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티스푼과 들개
TeamFB / 루체 / 2018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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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필력이 좋으셔서 술술 읽혔습니다.
설정이 BL의 무슨 버스...(무슨 버스인지는 기억이 안 남) 판타지 세계에서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두 명이 파트너로서 운명공동체가 되는 설정과 비슷한 것 같아요.
쌍방향 짝사랑, 쌍방향 삽질하는 내용입니다.

남주가 강제로 섹스할 때 여주에게 “좋아하는 사람을 불러.”라며 여주가 좋아하는 남성의 이름을 부르라고 종용하는데, 이 때 여주는 ‘이렇게라도 표현하면 알아줄까.’라고 기대하며 ‘용기를 내서 겨우’ 남주의 이름을 부르지만 남주는 눈새라서 못 알아듣죠.

이 일 전에도, 자기의 강한 힘을 남에게 이용당하기 싫어서 아무와도 파트너십을 맺지 않고 파트너 요청을 전부 거부하던 남주가 못된 새끼들에게 거의 죽기 직전까지 폭행당하자
여주는 남주를 살리기 위해서 숨겨왔던 강력한 치유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 남주와 온몸으로 직접적인 피부접촉을 합니다.
그리고 여주를 짝사랑(서로 좋아하고 있었지만 둘 다 그걸 모르고 자기만의 짝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임)하던 남주는 꿈인줄 알았다는 핑계로 여주와 강제로 섹스하죠.
문 앞에서 남주를 걱정하는 교사들이 지키고 있는데 말이에요. (주위에 사람들 있을 때 섹스하는 게 작가님 취향이신 것 같기도 해요.)

이런 식으로 초반 두세번의 섹스는 남주가 강제로 합니다.
이 두세번의 섹스가 상당히 비중이 크고, 불편요소가 될 수 있으니 불쾌하신 분은 피하시길 바라요.

그리고 몇 가지 사소하지만 은근히 읽을 때 중요할 수도 있는 부분들을 몇 가지 말하자면,
1.이 소설에는 유두 묘사가 자주 나옵니다.(이것도 작가님 취향이신가 봐요 ㅎㅎ)

2.그리고 꽃잎 같은 단어를 안 쓰고 다리 사이라고 해서 덜 오글거려요. 하... 꽃잎... 저만 오글거리나요?ㅋㅋ

3.이 세계관에서 말하는 신, 사도, 천사는 세상에서 통용되는 의미와는 전혀 다릅니다. 완전히 상반될 정도예요.

4.섹스할 때 여주는 거의 대사가 신음소리 뿐이고 남주가 주도적으로 하며,
흥분해서 정신없는 여주를 놀리곤 합니다.
이 점도 한국의 남성중심적 19금 영화와 남성향을 포함한 19금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테레오 타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5.제가 한국 로판, 로맨스의 특징으로 꼽는 하얀 피부 선망이 여기도 나왔습니다...
그 놈의 하얀 피부는 포기가 안 되는지...
정작 백인들 보면 태닝해서 한국인보다 훨씬 피부색 어두운 사람이 많던데 이제 한국 사람들도 하얀 피부 선망 좀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6.연상인 여주에게 남주가 “작다.”거나 “귀엽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한국 드라마나 소설을 보면 작가와 감독이 어린 여자 롤을 포기 못해서
여주가 말로만 연상이지 남주한테 연하 취급 당하는데
티스푼과 들개에서는 그런 경향이 강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7.로맨스나 로판 제목들을 보면 주로 남자가 앞에 나오고 여자가 뒤에 나오던데
티스푼과 들개는 비록 여주가 티스푼이지만(...) 여자가 먼저 나왔네요.



그럼 이제 짧지만 스토리 리뷰를 해 볼게요.

여주는 단 한 명의 파트너만을 가질 수 있는 성향의 능력자이고,
남주는 여러 명의 파트너를 가질 수 있는 능력자인데 오직 여주에게만 자기의 모든 존재를 바치고 싶다는 서약을 함으로써 둘 사이의 결속은 더욱 강해집니다.

사실 여주가 힐러고 남주가 짱 쎄다는 설정은 다소 흔하고, 그동안 많이 봐왔던 고정적인 성역할이라서 새로울 게 없는 것 같지만,
그리고 여자는 오로지 한 남자만을 바라봐야하는 구조지만
남자는 몇 명의 파트너를 두든 상관없는데 남주가 특별한 남자라서 스스로의 선택 하에 여주만을 바라본다는 설정도 너무 흔해서 특별할 건 없지만

이미 여러 번 들어서 새로울 게 없는 얘기라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꼬아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작품이 매력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가 얼마나 있겠나 싶기도 하구요. 다 했던 얘기 하고 또 하고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ㅎㅎ
그래도 재밌으면 된 거죠.
그럼에도 재밌게 만드는 게 창작자의 목표일 거구요.

저는 에이다와 키퍼(티스푼과 들개)를 보면서 “함께하다”의 의미를 알게됐어요.

어떤 작품에서는,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라는 드라마에서는 자기 주장을 말하는 데 소극적인 30대 중반의 여성 윤진아가 ‘서준희의 사랑을 받아서 자신감이 생겨’ 성장하고 강해진다는, 여자는 남자의 사랑을 받아야지 자신감을 얻는다는 서사가 나옵니다. 여자는 스스로 성장할 수 없는, 독립적이지 못한 인간처럼 그리는 거예요.

티스푼과 들개에서도 힐러인 여주 혼자서는 강하지 않습니다. 힐러는 누구와 싸워 이기기는 힘든 포지션이잖아요.

하지만 남주와 파트너십을 맺어 증폭된 여주의 치유력은 적과 싸우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몇 명이나 살릴 수 있었고,
그에 대해 남주가 “굉장해, 에이다.”라고 감탄하자 여주는,
“응. 나도 너와 함께하는 내가 정말 굉장한 것 같아.”라고 답해요.
티스푼과 들개에서 파트너가 된다는 것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서로의 힘을 증폭시켜주며, 서로 힘을 주고 받고 빌려줄 수도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에이다는 남자에게 사랑받아서가 아니라 키퍼와 함께하기 때문에 강합니다.

이런 점이 티스푼과 들개만의 차별점이고 제가 이 작품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아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책을 고르실 때 제 리뷰가 도움이 됐다면 좋아요 한 번씩 눌러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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