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재앙
루이스 어드리크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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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소설이었다. 아메리카원주민, 즉 인디언을 소재로 한 소설도 처음이었고, 완벽하게 짜인 모자이크를 보는 듯한 서사도 처음이었다. 루이스 어드리크, 참 대단한 작가이다. 

<비둘기 재앙>은 화자를 달리하는 여덟 개의 이야기가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소설이다. 그 화자 가운데는 인디언도 있고, 백인도 있고, 혼혈도 있다. 그러나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일종의 '서부 개척' 시대에 백인 가족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백인들에 의해 교수형을 당한 인디언 사건과 직간접으로 관계가 있다는 것. 이 사건은 이후 몇 세대에 걸쳐 그와 연관된 이들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인디언의 역사를 이루는 한 측면이기도 하다. 

루이스 어드리크는 이 사건으로부터 시작하는 이 소설에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주인공 에블리나와 에블리나의 오빠 조지프에게 자신의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아버지 무슘의 이야기는 글이 아닌 이야기로 역사와 전통과 삶을 전해온 인디언의 구술 전통을 엿보게 하고, 인디언 혼혈로 소녀에서 청소녀로, 성인으로 자라며 뼈아픈 성장통을 겪는 에블리나의 이야기는 성장소설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리고 사이비 교주 빌리와 결혼했다가 그 억압을 끝내 물리치고 아이들과 홀로서기를 하는 월데의 이야기에서는 여성의 자아 찾기, 독립을 읽어낼 수 있다. 

이 외에도 인디언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꾸준히 구술을 수집하고 자료를 모으는 로크렌 의사와 에블리나의 고모 니브의 행보도 흥미롭다. 이들이 결국 하고자 하는 것은 비극적 역사를 딛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화해와 공존을 위한 준비라 할 수 있다.  

루이스 어드리크는 이 개성 넘치는 인물들의 '따로 또 같이'인 사연들을 통해 역사와 진실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과거를 묻어둔 채로는 현재 또한 완전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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