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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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자 와니니를 너무나 재밌게 읽고 감동받았던 초등 딸아이에게 이현 작가님의 신간도서 출간을 알렸다.
가제본을 보여주니 물개박수를 치며 좋아하길래 책을 읽기 전 제목을 보고 어떤 내용일지 상상하며 생각나는 단어를 열거해 보기로 했다.
하얀 무채색 표지의 <호수의 일> 을 보고 한참 생각하더니 "눈 그리고 겨울 지금처럼 앙상한 나무들이 있고 얼어붙었다가 녹을꺼고 음.. 자기 모습이 비춰진 호수를 바라본다!  우리 집 앞에 있는 호수보면 가족이 함께 운동도 하잖아? 둥글고 사람들이 많다, 또...." 

골똘히 단어를 찾는 아이에게 #청춘, #첫사랑, #성장, #치유 해시태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첫사랑? 호수에 돌이 던져진거네?"하며 뭔가 알겠다는 듯 반달 눈웃음을 지어보인다. 

"딸아? 사랑이 무엇인지 어떤 느낌인지를 아느냐?"
"재밌겠네~~ 내가 내가 먼저 읽어볼께 엄마~"
휘리릭 제 방으로 책을 들고 들어간다.
"다 읽고 느낌 적어보기야. 오케이~?"
매일 한 장씩 적는 독서록
딸아이에게 어떤 생각이 남을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고 나 또한 오랜만에 접하는 청춘의 첫사랑 성장소설에 대한 기대로 책을 펼친다. 

새로 전학 온 은기
숨기고 싶어했던 은기의 과거가 호정이로 인해 친구들 입에 오르내리게 됐다는 오해가 호정이의 마음과 두 친구의 사이를 '얼어붙은 호수'라 표현한다면 어떨까. 

좋은 추억만 있다면 좋겠지만 학교에서 벌어지는 친구들과의 갈등, 이제는 너무나 익숙하리만큼 사회이슈로 듣게되는 가정폭력사건, 내 일이 아니니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것들이 결코 우리가 다 알아서도 아니고 안다고도 할 수 없는 여러 문제들을 작가님의 세심한 문체로 써내려 간 느낌이였다. 

내 안에 도사리고 있던 무언가가 꿈틀거린다. 
정말로, 피부로 느껴진다. 
꿈틀. 그걸 토해 내고 싶기도 하고, 비명이라도 질러 버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나는 더욱 굳게 입을 다문다.   (p.35) 

위태로운 마음의 사춘기 소녀 호정을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어느새 열 일곱 시절.
그때의 나, 고2였던 지난 시간을 떠올려보게 됐다.


돌이킬 수 없으면서 사라지지도 않는 것들이 있다. 사라진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p.131) 

그래.
내게도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있고, 현재도 이 앞으로도 잊혀지지 않을 그때의 사건이 있다.
희미하든 또렷하든 지난 과거는 사라지지 않는다.
첫사랑의 설렘이 어떤건지 내게도 마음 한켠에 두근거리다의 작은 조각이 남아있음을 느끼고 아프다. 

"의사는 내게 우울증이라 했고, 나는 아니라고 했다.  의사는 우울이 곧 슬픔인 것은 아니며, 슬픔이 곧 눈물인 것도 아니라 했다.
우울에는 꽤 여러 얼굴이 있다고, 우울은 오랫동안 은신할수도 있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위장하기도 한다고.  그래서 알아차리기도, 빠져나오기도 어려운 거라고."    (p.300)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지만, 봄이 오는 일은 내가 어쩔수 있는 일이 아니였다.
마음은 호수와 같아.   (p.350) 

심리상담사 공부를 시작한 건 내가 아닌 다른 이의 마음, 내담자의 심리를 파악하고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사춘기 소녀 호정이의 마음과 표현이 마치 꽁꽁 얼어버린 호수같은 느낌이였다가 어느새 잔잔하게 녹아 햇빛과 여러 풍경을 담아내 주변의 것들을 보듬어 내는 한뼘 자란 느낌으로 마무리되지만 뭔가 여운이 남는다.
우울의 원인에서 정상적 우울과 우울장애 페이지를 접했을 때 절대 함부로 단정짓거나 멋대로 규정해서 이야기하면 안된다는 걸 또렷이 상기하며 <호수의 일>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내 안의 여러 자아를 바라보고 마음챙김 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기억을 더듬어 또 한 번 나를 돌아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호수의일 #이현 #창비 #추천도서
#블라인드가제본 #마음이 #흔들리다
#곧 #봄이올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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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편지 에디션F 11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지음, 곽영미 옮김 / 궁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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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평범한 길을 가려고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 저는 단지 약간의 평화와 독립을 갈망한답니다.

- 제 아이의 성이 예속적이고 억압적인 상태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면 어미로서의 애정과

불안을 넘어선 감정이 올라옵니다.

- 세상을 알면 알수록 문명의 발달을 추적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문명이 축복임을 잘

가늠하지 못한다는 확신이 커집니다.

 

18세기 한창 인권의 중요성을 외치던 계몽시대에 여성은 남성의 종속물이 아니라 여성도 개인 고유의 이성과 권리를 가진 인간임을 외친 최초의 여성,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요지부동한 세상 속에서 굳건히 여성 권리를 외치는 메리도 폭력적인 남성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남아선호사상과 가부장적인 분위기의 가정,

자신과 어머니, 여자 형제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결혼 후 남편의 폭력과 외도로 불안정한 생활을 겪으며 두 번의 자살시도를 하게 된다.

아픔을 딛고 두 번째 새로운 결혼생활을 유지하려고 고군분투하던 그녀는 두 번째 출산을 하면서 겪게 되는 산고로(산욕열) 38살 이른 나이에 사망한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를 페미니즘 작가라고 한다.

당대의 소외되었던 여성들의 권리를 말하던 그녀였으니 분명 맞는 표현일 것이지만 이 책에서 그녀의 시선은 단지 여성들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자유와 평등, 여성의 해방과 교육, 산업 자본주의와 도시 빈민의 상관성, 사생아 부양에 대한 책임, 교도소 개혁, 사형제도 반대, 프랑스혁명이 유럽 대륙에 끼친 영향, 자연 신학에 대한 이야기 등이 담겨져 있다.

이것은 당대의 소외되었던 사람들을 향한 저자의 논평이다.

뭇 여성들과는 다른 선택들을 해왔고 범상치 않은 행보를 해 온 그녀를 페미니즘 작가로만 표현하기엔 국한적이지 않나 싶다.

 

독립적이고 진보적인 메리의 성향은 이 책을 통해 더욱 잘 드러난다.

단순히 여행하면서 보고 겪은 것만이 아닌 스칸디나비아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을 면밀히 관찰하여 당대의 현주소를 기록한 여행서이다.

이 책에서 메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시대상은 200년이 넘은 지금에 와서 봐도 맞닿은 부분이 많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먹고 살기 어려웠을 때였고 가부장적인 그 당시 사회 분위기는 자녀들의 교육 특히나 딸의 고등교육 진학보다는 가족의 생계를 위한 취업전선으로 뛰어들어야 했던 때였다고 한다.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했던 어느 라디오의 청취자 사연을 접하며 그 세대 여성들의 착잡하고 씁쓸했을 마음을 공감해하던 시간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시대적인 배경을 좀 더 이해하고 문명의 발달이 큰 축복임을 느끼며 메리 울스턴 크래프트라는 여성을 오롯이 들여다보게 해주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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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데이 블랙
나나 크와메 아제-브레냐 지음, 민은영 옮김 / 엘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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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ism #차별 #혐오에 대항하는 이매뉴얼의 #야수적인 모습이 #BLM운동 영상과 함께 교차되어 그려지는 핀켈스틴의 5

흑인 아이들이 보였고, 정확히 뭐라고 얘기하는지 모르지만 위협적이라 차 트렁크에서 자동톱을 꺼내 도망가는 7살을 포함해 십대 아이들 5명을 죽인 백인 남자.

사랑하는 내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다. . 란 진술과 판결에 부화가 치미는 건 왜일까?

이매뉴얼이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서 듣고 익혀온 흑색도 조절이란 문장은 어쩌면 내가 그렇게 만들게 한 적도 있지 않을까. 나도 편견을 가지고 그들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을 하게 대목이었다.

어쩔수 없이 늘 남을 의식해야만 한다는 이들을 나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온전한 자신을 드러내보이지 못하는 모습이 사는게 아니라 살아내고 있는거란 생각을 한다.

 

유전자 최적선택의 누나와 유전자 자연출생자 벤,

가족내 대화에서 공공연히 성공과 실패로 보여지는 남매를 보며 출생을 장난감 찍어내는 듯한 모습에서 #그로테스크한 인간의 미래 모습을 상상해본다.

흠있는 자연출생자들 속에서 그래도 나는 저들보다 낫다는 우월감을 갖는 벤

#유쾌 접종을 맞아야 불안감과 당당함, 거짓말을 않는 벤

먹거리에서 유전자조작이 문제시 되듯 원하는 모습과 성격, 특징을 가진 아이들을 낳고자 애쓰는 어른들의 정신세계와 차별의 문제점이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닌 듯 하여 씁쓸하다. 그시대

 

흑인에 대한 혐오를 폭력과 살인이라는 경험을 시뮬레이션으로 오락화 해놓은 게임랜드

아이들에게까지도 오픈하겠다는 CEO 

폭력은 대물림 될 수 밖에 없는가?

제이를 따라 인간의 #폭력에 대해 들여다보는 지머랜드

 

#Capitalism 

블랙프라이데이에 휩쓸리는 인간의 욕망

나와 너 우리가 아닌,  나만의 세상-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아닐까

프라이데이 블랙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글의 전개가 "특별"하고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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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삼대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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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근대와 수탈의 상징ㅡ

25년 간 공장노동자로 일해온 50대 초반의 이진오

노조 소속으로 공장주 측의 분할매각 처리 과정에서 해고된 노동자로 그와 같은 노동자들의 복직을 주장하며 여의도가 내려다 보이는 한강 주변의 발전소 공장 건물의 굴뚝 위 ㅡ하늘도 아니고 땅도 아닌, 사람이 거처하는 공간이 아닌ㅡ 에서 100일 넘게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농성중인 모습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

시간은 과거로 돌아가 일제강점기 시대 철도원 가족의 1대인 이백만부터 사회주의자 이일철, 전쟁 때 징발되어 포로가 되고 폭격을 맞아 한쪽 다리를 잃기도 하는 아버지 이지산을 중심으로 이씨 집안과 얽힌 인물들의 이야기 속에서 어려운 시절 각자 삶의 방편들을 마련하느라 발버둥치며 살아온 노동자와 민중의 위태로운 삶을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었고 철도의 의미와 100년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되었다.

구상부터 집필까지 30년이 걸렸다는 거장 황석영 작가님의 '철도원 삼대' 를 탐독하며 뒷 이야기의 맺음이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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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에게 웅진 모두의 그림책 30
전이수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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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위로ㅡ

"나와 우리 모두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위하여"

열세 살 소년의 순수한 창에 비치는 세상을 보면서 어린 작가가 어쩜 이리 깊은 생각과 따뜻함을 지녔을까 싶게 6챕터로 나뉜 편지속 그림과 글을 통한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신선하고 색다름을 준다.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

규범형의 아들이 꼽은 Letter 5. 들리지않나요

<세상의 절반이 굶주린다>,

이상형의 딸이 꼽은 Letter 2. 오늘도 다짐합니다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이수의 손편지로 맺음되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아이들과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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