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 현대인과 기독교의 만남을 위하여
손봉호 지음 / 샘터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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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스치듯 뵈었던 것 같은 손봉호 교수님은 그 인상이 잘 잊히지 않는다. 

그분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어떤 것이었는지도, 그 프로그램에서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인상은 기억하고 있다. 마치 21세기 간달프 선생과 같은 느낌이랄까?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 내게 어쩌다 한 부의 신문을 우연히 훑어볼 수 있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다. 그 신문이 내 것이 되면 과감히 관심이 있는 기사를 뜯어 스크랩하고, 내 것이 아니라면 사진을 찍어 둔다. 

2017년에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으로 교회 관련 소식이 많이 보도되었고, 우연히 내가 보게 된 신문에서 손봉호 교수님의 인터뷰가 실렸다. 돈을 섬기는 교회에 일침을 놓으시는 교수님의 발언에 많은 공감을 느꼈다.

그리고 1년 뒤 한국교회는 또다시 돈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세상에 이목을 집중 받는 모습이 자주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가운데 손봉호 교수님의 저서를 만난다.

신간인 줄 알았는데, 재발간. 재발간 하지 않았으면 이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을 것.

책 소개를 보고 당연히 신간이려니 했다. 하지만, 서문을 읽어보니 이미 한참 전에 세상에 나온 책이었다. 이번에 다시 발간된 책으로 처음 접해보니 일부 내용은 보다 현대화된 소재를 넣었다. 

요즘 시대 교회의 문제, 사회의 문제를 소개했다. 내용 전체를 바꾸지 않는 선에서 자료를 보충하여 이해를 도울 수 있었겠구나 싶었다.

책에서는 과학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이 많이 나타나있다. 그 모습에서는 과학이 주는 편리함이 행복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대 사회에서 기독교를 믿기 힘든 이유 등을 다루기도 한다. 유사한 질문은 이 책을 읽기 전부터 함께 해왔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직면하게 되었다. 

워낙 많은 내용, 지식들이 한 권의 책에 담겨있기 때문에 읽는 사람에 따라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나는 도대체 얼마나 공부를 하고 연구를 하면 이런 논리를 갖출 수 있을까 싶었다.

한편으로 이 책은 세상이 기독교를 향해 공격한다면 그에 대한 반론의 성격을 가지기도 하는 것 같다. 내용을 떠올려보면 원론적이기도 하다. 그 원론을 삶에서 실천해가는 것이 신앙인의 참 모습일 텐데, 오늘 하루도 그 실천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날마다 날마다 우리는 그 실천 앞에서 시름 시름 앓는다. 믿음이 없으면 감히 실천할 수 없는 그 원론적인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런 내용들이 '나는 누구인가'에서 다루고 있다. 

우리가 피하고 싶었던 것, 잊고 살려 했던 것들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피곤해질 수 있고 힘들어질 수 있고 남들 보다 더 고생, 희생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심 이 책에서 우리가 잘 못한 것들을 더 밝히고 정리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이미 쓰인 내용을 더 바꿀 수 없었기 때문이거나 집필 의도와는 다를 수 있어서인지 그런 내용들은 다루어지지 않았다.

신앙에 대해 궁금하다면, 기독교 신앙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면 '웨스트민스터 교리문답'과 이 책을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별개다. 보고 들은 것과 믿는 것이 별개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리스도인이라는 딱지를 스스로 붙이고 살지만 과연 나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부끄러울 수밖에 없다. 예수님처럼, 성경에 나온 이들처럼 살아가지 못할 때가 너무나 많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그나마 요 근래 조금이라도 더 그리스도인답게 살려고 노력해본다. 여전히 내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결계를 끊어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이 세상에 대해 의구심이 들고, 그나마 지금보다 좀 낫게 살고 싶으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 텐데 그 수많은 노력 가운데 이런 책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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