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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현상의 기원 - 한국 개신교 극우주의에 관하여
배덕만 지음 / 뜰힘 / 2025년 7월
평점 :
특정 인물이 자신의 전문 분야를 넘어 널리 알려졌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는 방증이다. ‘전광훈’이라는 이름은 이미 개신교 안팎에서 익숙하다. 만약 그가 선행과 모범으로 유명해졌다면 반가운 일일 테지만, 그의 이름에는 우려와 탄식이 함께 따라붙는다.
배덕만 교수가 전광훈이라는 ‘현상’을 주목해 한 권의 책으로 풀어낸 것은 단지 개신교인만을 위한 작업이 아니었을 것이다. 전광훈이라는 인물이 미친 영향은 이미 한국 사회 전반에까지 뻗어 있으며, 이 책이 일반 시민에게도 유효한 이유다.
전광훈으로 상징되는 극우주의는 어느 날 갑자기 출현한 것이 아니다. 저자는 이 현상이 한국 현대사의 궤적 속에서 분단과 냉전, 이데올로기의 역사를 따라 형성되어 왔음을 짚어낸다. 책은 특히, 한국 정치사와 함께 성장해온 개신교의 어두운 면을 정직하게 담아낸다.
이 책의 내용은 개신교계와 개교회가 마주하기를 꺼려온 불편한 진실들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드러나는 개신교의 모습은, 교인 스스로가 이러한 사실들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하려 하지 않을 때 형성된 결과다.
이러한 개신교의 현실은, 목회자의 설교와 교회 리더십 안에서 신자 개개인이 주체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했던 과거의 한계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개신교인들은 자신이 속한 종교와 신앙을 스스로 성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조건 위에 있다. 이제는 한국 개신교와 그 공동체가 과거와 마주할 용기를 낼 것인가 하는 자기 결정의 순간이 이 책 앞에 다시 놓여 있다.
극단으로 흐르는 극우주의를 ‘나와 상관없는 일’로 외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사실과 마주하려는 실천이 교단 내부를 넘어 사회 전체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자랑하려 했던 것들의 이면에 놓인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첫걸음은, 바로 ‘사실을 알려고 하는 노력’이며, 그 출발점에서 이 책은 유의미한 첫 단추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