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식탁

네 이웃의 식탁 ㅣ 오늘의 젊은 작가 19
구병모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경기도에 위치한 ‘꿈미래실험공동주택’에 네 가족이 입주한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출산을 기피하는 부부들을 위해 정부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아이 셋을 낳는 조건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집을 빌려주는 것이다. 열두 가족이 살 수 있는 이곳에 먼저 네 가족이 들어온다.

가장 먼저 자리를 잡기도 하고, 애초에 성격 때문인지 다른 가족들을 주도하는 단희와 재강 부부, 프리랜서로 그림을 그리는 효내와 상낙 부부, 약국에서 일하는 요진과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은오 부부, 살림 잘하고 야무진 교원과 여산 부부.

오늘이라도 당장 엘리베이터에서 무심코 건네는 이웃의 똑같은 현실의 일부야 싶어 읽어나가기 싫어졌었다. 하지만 곧 구병모의 치열한 언어로 직조된 다양한 삶 속에서 혼자서 감내해야 하는 조용한 고통의 근원이 무엇인가를 곰곰 생각하게 한다. 단순히 공동체라는 허상을 보여주는 것 만은 아니다.각기 다른 곳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공동체의 덕목은 자연스럽게 달성되는 것이지 당위가 아니다. 이 책을 읽고 한 인간의 소중한 시간, 고유한 개성이 존중된다는 전제 하에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건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타자화된 존재다.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타인을 고려하지 않고 무심코 내뱉은 나의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나는 공동체의 화합이라는 명목으로 내 가치관을 타인에게 강요한 적이 많았다. 돌이켜보면, 단체 활동에 꾸준히 나오지 않는 사람을 아니꼽게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참여하지 못한 사람이 어떠한 사정이 있는지 먼저 이해하려하지 않고 말이다. 어쩌면 공동체의 폭력성은 공동체 그 자체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닌, 나처럼 무조건적인 참여를 강요하는 사고를 지니고 있는 몇몇 개인의 이기적인 행태로부터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