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전 재산을 빼앗고 필리핀에 방치한 아들의 행각이 모 방송을 통해 소개돼 충격을 주었다. 방송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던 임모씨는 부모에게 관광을 시켜드리겠다며 노부부를 필리핀으로 데려왔다. 한 달간 극진히 노부모를 모셨던 그는 전 재산을 정리해 필리핀에서 함께 살 것을 제안했다. 부부는 아들의 말만 믿고 약 2억 원이 넘는 재산을 정리해 아들에게 맡기고 필리핀으로 향했다. 그런데 필리핀에 도착한 지 사흘 만에 아들은 돌변했다. 재산을 돌려주지 않았고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 부모님을 방치했던 것.


‘현대판 고려장’을 방불케 하는 이런 작태는 우리 사회에 종종 기사로 나온다. 어느 60대 재력가의 사망사건에 살인교사 혐의 용의자로 딸이 거론되기도 한다. 낳아주고 키워준 것에 대한 감사도 하늘이 마를 날 없을 터인데 부모의 재산을 갈취하려는 패륜아적인 형태는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어땠을까? 리어왕이 재산을 물려주려 할 즈음 딸 셋에게 자신의 대한 사랑을 담보로 하려 한다.


큰딸 고네릴은

“시력보다, 움직이는 공간보다, 그리고 자유보다 더 소중하옵니다.

가치를 잴 수 있는 것, 비싸거나 휘귀한 것보다 더,

목숨 바로 그것, 게다가 우아하고, 건강하고, 아름답고, 명예로운 목숨 못지않게.

언어를 빈약하게 만드는, 그리고 말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사랑, 온갖 비교를 능가할 만큼 폐하를 사랑합니다.”


이보다 더 이상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표현이 있을까. 그럼에도 둘째 딸 리건도 만만치 않다.

“폐하, 저를 구성하는 실속은 제 언니와 동일합니다.

다만 언니는 너무 모자라군요, 저는 스스로

가장 소중한 감각의 광장이 누리는

온갖 다른 기쁨을 적이라 선포하고,

오로지 소중한 폐하의 살아 속에서만

행복을 느끼는 것을 아니까요.”


마지막 딸 코델리어는 사랑이 말보다 무겁다고 이야기 하며 아무 말도 않는다.

“불행하게도, 저는 제 마음을

입에까지 들어 올릴 수 없나이다. 제가 폐하를 사랑하는 것은

자식으로서 의무에 따른 것이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불쌍한 리어왕은 첫째, 둘째 딸의 말에 흡족해하는 반면 코델리어를 반역자라 칭하며 내친다.


노인 리어왕의 유산 상속의 선택은 그 자신은 물론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코델리어 마저 불행의 늪으로 이끈다.

50대 후반 분들의 모임에 참석했던 한 분의 이야기이다. 옛날에는 다들 잘 나가던 사람들인데, 어떤 사람은 지금도 건강하고 좋은 데 어떤 사람은 기운도 없어 보이고 왠지 꾀죄죄 해 보인다는 거다. 가만 보니 꽤죄죄 한 사람은 모든 재산을 다 물려준 사람이다. 그런데 예전 보다 더 좋아 보이는 사람은 왜 그럴까?


그 분의 아내는 며느리들이 올 때면 패물을 있는 데로 꺼내놓고 딱으라고 이야기한다고 한다. 그러면 며느리들이 열심히 딱는다고 한다. 또, 어떤 날은 돈이 들어있는 통장을 집안 여기저기에 뿌려놓는다고 한다. 아들과 며느리들이 보라고. 그러면, 그 다음 주에는 자식과 손자들이 열심히 찾아온다는 이야기다.


우스갯소리 같기도 한 이런 이야기는 거짓으로 치부하기에는 자주 접할 수 있는 세상의 이야기라 어느 정도 그럴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제 40, 50대로 넘어가는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세상이 되었을까. 리어왕이 조금 더 현명하여 위의 이야기처럼 두 딸들의 사탕발림을 거꾸로 이용하려 했다면 그와 그의 사랑하는 딸 모두가 행복했을 것 같다. 물론 그렇다면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그냥 이야기 거리에 불과 했겠지만.

 

 

 햄릿이 난해를 받아들임으로써 고통 받는다면 그는 받아들이기를 거부함으로써 고통 받는다. 은혜를 입은 자가 뒤통수를 치고, 그는 길길이 뛴다. 이런 배은망덕한 놈들 같으니…. 그러나 그의 은혜가 없었다면 비극도 없었다. 그의 은혜는 과도기 은혜다. 역사는 그의 은혜를 입지만 그의 마지막 예상조차 빗나간다. 더 교활한 배반, 훨씬 복잡한 이해집산이 어이지고 교차되는 와중에 찬란하고 튼튼하고 완강한 미래가 탄생한다. 그는 여러 단계의 광증과 깨달음에 달하지만, 그것을 인정할 수 없다.  - 역자 김정환 해설

 

<리어 왕 KIng Lear> (아침이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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