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읽었지만 가물가물한 기억 탓에 다시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책이 바로 <햄릿>이다. 셰익스피어의 비극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대명사격인 햄릿이지만 정작 자세하게 읽었던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읽게 된 이 책 <햄릿>은 나에게 희곡을 읽을 때 느껴지는 맛이 어떤 맛인지를 새롭게 알게 해주었다.

이 책의 일러두기를 보면 “운문과 산문 구분을 명확히 했고, 행갈이를 원문과 똑같이 맞추었다. 각 작품을 잘 쓰인 시집 한 권 대하듯 읽으면 적당할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 이 원문을 옮긴 김정환 님은 시와 소설을 넘나드신 분이다. 그래서 그런가 책의 내용이 다소 문장의 길이가 긴 것 같고, 또 말의 형태가 익숙지 않은 것 같아 보였지만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치 연극을 앞에서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 내용 하나 하나가 내 앞에서 공연되어지는 진행형 대사 같다. 나도 모르게 내가 배우가 되어 햄릿을 공연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니까 말이다.

다소 진부하고, 어려운 내용들의 나열로 보이는 문장들이 눈으로 소리가 나고, 저절로 읊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희곡을 읽나보다.

극중의 햄릿에 대한 설명은 말이 피요없을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재혼, 그리고 그 모든 진실을 알게 되면서 흔들리는 마음과 내면의 상념, 자신에 대한 질책과 상황에 내몰리는 마음들이 짓눌러져서 햄릿도 어그러지고, 햄릿의 주변을 이루는 중심 인물들도 어그러진다.



그 중 가장 불쌍한 이는 오필리아이다. 사랑하는 의 마음을 알지 못해 애태우고, 그의 변화에 당황하고, 또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죽임을 당한 아버지의 죽음에 정신이 나가는 한 여인, 결국 물에 스스로 목숨을 던진 그녀를 보면서 운명의 가혹함이 느껴진다.

셰익스피어는 <무대 언어의 마술가>로 불렸다고 한다. 가장 시적인 대사들로, 압축적이면서도 대사의 억양과 분위기와 흐름이 등장인물의 성격과 동작을 품거나 뿜어내거나 형상화하므로 등퇴장 말고는 사실상 지문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는 점만 해도 셰익스피어가 가장 위대한 연극 예술가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는 이유이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묘미는 비록 그리스 고전 비극과 유사하지만, 좀 더 내면적인 부분에 깊이가 있어졌다는 것이라고 한다. 인간 심리의 내면이 심오하면서도 역동적으로 표현되었다는 것은 <햄릿>만 보아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햄릿이 유령을 만나면서부터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지고 모든 이들의 죽음으로 일단락되기까지의 그의 내면의 모습이 대사를 통해서 잘 전달되고 있는데, 여기서 보여지는 그이 내면이 바로 고통 중에 있으면서 고뇌하고, 늘 갈등 속에서 방황하는 현대인의 모습과 맞닿는 부분이 있어서 오늘날에도 햄릿이 많은 이들에게 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같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은이), 김정환 (옮긴이) | 아침이슬

posted by 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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