽는 방법으로 빨 리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 읽어 볼 것을 권하였습니다.
철학은 '삶'에 대해 말하는 학문, 철학 책이 어찌 가벼울 수만 있을까?
우리는 명쾌한 해설을 부여하는 학자를 뛰어나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뛰어난 사람의 삶이 명쾌하지만 않습니다. 그들의 삶조차 치열하며 거칠 때가 많았습니다. 돌아보니 아름답고, 지나보니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도 잊을 수 없을 만큼 깊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 책은 '니체'의 사상을 기반으로 하여 여러 종교, 학문, 현상의 사례와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소개합니다. 이 책의 내용을 저는 니체보다는 저자의 사상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는 니체를 이해하고 인용했다고 하나 결국 저자의 태도와 삶으로 써진 책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현미처럼 곱씹게 만드는 내용, 이해하지 못하는 구석도 있을 수 있어.
저자가 이 책을 빨리 읽지 말라고 권한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저자의 의도, 니체의 생각을 보다 정확하게 헤아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였을 것입니다. 이제는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를 자신의 자랑처럼 여기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저는 읽은 책 가운데 많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읽을 당시에 느꼈던 감응 정도만 기억한다고 할까요? 보존되지 못한 기억의 파편은 몸과 마음 여기저기에 남아 신체와 정신과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잘못된 책을 읽는다면, 책을 잘 못 읽는 고스란히 나의 삶에 이상 현상을 일으킬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책의 내용을 곰곰이 생각하게 내가 받아들 일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야 합니다. 잘게 만들어 자신이 소화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책의 내용을 담는 소제목만 보더라도 살면서 처음 듣는 내용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러한 가치들을 지키며 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이 책이 말하는 것은 실존하여 '나'로서 살기. 혹시 그것이 '초인'일까?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서 바로 '니체'에 대해 검색해봅니다. 24살에 대학교수로 임용된 천재처럼 여겨지는 인물, 그러나 결국 천부적 사고술은 그를 정신이상자로 생을 마감하게 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뛰어난 철학자로 후세에게 추앙받고 있습니다. "미쳐 죽더라도 명예로울 수 있다면 그러한 삶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과연 얼마나 많이 응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설령 그의 삶을 따라 간다하더라도 그건은 니체가 원하는 삶이 아닐 것입니다. 책 속에서 전해지는 니체의 메시지는 스스로 운명 앞에 서는 삶을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인터넷에서 니체를 검색하면 '초인'이라는 단어와 함께 나오는데 막상 그 '초인'에 대한 해석은 분명하지 못합니다. 수퍼맨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더군요. 그렇다면 이육사 시인의 '광야'에서처럼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과 같은 것일까요? 그렇지도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제가 이해한 '초인'은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삶, 말처럼 쉽지 않은 현실.
결국 인생이 잘풀리는 철학적 사고술은 나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사는 법이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거역하고 사는 삶, 홀로 사는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세상, 문명과 사회 속에 살면서 내면의 가치를 잃지 않고 사는 삶을 말합니다.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삶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주관이라고 생각하는 것 조차 누군가의 틀 안에 갖힌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돌아보며 깨닫는 것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로지 대세에 편승하고 유행을 쫓으며 나를 맡겨 버리는 삶이 편할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흐르는 강물을 거스르는 연어처럼 살 것을 말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생각보다 마음 속이 부대낄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가치가 갈등과 마찰을 일으킬 것입니다. 불편한 통증 속에서 당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그것이 자신이라고 수용하며 세상 앞으로 나아갈 때 마주할 수 있는 '초인'을 우리가 함께 마주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