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의 영화는 나에게 있어서 참 묘한 소설이다.보통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의 가치를 주로 화려한 필력이나 세련된 필치 쪽에 중점을 두어 감상해왔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세련되게 돌려서 작가가 소설에 풀어놓으면, 읽다가 푹 찔러서 한 대 맞은 것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 참으로 좋았다.은주의 영화를 읽기 위해 몇 차례 기나긴 망설임을 거쳐서 책을 펴들었을 때, 분명 세련된 필치도 없었고 그렇다고 소박하게 느껴지는 문장도 없었지만 그 해 감상했던 수많은 문학 중에 이처럼 배를 한 대 쳐오는 작품은 없었다.잔잔하니 사실을 다큐처럼 전하듯이 흘러가는 작품인지라 세련된 필력이라기보다는 수필성 문학에 걸맞는 무감한 필치로 내용이 전개되어 간다.읽으면서 느꼈던 분노와 절망, 금전과 인맥에 의해 좌우되는 부패한 사회, 유린되어 버린 약자들의 인권은 슬프고 씁쓸하였으며 속이 너무 답답해서 중간에 몇 차례 쉬면서 읽어나가야만 했다. 부조리한 시스템이 인간의 부도덕과 방관을 더욱 부추긴 것일까? 아니면 그냥 어떤 특별한 악인들 몇몇이서 끔찍하게 일그러진 생지옥을 만들어낸 것일까?다 읽고 나서 사회가 어느 정도 바뀌었지만 아직도 변하지 않은 많은 것들이 남아 있다는 것이 너무나 슬프다. 실화가 아니라 순수한 작가의 창작이라면 얼마나 좋았겠으나 이 소설에 실린 것이 현실인만큼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꾼 이 소설은 한국문학에 있어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