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예술혁명 - 방탄소년단과 들뢰즈가 만나다
이지영 지음 / 파레시아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방탄과 아미는 인간다움의 실현을 억누르는 구조적 요소들을 떨쳐내고 잠재력을 끄집어내 해방시키고자 한다. 방탄과 아미의 만남이 만들어낸 폭발성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의 세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필요성, 그리고 그 변화가 더 큰 자유와 해방, 더 나은 세상을 향해야 한다는 데 대한 감응과 공명, 이것이야말로 방탄이 글로벌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근본적인 요인중 하나이다."                                                                - <BTS예술혁명>15쪽

 

<BTS예술혁명>을 읽으면서 전율을 느꼈던 첫 글이다.

 

내가 왜 60이 다 된 나이에 아이돌 팬이 되었는지 잘 설명해 준다.

불만이 가득했던 10대와 혼란스러웠던 20대, 고통스러웠던 30대, 타협을 적응이라 여겼던 40대를 지나서 들어선 50대는 다시 혼란이었다.

꽤나 익숙했다고 여겼던 삶이 얼마나 어이없이 뒤통수를 쳐대는지...

어려서는 어리기 때문에 을이었고 젊어서는 돈도 지위도 없어서 을이었다.

이제 기성세대(?) 혹은 꼰대로 불리는 나이가 되어서도 난 여전히 을이라 느낀다.

사회구조 속에서 스스로 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이런 불만 불안 고통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삶은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 그렇게 살아가다가/ 언젠간 사라지는 것" <Tomorrow>

                                                                                                     - 같은 책 37쪽

 

이런 노랫말은 나이와 성별 국적과 상관없이 삶에 눌려 길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하리라.

방탄소년단은 공감에서 그치지 말고 함께 세상을 바꾸자고 노래한다.

 

"싹 다 불태워라...겁 많은 자여 여기로... 괴로운 자여 여기로... 맨주먹을 들고...진군하는 발걸음으로...뛰어봐/미쳐버려/싹 다 불태워라" <불타오르네>                             -같은 책 50쪽

 

"우린 할 수가 없었단다 실패/ 서로가 서롤 전부 믿었기게/What you say yeah Ndt today yeah/오늘은 안 죽어 절대 yeah/너의 곁에 나를 믿어/Together we won'tdie/나의 곁에 너를 믿어/Together we won't die/함께라는 말을 믿어/방탄이란 걸 믿어" <NOT TODAY>

                                                                                                      - 같은 책 51쪽

 

"그들의 메세지는 자신들 주변의 억압에 대한 저항에서 출발하여 전 지구적 연대까지 성장, 확장되어 간다. 이런 아름다운 연대로 우리의 삶과 행복을 위해 끝까지 싸워나가자는 제안...그 가장 빛나는 응답은 바로 아미들이 보여준 사랑과 연대의 실천이었다."              - 같은 책 55쪽

 

그래서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다시 말하기 입 아플 정도다.

방탄소년단과 아미는 기존 음악시장 질서를 바꾸고 있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기록을 세우고 새 길을 닦아 나간다.

 

<BTS예술혁명>저자 이지영교수는 이런 움직임을 수평적이고 비중심화된 체계, 리좀적 체계라고 부른다.

 

"방탄현상이 함축하는 정치적 의미들에 대한 이론적 이해는, 단순한 이해를 넘어 표면적으로는 정치와 무관해 보이는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우리에게 강요되고 있는 수목적 위계 구조를 거스르고 리좀적으로 횡단하면서 삶의 다른 가능성을 찾으려는 실천적 시도이기도 하다...풀뿌리 팬덤의 자발적인 연대와 실천,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낸 변화는 들뢰즈적인 의미에서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다."                                                                            - 같은 책 103~106쪽

 

나 자신도 바뀌었다.

억눌린 자신을 드러낼 용기를 얻었다.

방탄소년단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때만해도 내 자신이 이렇게 영향을 받을 줄을 몰랐다.

내 내면의 변화를 뭐라고 말해야 할까. 저자가 인용한 들뢰즈의 글이 참 적절하다.

 

"욕망은 혁명을 바라지 않는다. 욕망는 그 자체로, 저도 모르게, 자신이 바라는 것을 바람으로써 혁명적이다."                                                                                    - 같은 책 111쪽

 

<BTS예술혁명>은 2부에서 더 빛난다.

이지영교수의 '네트워트- 이미지'라는 용어는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움직임을 혁명적이고 리좀적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보여준다.

 

"네트워크-이미지란 예술 생산자와 수용자의 전통적인 구분을 벗어나 예술 생산자와 수용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질적 영상들의 배치로 이루어진 영상 예술 작품을 말한다."

                                                                                                        -같은 책 148쪽

 

방탕소년단의 다양한 영상(뮤직비디오, 쇼트 필름, 하이라이트 릴, 트레일러)과 아미 또는 관객들의 반응 영상(분석 영상, 리액셩 영상, 리믹스 영상) 모두가 네트워크_이미지이다.

예술가과 수용자의 경계가 무너진(151쪽) , 영상간 변형, 반복, 상호 참조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열린 구조다.

모바일 네트워트 플랫폼을 통해 영상을 개방하고 영상을 재창조하며 참여하고 다시 개방해 공유하며 순환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정보의 사용자인 동시에 생산자가 되어 '융합'과 '공유'가 이루어진다.

이와같은 움직임은 '방탄현상'으로 나타난 세계변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의 방탄현상이 보여 주고 있듯이 세계는 기존의 위계와 경계를 가로질러 수평적이고 탈중심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이러한 리좀적 변화가 예술에서 네트워트-이미지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책 172쪽

 

이지영교수는 철학자다.

당연히 철학을 바탕으로 '방탄 현상'을 분석했다.

하지만 철학이라는 두텁고 높은 벽을 넘어오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 벽에 작은 문을 내고 편히 들어오라고 한다.

<BTS예술혁명>는 어쩌면 이지영교수가 보여주는 혁명일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철학을 거부감없이 풀어낸 것만이 아니라 예술의 범위에 넣어주기조차 꺼려하는 아이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도 그렇다.

되도록 쉽게 하지만 학자로서의 시선을 지닌채 새로운 흐름, '방탄현상'을 설명해 주어 참 고맙다.

이 리뷰는 이 현상, 혁명, 희망에 동참하는 나의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말을 인용해 리뷰를 마무리한다.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기존 체제나 질서는 결코 무너지지 않고 영원히 지속될 거대한 벽처럼 보인다.

그 벽의 거대함 앞에서 사람들은 무기력과 순응에 익숙해지게 된다. 그러나 역사는 그 어떠한 강고한 체제나 질서도 결국은 붕괴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한 붕괴는 갑자기 일어나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오래 전부터 일어나고 있던 크고 작은 침식의 결과다. 

이런 침식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강고한 현실이 그저 스쳐가는 역사의 한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야 말로 희망의 원천이다.

 이 인식은 절대적이고 영원해 보이는 현실의 권위와 힘을 무력화시키는 출발점이다. 방탄현상은 그러한 출발점의 하나다.

현실의 권위와 힘이 무력화되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다른 삶,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다. 이 꿈은 백일몽이 아니라 세계사적 변혁이라는 객관적 사태 인식을 바탕으로 꾸는 꿈이다.

이것이 희망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삶, 다른 세상을 함께 꿈꾼다면 이 희망은 새로운 현상이 될 것이다."                                                                                                                                           - 같은 책 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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