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서 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며, 역사에 휘말린 인간의 운명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이 책은 한국전쟁 속에서 바람에 따라 갈대가 흩날리듯 어떻게 할 수 없는 운명 속에서 인생이 휘말리다가 한 평생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갔던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주인공의 인생은 참으로 파란만장하다. 전라남도라는 남한의 땅에서 태어났고, 만주로 부모가 이주하자 부모를 따라 만주에서 독립군활동을 하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북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북한에서 살며 엘리트로 되어 있다가, 전쟁 때는 다시 윗선의 명령에 따라서 전쟁에 참여하게 되어 남한으로 되돌아온다는 줄거리이다. 주인공은 이 소설 내용을 살펴보면 북한이나 공산주의에 대해 특별히 신념이 있어서 전쟁에 참가한 것이 아니다. 그저 윗선의 명령이 있었기에 따랐을 뿐이며, 주인공은 전쟁을 겪으면서 전쟁 속의 죽음과, 온갖 피와 눈물을 보며 버텨낼 뿐이다. 그런 그의 삶은 말년에도 편안하지 않다. 당연히 예상할 수 있듯이 북한군 출신이 고향에 왔다고 해봤자 반겨주기는커녕 빨갱이 소리를 들으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비록 그는 명령에 따랐고 따르지 않을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남침한 북한군에 끼어있었으니 결론적으로 가해자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스물 둘의 현명하고 정의로웠던 청년의 인생은 이런 저런 세월 속에서 비극적인 민족의 역사와 맞물려 망가졌으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전쟁이 민족에게 가져온 비극은 언제 보아도 참으로 가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