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초능력이 사라진 날 그림책 도서관
미카엘 에스코피에 지음, 예빈 옮김, 크리스 디 지아코모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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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초능력이 사라진 날이란 제목을 보자마자 참 특이하단 생각을 했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말이다. 내 어릴 적을 돌이켜 보니 초능력이 있었으면 했던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하늘을 날았으면 좋겠다. 투명인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순간이동능력은 또 얼마나 갖고 싶었나 하는 생각에 오랜만에 미소가 지어졌다. 어릴 적에는 이런저런 상상만으로도 무척 재미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잘 못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능력이 있었으면 했지만 또 다른 생각도 분명히 했던 것 같다. 나는 남과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 아직 모르지만 나한테는 다른 사람과는 다른 능력이 있을 것 같다. 내가 지금의 모습보다 더 나은 모습이길 바란 것 같다.

 

지금도 그렇지만 현실의 진짜 모습보다는 더 나은 나를 원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운동을 잘 못하면 어느날 갑자기 번개라도 맞고 엄청난 운동실력의 소유자가 된다든지. 갑자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멋지게 이겨내는 모습이라든지 텔레비전이나 영화, 만화의 영향일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책에서는 너무 귀여운 모습으로 잘 묘사해 주었다. 그림도 딱 어울리고. 아직 어려서 본인의 관점에서 일상의 모습들을 해석하는 것이 아주 많이 공감이 갔다. 아빠가 던져주는 것이 하늘을 나는 것이라든지 분명 하늘을 못 날지만 계속해서 연습을 하고 조금이라도 더 공중에 떠 있는 것이 성공이라고 하는 생각. 분명히 먹었지만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맛있는 음식. 그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싫어하는 음식 등등 하나하나가 책 한 권은 족히 쓰여질 에피소드들이다. 그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말썽을 피운 다음 고개를 숙이고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 본인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진한 생각.

 

그래도 아이가 아이다운 건 자신의 울음을 멈추게 해주는 엄마의 따뜻한 품이 바로 엄마의 엄청난 초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것. 마법의 뽀뽀를 가진 엄마. 아이를 키워보니 아이는 나를 자신을 위해 무엇이든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던데 현실적인 어른인 나는 그게 가슴 벅차게 고마웠던 기억이 나서 많이 공감되었다.

 

벌써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 나왔다면 참 재미있게 읽어줬을 것 같다. 그래도 이번에 책을 가장 먼저 본 건 우리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인데, 책을 좋아하는 동생에게 주고 싶어하는 거 보니 참 재미있게 잘 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아빠에겐 흐뭇한 추억을 주고 아이에겐 좋은 선물로 기억되는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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