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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편지 ㅣ 에디션F 11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지음, 곽영미 옮김 / 궁리 / 2021년 8월
평점 :
- 나는 평범한 길을 가려고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 저는 단지 약간의 평화와 독립을 갈망한답니다.
- 제 아이의 성이 예속적이고 억압적인 상태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면 어미로서의 애정과
불안을 넘어선 감정이 올라옵니다.
- 세상을 알면 알수록 문명의 발달을 추적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문명이 축복임을 잘
가늠하지 못한다는 확신이 커집니다.
18세기 한창 인권의 중요성을 외치던 계몽시대에 여성은 남성의 종속물이 아니라 여성도 개인 고유의 이성과 권리를 가진 인간임을 외친 최초의 여성,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요지부동한 세상 속에서 굳건히 여성 권리를 외치는 메리도 폭력적인 남성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남아선호사상과 가부장적인 분위기의 가정,
자신과 어머니, 여자 형제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결혼 후 남편의 폭력과 외도로 불안정한 생활을 겪으며 두 번의 자살시도를 하게 된다.
아픔을 딛고 두 번째 새로운 결혼생활을 유지하려고 고군분투하던 그녀는 두 번째 출산을 하면서 겪게 되는 산고로(산욕열) 38살 이른 나이에 사망한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를 페미니즘 작가라고 한다.
당대의 소외되었던 여성들의 권리를 말하던 그녀였으니 분명 맞는 표현일 것이지만 이 책에서 그녀의 시선은 단지 여성들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자유와 평등, 여성의 해방과 교육, 산업 자본주의와 도시 빈민의 상관성, 사생아 부양에 대한 책임, 교도소 개혁, 사형제도 반대, 프랑스혁명이 유럽 대륙에 끼친 영향, 자연 신학에 대한 이야기 등이 담겨져 있다.
이것은 당대의 소외되었던 사람들을 향한 저자의 논평이다.
뭇 여성들과는 다른 선택들을 해왔고 범상치 않은 행보를 해 온 그녀를 페미니즘 작가로만 표현하기엔 국한적이지 않나 싶다.
독립적이고 진보적인 메리의 성향은 이 책을 통해 더욱 잘 드러난다.
단순히 여행하면서 보고 겪은 것만이 아닌 스칸디나비아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을 면밀히 관찰하여 당대의 현주소를 기록한 여행서이다.
이 책에서 메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시대상은 200년이 넘은 지금에 와서 봐도 맞닿은 부분이 많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먹고 살기 어려웠을 때였고 가부장적인 그 당시 사회 분위기는 자녀들의 교육 특히나 딸의 고등교육 진학보다는 가족의 생계를 위한 취업전선으로 뛰어들어야 했던 때였다고 한다.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했던 어느 라디오의 청취자 사연을 접하며 그 세대 여성들의 착잡하고 씁쓸했을 마음을 공감해하던 시간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시대적인 배경을 좀 더 이해하고 문명의 발달이 큰 축복임을 느끼며 메리 울스턴 크래프트라는 여성을 오롯이 들여다보게 해주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