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서유미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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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하나하나 빠질 것이 없이 이 여섯 개의 단편들이 하나의 단편집 안에서 훌륭히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좋았던 작품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공감도 많이 갔지만, 화자가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생활해내기에 바빠 미래는 커녕 현재를 제대로 지내기도 힘들다. 항상 본인의 욕망을 억누르면서 생활한다. 하지만 힘든 생활을 견뎌내게 하는 작은 위안들도 놓치지 않고 지낸다.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는 찡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나 먹고 싶었던 빵을 먹는다던가. 가지지 못할 걸 알면서 그저 예쁜 옷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는다.


하지만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 소설 속의 화자는 담담하면서도 감정이 격하게 나오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하는 사람, 보살피고 신경써야 하는 동생, 뭉개진 케이크 등. 무언가가 계속 억눌려 있는 느낌이 많이 든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비록 지금은 힘들지만 그래도 계속 생활해내려는 의지가 보인다. 뭉개진 케이크라 모양은 별로겠지만, 아마 맛은 그대로일 거다. 화자가 뭉개진 케이크로 동생과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하며 즐거웠으면 좋겠다. 


일상이 고단할지라도 작은 위안이 주는 소소한 행복이 있다. 그런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느끼는 것은 어렵다. 그래도 이 소설 속의 화자는 그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흔히 책 한 권에 비유된다.

책을 읽고 나면 좋았던 장면 하나, 글귀 하나가 남는다. 우리의 인생도 지나고 나면 좋았던 기억 하나 남는다.

하지만 인생과 책의 다른 점은 책은 언제고 처음부터 다시 읽을 수 있지만 인생을 그럴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순간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지금 처한 상황이 도저히 행복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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