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조경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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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2024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340p)

2024.11.20 ~ 2024.11.24


김승옥문학상은 작가의 등단 오십 주년을 기념하고 그의 문학과 산문 정신을 기려 2013년 KBS순천방송국에서 제정한 문학상으로, 2015~2018년 경영상의 문제로 중단되었다가 2019년부터 순천시의 지원으로 문학동네가 새로이 주관하며 부활하였다고 한다.


"어떻게든 연결하면 결국 연결되기에" (p144)

수록된 한 편의 리뷰에서 읽었던 문구가 생각난다. 책에 실린 모든 소설의 인물과 소재와 내용들은 언젠가 만나거나 경험하고 목격했던 개인적인 기억들과 어떻게든 연결되었다.작가가 소설을 쓰며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보편적인 감동을 의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한편 한편 모든 작품에서 공감하는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어 깊이있게 읽어볼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불합리하고 답답한 상황을 마주했던 순간들, 경찰서와 법원에 가야만 해결할 수 있었던 몇가지 일들, 그렇게 큰 참사로 이어질 줄 몰랐던 그 사건을 뉴스로 처음 접했던 순간과 이후 오랫동안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무기력한 기분과 시절의 분위기도 금새 되살아났다. 딸아이와 함께 다녀온 여행들, 한창 자라나고 있는 내 아들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내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고, 또다른 '정모'와 살고있는 지인의 가족들이 살아가는 일상을 우연히 들여다보았던 기억도 다시 생각났다.

짧은 소설들이지만 한편 한편 읽는 동안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 속으로 들어왔고 또 가슴 속에서 생겨난 것 같은 기분이다. 현실을 반영한 작품들이 한결같이 아프고 시린 부분들을 담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아버지로서의 내 입장'에서 읽었던 반수연의 [조각들]과 '내 아버지의 입장'에서 읽었던 강태식의 [그래도 이 밤은]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그래도 이 밤은]에 대한 소설가 이승우의 리뷰를 읽고, 무난했던 소설이 마치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와 같은 무드로 머리속에서 재구성되었던 그 순간적인 경험은 너무도 놀랍고 흥미로운 순간이었다. 그만큼 다른 작품에 비해 짧았던 강태식의 작가노트가 아쉽다.

이렇게 각 작품마다 달려있는 작가노트와 리뷰 또한 작품에 대한 진지하고 내실있는 글들로 이루어져 있어 소설과 훌륭한 짝이 되어주면서도, 독자에게 개별 작품을 넘어 소설이라는 장르를 대하는 것에 대한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준다고 생각한다.

짧은 분량에 담았지만 더 많고 깊은 생각과 감동을 더해주는 단편소설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역대 수상작품집들이 출간되어 있어 틈틈이 읽어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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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조경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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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이야기와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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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의 역사 - 알지 못하거나 알기를 거부해온 격동의 인류사
피터 버크 지음, 이정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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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지의 역사]

피터 버크

2024.11.09. ~ 2024.11.18

 

표지가 담고 있는 일러스트는 피렌체의 보볼리 정원에 있는 사카마조네(Saccomazzone) 선수 조각상을 제작하기 위해 그려진 1789년의 스케치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 하지만, ‘사카마조네라는 게임은 그 시대의 농부들 사이에서 꽤 유행했던 게임으로 참여하는 두 사람은 모두 눈가리개를 하고, 한 손으로는 매듭을 맨 천 조각을 들고 다른 한 손은 낮은 받침대에 고정시킨 채 누가 더 많이 상대방을 때리느냐로 승패를 결정하는 게임이다.

 

두 눈을 가린 채 상대방을 타격한다는 단 한가지 목적만을 갖고 게임에 임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그저 무지한 상태로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행태와 닮아 있는 것 같다.

 

저자 피터 버크(Ulick Peter Burke, 1937~)는 영국의 역사가이며 교수이다.

그는 유럽 근대 초에 관한 연구뿐만 아니라 문화사 전반에 걸친 연구와 함께 현대의 문제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역사의 관련성을 강조하는 역사가로 명성이 높다. 다국어에 능통한 덕에 유럽과 관련된 상당 부분의 정보를 통합하는 업적을 이루었고 또 한편으로는 그의 저서를 널리 퍼뜨리는 데도 성공했다. 저서들은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현재는 케임브리지대의 가장 큰 단과대학의 종신 석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룬드, 코펜하겐, 부쿠레슈티 대학에서 명예 박사 학위를 받았다.

 

무지는 '지식이 없는 것'을 말하는 만큼 하나의 이야깃거리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내 친구 또한 이런 주제의 책이라면 빈 페이지로만 가득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p10

 

들어가는 글의 첫머리에 저자가 이야기 한 것처럼 무지라는 것에 대해 논한다는 것은 생각의 범위 밖이다. 무지라는 것은 비어있는 상태이며 지식이 있는 것과 비교하였을 때에는 일종의 흠결과 같은 상태라고 배워왔기에 그 빈 공간에 어떻게든 지식을 채워 넣어 무지라는 개념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무지'라는 것은 있지만, 없애거나 없어져야 할 것이었다.

 

책은 '1부 사회의 무지'를 통하여 일반적인 무지의 개념 그리고 무지에 대한 학문적 연구의 역사와 함께 철학과 종교, 과학, 지리학에서의 무지란 무엇인가를 설명하고, '2부 무지의 결과'에서 이러한 무지가 전쟁, 비지니스, 정치, 자연재해, 질병과 의학 등 수많은 분야에서 실제로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수많은 역사적인 사례들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1부에서 설명하는 무지의 의미와 여러 종류의 무지는 책에서 종종 거론되는 후향적인 방식으로 명명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말미에 등장하는 무지용어사전의 단어들은 그 단어 자체로 고유의 의의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무지로 인한 상황이나 배경, 결과에 따라 그 이름으로 명명된 것으로 보인다. 요컨데 'OOO무지'라는 단어의 ‘OOO’는 무지가 어떤 결과를 도출하게 된 원인이 되었을 때 그에 맞게 이름 지어 졌을 뿐 일반적인 단어처럼 단독으로 통용되기에는 모자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전 국방부 장관 도널드 럼스펠드의 기자회견에 등장하는 알려진 지식(known Knowledge), 알려지지 않는 지식(unknown Knowledge), 알려진 무지(known unknowns), 알려지지 않은 무지(known unknowns)’들과 같은 단어들은 특정한 상황이나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 일상적으로 쓰이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2부에서 거론되는 수없이 많은 무지의 결과를 통해 본다면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공통적인 유형의 무지로 인해 큰 재앙으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많기에 무지용어사전에 등장하는 무지의 종류와 의미들은 무지로 인한 사건들을 분류하는 기준으로서의 의의는 가질 수 있겠다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무지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부작위와 같은 의미에서 어떤 결과만을 만들어내는 원인이 되는 사실일 뿐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

 

무려 60페이지에 달하는 각주들은 대부분이 인용된 사료와 논문, 연구자료 등에 대한 출처를 밝힌 것으로 책은 실제 수많은 사례들을 목차에 맞게 묶어 나열하고 있다. 관념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이나 분석은 최소한으로 서술되어 있고 이후 짧은 사례들을 여럿 반복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생각을 체계화 하기 위해서는 여러번 다시 읽고 곱씹어보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연이은 사례들을 반복하여 접하는 것으로 어느새 무지의 유형들과 그 의의를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무지의 정의가 무엇이고 무지의 종류들이 각각 무슨 의미이건 간에,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기억해야 할 명제는 분명하게 남았다.

 

역사적으로 많은 재앙들은 인간의 무지와 함께 오만이 합쳐져 생겨났다. 앞으로도 무수히 생겨날 새로운 지식들은 계속하여 새로운 무지를 낳을 것이다. 마크 트웨인의 그 유명한 말처럼 각각의 대상만 다를 뿐 우리는 모두 무지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스스로의 무지는 물론이거니와 스스로의 지식에 대하여서도 오만함을 갖지 않고 삶에 임하는 태도를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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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의 역사 - 알지 못하거나 알기를 거부해온 격동의 인류사
피터 버크 지음, 이정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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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모두 무지하다. 다만 그 무지의 대상이 다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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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작별 인사 - 죽음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
오수영 지음 / 고어라운드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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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긴 작별 인사‘는 오랜 투병생활 끝에 모친을 여읜 작가가 그 죽음과 상실을 어떻게 인정하고 감당하려 해왔는지를 담은 애도일기이다.


책에는 모친과 가족에 대한 지나간 기억들과 그 존재의 상실에 대하여 느껴온 일상 속의 생각과 감정을 담은 메모들이 담겨있다.

각각의 메모를 작성했던 시공간의 차이와 그 순간에 가졌을 생각과 감정들의 간극 때문일지 모르겠지만, 하나씩 읽어가며 느꼈던 글과 글 사이의 희미한 여백들이 작가의 상실감과 공허함 같이 느껴졌다.

‘엄마‘라는 커다란 존재를 잃고 슬픔이라는 단어만으로는 표현하기 부족한, 잠잠하면서도 깊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있는 작가의 한문장 한문장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작가는 이런 일련의 아픈 시간들 속에서 메모라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머니를 애도한다.


‘긴 작별 인사‘의 목차는 [겨울 / 다시, 겨울 / 그리고, 봄]이라는 세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슬프고 힘들었던 마음 속 두 번의 겨울을 지내고 난 뒤 비로소 일상으로 돌아와 새로운 시작을 위한 봄을 맞이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2022년 발행된 초판의 내용이었다면, 2024년 9월에 쓴 [개정 서문]은 작가가 덧붙인 또 하나의 장(章)이라는 생각도 든다. 초판에서는 마음이 무너질까 차마 쓰지 못했던 ‘엄마‘라는 말에 대한 감정이 비로소 슬픔과 아픔을 딛고 그리움과 고마움의 마음으로 전환되어 온전히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작가가 과거 맞이 했었던 그 ‘봄‘ 다음의 이야기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죽음과 상실에 대해 생각하고 또 그 슬픔의 크기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나의 슬픔을 다루는 방법과 타인의 슬픔을 마주하는 법, 그리고 그동안 얼마나 그것에 사려깊지 못했던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존재와 죽음 그리고 앞으로 이어가야 할 삶과 그 삶을 함께 살아갈 여러 동반자들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짧고 잔잔하면서도 여러가지 경건한 화두를 던져주는 책이다. 작가의 힘들었던 마음이 전해져 책에 대해 몇자 쓰면서도 감히 그 감정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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