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 비밀이야기
강지연 지음 / 신인문사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고등학교 때 우리는 미술을 배운다.
입체파, 야수파, 인상파. 의미도 느낌도 모르지만 일단 그렇게 배운다.
그림도 없는 시험용 프린트지를 달달 외워 답만 적어 냈었다.
그래서 유명한 화가의 이름만 알 뿐, 그들의 그림에서 뭔가 느껴본 적이 학교를 다닐땐 단한번도 없었다. 
내가 학교를 다니며 미술시간에 배운 것은 '나는 미술에 소질이 없다' 라는 것과 '미술 선생님들은 참 무섭다'는 것이었다. 어쩜 내가 만난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예민하면서도 폭력적이었던 건지.

어쨌든 미술 선생님과 더불어, 미술책속에 갇힌 그림은 내 마음을 잡아 놓지 못했었다. 미술 시험용 프린트지를 눈으로 훑으며 Ctrl+C 를 하고, 시험지에 Ctrl+V 를 한 뒤, 하룻밤만 딱 자고 일어나면 머릿속에선 더이상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그런 정보. '빛나는 인류의 문화유산'이란 것들이 내게는 그저 '외워야 할 과제'일 뿐이었다.

그런데 어떤 블로그를 발견했다.
어떻게 발견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명화'라는, 내게는 너무도 생경한 이야기를 풀어 놓은 블로그였다.
'교양있음'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는 내게 미술은 알아두면 좋을 교양이었고, 그래서 그 블로그를 드나들었다. 어디가서 '나 교양있는 여자야' 라고 말할 밑천을 마련한다는 기분으로. 그러다보니 명화 이야기에 빠져들고, 그러다보니 포스팅마다 덧글도 달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다정한 미술 선생님도 있었어!'

그 블로그의 주인인 키에 님(저자 강지연 님)은 말그대로 다정한 선생님이다. '이 그림은 이러이러하니 꼭 외워라!' 라며 강요하고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술술 풀어 놓는다. '나는 이렇게 봤는데, 너는 어때?' 하며 내 생각을 묻기도 한다. 무작정 가르치려들지 않고 알고 있는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진다. 그래서 어느새 나는 키에님의 블로그에 덧글을 달게 된다. 낯선 사람과 '명화'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니, 7년동안 명화 끊고 살았던 사람에겐 기적같은 일이 아닌가. (고 2때부터는 미술과목을 아예 배우지 않으니 엄밀히 계산하면 9년이다. 근 10년!)
 
 키에님은 미술교과서 속에 갇혀있던 명화들을 넓게 펼쳐 보여준다. 그리곤 교과서 속에 채 담기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던 것들, 즉 그림 속 인물 이야기, 화가의 이야기, 그림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이야기같은 것들을 모아 예쁜 글바구니에 담아 선물한다. 그 선물보따리가 바로 이번에 출간된 '명화 속 비밀이야기' 이다.

 이웃들과 함께 나누고자 했던 명화 이야기가 쌓이고 쌓여서 어느덧 책 한권 분량이 된 것이다. 이토록 명화에 관한 수다를 좋아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키에님을 만난 뒤로 명화는 내게 더이상 입체파 야수파 따위의 거창한 단어로 정의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과거에 살던 모습과 했던 생각을 들려주는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이제는 그림을 볼때 그림 기법이나 물감의 종류가 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명화속에 담긴 이야기를 보려 시선을 멈춘다. 내가 채 알아보지 못한 이야기는 키에님이 들려준다. 키에님과 명화 두 세개를 두고 열심히 수다를 떠는 느낌이다.

 명화와 친해지고 싶은데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명화 속 비밀이야기'를 추천해주고 싶다. 키에님과 함께 명화 수다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멀게만 느껴졌던 명화들이 매우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보너스로 '오! 나 이 그림 알아. 이 사람은 말이야... ' 라며 교양을 뽐낼 밑천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잘난척은 금물이지만. ^^
 '명화 속 비밀 이야기' 에는 블로그에서 만나지 못했던 그림들도 다수 포함돼 있으니 다정한 개인 미술 선생님이 필요하신 분들은 한번씩 이 책을 만나보시라.
 과거를 살아내고 오늘에 닿아있는 그림을 공유하며 좀더 풍요로워진 현재의 정신 세계를 만끽할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ㅂ^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