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 아침이슬 셰익스피어 전집 4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정환 옮김 / 아침이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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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싸인 천재 금융공학자들의 비극

“모르는 게 좋아, 내 여보는, 나중에 박수만 치면 돼”

맥베스의 역모에 동참한 친구 뱅쿼의 아들을 제거하기 위해 자객을 보내려는 데 대해서 불안해하는 아내를 달래며 맥베스가 한 말이다.

왕이 믿었던 신하이자 신망을 받던 장군 맥베스는 권력에 대한 야심으로 덩컨 왕을 죽이고야 말지만, 마녀의 예언대로 그의 후계자는 아들이 아니라 덩컨 왕의 아들이 된다는 스토리다. 이는 인간의 야망과 탐욕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빠른 템포로 보여준다.

맥베스가 왕의 시해를 망설이던 찰나 부인이 해준 말은 우리 모두의 본성 그 밑바닥에 감추어진 욕망을 불러내는 주문이다,

“두려운가요, 당신? 자신의 행동과 용기가 욕망과 같아지는 일이?”

월가의 이른바 금융공학의 ‘천재’들과 정부가 끼어들지 말아야 시장의 창의성이 발휘된다고 목청을 높여오며 오만가지 파생상품을 만들어 금융시장은 실제 규모의 수 배에서 수 십배로 부풀어 버블 붕괴를 부추겨 왔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미덕이라 여기고, 자신들의 사적 욕망을 국가의 미래로 포장하던 그들의 목소리는 어디로 갔나.

월가의 욕망을 감히 맥베스의 욕망에 비교하지 마라

월가의 욕망은 '마약왕'에 비견할 만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회사인 미국 ‘켈너 모기지 인베스트먼트’의 설립자이자 CEO인 비트너와는 지난 6월 펴낸 ‘탐욕·사기·무지에 관한 내부자의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업계 관행을 통렬히 비판했다. 한마디로 “금융업은 한마디로 제 정신을 잃었다”는 것이다. 금융업은 본질적으로 신용 평가와 그에 따른 위험 관리가 기본이지만, 업계는 탐욕과 사기가 가져올 위험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어떻게든 돈을 벌어보려는 ‘탐욕’으로 고객들을 마구잡이로 유치하는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그는 비판했다. 급기야 “월가와 투자은행은 볼리비아 마약왕들과 같다”라는 극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소박한 욕망을 자신들의 블랙홀같은 욕망으로 내던져 버렸으니 '마약'보다 위험하다고 하겠다.

맥베스의 결론은 처참하지만, 어쨌든 스코틀랜드는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 맥베스는 죽었고, 시해당한 왕의 아들은 왕이 되었다.
하지만 월가는 다르다. 그들의 탐욕은 그들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며,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꺼뜨리고 나서야 누그러진다.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안이 미국 의회에서 부결됐지만, 월가는 이 돈으로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이며 '마약왕' 같은 '욕망'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개인의 사적 욕망과 집단의 사적 욕망을 비교할 수 있으랴.
통제받지 않고 베일 속에 가려져 암세포처럼 자라나는 욕망의 허망한 운명을 알고 싶다면 맥베스를 찾아가라. 

참고한 신문기사(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9200252045&code=97020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9291812365&code=99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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