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 이야기
이스카리 유바 지음, 천감재 옮김 / 리드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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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겨울 시대.


오래전 세상은 눈에 덮였다. 조상들은 이러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전자 조작을 통해 '겨울' 적응할 있는 생명체들을 만들기도 하는 다양한 노력은 싶다. 하지만 자연은 그런 인간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어딘가 따뜻한 곳이 있을 것이란 희망은 버리지 않는다. 글의 주인공 엔주와 야치다모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그들의 여정이 시작 된다.


이번 단편과 반대의 날씨로 달려가고 있는 우리 지구에서의 구성원들도 단편 사람들과 같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상태가 좋아지고 있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도 겨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같은 운명을 맞이하는 아닐까? 이번 단편은 글의 분위기가 어둡거나 무겁지 않지만 현재 우리 미래의 모습을 보는 같아 씁쓸했다.


한편 힘든 세상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은 살아갈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도 완전히 망가진 지구에서 살고 싶지 않다.



# 02. 즐거운 초감시 사회.


실시간으로 서로를 감시하고 자유가 없는 세상. 생각만해도 숨이 막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이번 소설을 통해 사람들이 서로 감시하는 것을 즐길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 단편의 세상에서 서로를 감시하는 것이 폭력이자 부당한 행동이라는 것을 배우기 전에 감시가 잘못된 것이 아닌 당연한 것이라 받아들이게 되다면, 그것은 부당하고 폭력적인 것이 아닌, 일종의 즐거운 행위로 받아들여질 있을 같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타인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감시' 하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또한 감시를 하지 않으면 고립되는 것이라는 문장을 읽으며 "이렇게도 생각할 있겠구나." 라는 생각도 하였다. 확실히. 애초에 감시가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세상에서 혼자가 기분이들 것이다.그것이 자유라는 사실도 모른채 말이다.


이번 단편 역시 무거운 주제를 유머스럽고 부드럽게 풀어내 읽기 좋았다. 다음 단편은 어떤 생각을 줄까? 기대된다.



# 03. 인간들 이야기.


"DNA 배열이 얼마나 유사한가 정도에 불과한 문제다. 그런 것에 너나 없이 심각해지는 걸까?"(p.164)


교헤이는 행복한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항상 고독하게 살았다. 그는 겉으로 보기에 잡을 없는 훌륭한 과학자로 살아가지만 여전히 깊은 고독에 빠져 무미건조하게 살아간다. 그러다 자신의 누나가 버린 아들 '루이' 함께 살며 조금씩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자가 되어 귀국하던 . 가출한 루이를 통해서 타인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할 있게 되었다. 드디어 그가 진정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시작한 것이다.


"진짜 가족이 보자. 우선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거야."(p.179)


역시 고독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가 많아서 그럴까? 초반 교헤이의 모습을 보며 많이 공감했다. 또한 행복한 가정에서 크게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어딘가 항상 고독함을 느끼며 인간 관계를 비롯한 현실의 문제들이 하찮게 느껴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나도 처럼 루이 같은.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삶의 환희를 느낄 있을까? 자주 밀려오는 고독에서 벗어날 있을까?


그러기를 바라며 책을 덮었다.



# 04. 중유맛 우주 라멘.


도시 에키치카의 라멘 식당 


도시 에키치카의 라멘 식당. '라멘 푸른별' 점주 도시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양한 등장인물, 사건 사고를 통해 재미를 느꼈고 그것을 넘어 '다양성' 대해 생각했다.


'다양성'


라멘 푸른별에는 하나의 내장계에 여러 개의 두뇌를 가진 복두종 토리파치 성인부터 한순간에 도시를 파괴할 있는 거대 생물까지 다양한 존재들이 이용한다. 그러다보면 정신도 없고 종족에 적합한 음식을 개발해야 되는 많은 수고와 고통이 따를 것이고 보통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문객의 범위를 한정하는 폐쇄적인 경영을 하는 것이 현명한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점주 도시오는 종족을 가리지 않고 음식을 대접한다.


"그래. 시민이 됐든 뭐가 됐든, 소화관이 있는 놈은 손님이야. 가게 시작하기 전에 그렇게 결정했거든."(p.215)


그의 말에서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다양성을 받아드리려는 노력을 느꼈다. 앞으로 시대에는 다양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지 반가운 글이었다.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버렸다.



# 05. 기념일.


이야기는 어느 갑자기 집에 거대한 바위가 놓여있는 황당한 일부터 시작된다. 처음 주인공은 귀찮게 생각하기도 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생각을 하지만 결국 바위를 가족으로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단편을 읽으며 인간은 홀로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서 그런것일까? 같은 인간이 아니더라도 정서적으로 교감할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 그게 바위가 되었든, 인형이 되었든 말이다. 정서적 교류에 대해 생각한 단편이었다.



# 06. NO reaction.


"비밀을 철저하게 비밀로 만들지 못하는 불투명 인간의 업보라는 것이리라."(p.308)


인간이라면 부정한 짓의 흔적을 어딘가에 어떠한 방법으로 남긴다. 마치 자신의 존재를 과시 하듯이. 우리는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아마도 죄를 씻어내고 투명한 깨끗한 인간이 되고 싶어서일까?


인간이란 그런 존재다. 조금이라도 올바르게 보이고 싶은 존재란 말이다. 뻔뻔하면서도 애처로운 존재. 그게 인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세상에 비밀이 있다고 믿지만, 세상에 비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그를 통해 새로운 '무언가' 탄생한다.



# 에필로그.


6편의 단편 소설의 분위기는 따뜻하고 유머스럽다. 그래서 SF 장르임에도 어렵지 않게 편안하게 읽힌다. 하지만 단편 소설의 주제는 곰곰이 생각해볼 부분이 많다.


SF 소설을 넘어 우리 인간의 삶과 욕망 그리고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좋은 책을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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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늙을까, 왜 병들까, 왜 죽을까 - 내 안의 세포 37조 개에서 발견한 노화, 질병 그리고 죽음의 비밀 서가명강 시리즈 38
이현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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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을 보내면 자신의 생각, 감정을 돌볼 시간이 없다. 어디 그뿐일까? 자신의 몸을 유심히 살펴볼 수 없다. 그렇게 현실에 치여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정신, 육체적 고통을 호소한다. 그제야 후회하며 자신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최근까지 나 역시 유심히 자신을 살펴봤던 기억이 없다. 지금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그리고 내 몸은 어떤 상태인지.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고 피곤한 삶을 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왜 늙을까, 왜 병들까, 왜 죽을까>를 읽게 되었다.


"하나의 세포는 영원하지 않으며 반드시 죽는다. 대신 자기와 같은 DNA를 가지는 세포로 분열하여 많은 자손 세포를 만든다. 이것이 바로 생명 현상의 기본이며 생명의 정의이자, 생명이 무생물과 구분되는 지점이다. p.22)"


우리 몸의 가장 기본인 세포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평소 나는 활동적인 사람이 아니지만, 나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는 활발하게 활동하며 분열하고 복제를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이어 "내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은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 나는 너무 나태하게 살고 있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끝없이 활동하는 세포를 생각해 보면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손을 만드는 세포와 다르게 여전히 혼자인 나는 무생물인가?라는 어이없는 생각을 하면서 한동안 멍하게 있기도 했다.


세포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지금 내가 더 활동적으로 열심히 그리고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며 일상을 보내고 있구나."라는 결론을 내렸다.


보통 과학에 대한 이야기는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한 분야로 인식되고 생소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적다. 그리고 아직까지 과학에 대한 책들은 전문 기술과 어려운 학문적 정의를 설명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책에는 세포에 대한 이야기 말고도 다양한 이야기가 적혀있다. 암의 역사, 원인, 치료, 관련 기술 그리고 노화에 대한 이야기가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집중하면 읽을 수 있도록 친절하고 쉽게 쓰여있다. 그러니 세포, 노화, 질병에 대해 궁금하다면 걱정하지 말고 읽어보기 바란다.


또한 분명히 과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자신의 모든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좋은 책을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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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물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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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장비를 갖춘 요원들이 사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어떤 사람은 사진을 촬영하고 어떤 사람은 약품을 이용하여 혈흔을 찾고 있다. 현장에서 조심스럽게 수집된 증거물은 과학을 통해 분석되고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가끔 인간만의 통찰과 직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과학 수사가 중심이 된 글은 현실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지만,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인간의 영역인 직감과 통찰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가연물의 저자 요네자와 호노부는 교토 애니메이션 <빙과>를 통해 알게 된 작가이다. 요네자와 호노부는 이 애니메이션의 원작자이기 때문이다.


<빙과>는 고등학생들이 학교 관련된 미스터리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학생들답게 복잡한 트릭과 과학적 기술을 사용하지 않지만, 10대 소년소녀들이 느낄법한 여러 가지 감정과 갈등을 직감과 통찰을 통해 해결해 나간다. 하지만 속 시원하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글을 읽고 나면 끝 맛이 씁쓸한 커피를 마셨던 느낌이 떠오른다.


최근 흔하게 읽을 수 있는 추리, 미스터리 소설과 다른 이 느낌. 끝 맛이 씁쓸한 커피를 마셨던 느낌이 요네자와 호노부 글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이번에 출간된 <가연물>에 수록된 단편들도 그만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설산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야심한 밤에 발생한 교통사고, 산기슭에서 발견된 토막 난 시체, 쓰레기 방화사건, 인질 사건에 대한 사건이 수록되어 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건은 산기슭에서 발견된 토막 난 시체 이야기인 '목숨 빚'이었다. 이 글을 통해 은혜를 갚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생각과 업보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리고 아무리 선한 생각으로 시작한 행동도 방법이 옳지 않고 극단적이면 결국 끝이 좋지 못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또한 자신에 대한 상사와 부하들의 평판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수사에만 집중하는 가쓰라 경부의 모습을 통해 과거 뛰어난 통찰과 직감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을 떠올리며 글을 읽었다. 그래서인지 사건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만약 그가 최근 흔하게 볼 수 있는 경찰의 모습을 보였다면 사건에 몰입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통찰과 직감을 갖춘 탐정을 만난 것 같아 반가웠다. 이후에도 가쓰라 경부의 이야기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정석적인 수사 방법을 따르면서도 마지막에 인간의 영역인 직감과 통찰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의 시각에서 사건에 몰입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소설을 적극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좋은 책을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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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제임스 - 문명의 한복판에서 만난 코스모폴리탄 클래식 클라우드 32
김사과 지음 / arte(아르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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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헨리 제임스”

이름은 알고 있지만 아직 그의 글은 읽지 못했다. 그가 어느 국가와 시대에 살았고 어떤 글을 썼으며, 그는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이런 상태에서 프롤로그를 읽으니 그의 삶과 글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

그는 미국인이었지만 영국 문학의 전통에 속해있으며 파리를 꿈꿨지만 런던에 정착했고 그럼에도 가장 사랑한 땅은 이탈리아였다고 한다. 굉장히 복합적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도 희귀한 떠돌이였다고 한다. 그의 삶이 반영된 것이다. 글. 특히 문학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가의 삶의 녹아있다. 작가가 아무리 숨기려 노력해도 결코 지울 수 없다.

작가로서의 그의 삶은 평탄치 못했다. 그는 어디서든 이방인이었다. 사람들은 그의 글을 좋아하거나 칭찬하지 않았고 ‘난해하다’ ‘현학적이다’ 등의 악평을 했다. 특히 그의 아버지와 형이 그의 글을 폄하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는 괴로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글쓰기를 지속한 이유는 문학의 궁극적 관대함과 자유를 믿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영문학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작가가 되었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법. 그가 어떤 곳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해졌다.

# 02. 뉴욕.(New York)

그의 아버지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예민하고 방랑자 기질 덕분에 한곳에 정착하지 못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정했지만 본질적으로 예민하고 불안성이 높았던 그는 강인한 아내에게 삶의 모든 것을 의지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헨리 제임스는 모든 일을 초연하게 처리하는 어머니에게 존경과 애정보다 공포를 느꼈다. “혹시 강인한 어머니가 허약한 아버지를 집어삼켜 버린 것은 아닐까?” “어머니가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공포를 말이다. 이러한 어린 시절의 경험은 자연스럽게 인간 사이의 권력 투쟁 등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이러한 요소는 그의 삶과 소설에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또한 주류 가정의 아버지들과 달랐던 그의 아버지는 당시 미국 주류의 생활방식, 문화, 교육을 멀리하였고 아이들에게도 주류의 문화, 교육을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교육방식에는 방향성과 목표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그의 자식들은 모두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불행한 삶을 살았다. 그나마 헨리 제임스만이 작가로서 삶을 이어나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러한 환경은 제임스에게 죽을 때까지 이어나간 ‘고뇌’라는 선물이자 저주를 물려주었다.

그렇게 성장한 그의 눈에 미국은 소박하기보단 황폐했고 공장과 사업가들의 세계, 터프하면서도 한심한 댄스파티에 참여하는 여자들만 가득한 세상이었다. 유럽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국가였다. 그리고 본인은 발자크, 조르주 상드 같은 유럽의 작가들과 대결하고 싶은 욕망이 가득하고 큰 꿈을 꾸고 있는데 주변의 미국인 작가들은 현실에 안주하고 소심한 족속들로 보였다. 결국 그는 유럽으로 떠난다.

그의 바람대로 다양한 명사들을 만나며 행복한 삶을 살지만 그가 몹시 아꼈던 사촌의 죽음으로 충격에 빠져 미국으로 돌아온다. 이 과정에서 끝없이 방황과 고뇌를 하지만 문학을 놓지 않고 작품을 출간한다. 그렇게 맨해튼에 정착하려고 노력한다.

그의 작품에는 미국인들이 선망하는 전형적인 여성들이 등장한다. 항상 자신만만하고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리고 누구보다 독립적이고 싶어 발버둥 치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한마디로 겉으로 보기에 ‘완벽한 인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불완전한 존재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자연스럽지 못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그것을 강요하는 미국을 비판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본인이 천박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의 삶에 놀아나는 바보 같은 여성들을 비판하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아마도 그랬다면 그가 지금까지 영향력 있는 작가로 남아있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서 그의 글을 읽어보고 직접 판단하고 싶다.

저자는 미국과 뉴욕의 부정적인 부분을 강조한다. 그런 그의 주장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지만 끝없이 펼쳐진 마천루,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센트럴 파크, 그곳이 가진 상징성, 다양한 인종들의 욕망이 뒤섞여 분출되는 특유의 분위기 등 여전히 뉴욕은 나에게 선망의 도시이다.

# 03. 파리.(Paris)

파리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두근거렸다. 그가 플로베르의 문학 모임 세나클에 참여했던 것이다. 거기에서 플로베르, 에밀 졸라, 알퐁소 도데, 모파상을 만났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들을 직접 만난 것이다. 부럽다. 하지만 그는 이 모임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세나클은 다른 계파를 모조리 혐오하는 아주 작은 문학 계파이다. 하지만 계파의 내부는 정력적이고 부지런하며, 편협하지만 완벽한 생산품을 만들어 내는 놀라운 생산력으로 가득 차있다.”(p.67)

그는 그들의 오만하고 편협한 세계관에 거부감을 느꼈지만 특유의 독한 매력을 거부하지 못했다. “특유의 독한 매력.” 정말 공감한다.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 특히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를 완벽하면서도 독보적이라고 생각했지만 플로베르의 천재성을 굉장히 야박하다고 평가한다.

나 또한 제임스와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런 식으로 엠마를 나락으로 떨어뜨려야 했을까? 하지만 플로베르와 그의 추종자들은 엠마의 비극적인 삶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단어들의 운율 등 뛰어난 문장에 대한 관심뿐이었다.

환상이란 한순간 사라지는 법. 결국 그는 파리라는 도시에 속하지 못한 채 다시 새로운 도시로 떠난다.

# 04. 런던(London)

그가 살았던 시대의 런던은 세계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해 보이는 파리와 달리 부와 가난이 함께 존재했고 세계 곳곳에서 흘러들어온 기술, 문화가 혼재했다. 그는 이런 런던에 만족해하면서도 거대하고 대단한 이 도시가 머지않아 세계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와 다시는 최고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구체적으로 런던의 어떤 면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을까?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그의 눈에 특별히 보이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런던에 매력을 느꼈고 파리와 다르게 런던의 상류사회에 정착한 뒤 오랜 시간 삶을 이어간다.

# 05. 글을 마무리하며.

그는 세상의 어두운 면도 파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혔다. 특히 그의 작품에는 강인하고 유능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녀들은 결국 모든 것을 실패한다. 이는 당시 사회에서 아무리 유능하더라도 사회적, 경제적으로 제한이 있던 여성들의 모습이었다. 그가 살았던 시대를 생각해 보면 이런 부분을 글로 쓴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거침없이 글을 쓴 그는 자신의 생각을 숨기지 않는 진정한 작가였다.

또한 그는 소설이 아닌 희곡을 쓰기도 했지만 처참하게 실패한다. 그는 실패를 인정한 뒤 영원히 연극계를 떠난다. 이때의 경험은 그의 후기 3부작에서 우아하지만 차갑고 냉혹함이 느껴지는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창조해 내는데 도움이 되었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것이다.

한편 여성에 대한 그의 태도와 감정도 기억에 남았다. 그는 강인하고 유능한 여성들을 동경하고 아끼면서도 그녀들이 자신을 파괴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떨며 여성을 멀리했다. 그가 살아있는 동안 여성에 대해 양가감정은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그의 삶은 피곤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모습을 보며 내가 좋아하는 '드가'가 떠올랐다. 그 역시 여성에 대한 그림을 많이 남겼지만 여성 혐오 자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여성을 멀리했다. 드가 또한 여성에 대한 양가감정을 가졌던 것일까? 그들의 모습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다.

마지막으로 그가 젊은이들에게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마음껏 즐기세요. 나는 말해 주고 싶습니다. 그것(문학)을 손에 넣고, 극한까지 탐험하세요. 드러내고, 한껏 기뻐하세요. 삶 전체가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을 구석으로 몰아넣고는 오직 그들이 가리키는 곳에만 예술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을 무시하세요. (중략) 긍정주의 혹은 비관주의에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삶 그 자체의 색깔을 포착하기 위해 힘쓰세요. <소설의 기교> 헨리 제임스."(p.186-187)

"삶 그 자체의 색깔을 포착하기 위해 힘쓰세요." 한동안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클래식 클라우드 헨리 제임스' 또한 훌륭한 가이드와 함께 예술가의 삶과 관련된 도시를 여행한 기분이다. 평범한 여행이 아닌 예술가의 삶을 느끼고 알아가는 특별한 여행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좋은 책을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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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유희
이가라시 리쓰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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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자신을 위해 복수는 하지 말아야 된다.

책을 읽던 중 잠시 복수는 정당한 것일까?에 대해 생각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복수는 옳지 않고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다. 복수를 하기 위해 항상 분노하고 타인을 증오해야 된다.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육체적 고통도 이겨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결국 복수를 성공해도 그동안 축적된 피로와 죄의식은 죽을 때까지 본인을 따라다닐 것이다. 하지만 복수심을 포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부정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때로 '복수'를 하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 또는 등장인물을 만나면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의 마음이 공감될 때도 있다.

하지만 결국 복수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는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복수를 달성한 순간의 기분은 좋을지 몰라도 분명히 얼마 뒤 공허함과 죄의식을 느낄 것이고 남은 인생도 허무하게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

용서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자신을 망가뜨리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 02. 삶은 사회적 약자에게 가혹하다.

어린 시절 기요요시와 미레이는 청소년보호시설에서 살았다. 그들은 시설 내부에서도 밖에서도 사회적 약자였고 시설을 나오게 된 순간 그들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찾기 힘들었다. 물론 그들을 도와줄 어른을 구하는 것 또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결국 그들은 옳지 못한 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돈을 모으기 시작했고 그 끝은 좋지 못했다.

소설 속 그들의 모습은 종종 현실의 뉴스에서도 볼 수 있다. "삶이 불공평할 수밖에 없지만 너무 가혹하다."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그렇다면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라고 생각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다른 생각들에 파묻힌다.

잠시 책을 펼친 채 "나는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잠겼지만 오늘도 역시 다른 생각에 파묻혔다.

"그래도 미레이와 기요요시의 행동은 잘못되었어. 받아들일 수 없어."라고 생각하며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 03. 죽은 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명예를 지키려면 옳은 방법을 사용해야 된다.

죽은 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면 옳은 방법을 사용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죽은 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 생각한다. 옳지 않은 방법을 사용한다면 차라리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 04. 법과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항상 보완 방법을 찾아야 된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그들이 만든 법 또한 불완전하다. 때로는 옳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법이 옳다고 주장하거나 법에 의한 심판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 안 된다. 항상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생각하고 만약 있다면 보완 방법을 생각해야 된다.


# 05. 법정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임에도 어렵지 않게 즐기며 읽었다.

무고 죄에 대해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일본은 유죄 판결이 확실하다고 생각될 때에만 기소하여 유죄 판결이 99%라고 알고 있다. 아마도 작가는 이런 비정상적인 일본의 사법 시스템을 지적하고 싶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작가가 무고 죄의 책임은 개인과 사법 시스템 모두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느꼈는데, 개인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한동안 머릿속에서 맴돌 것 같다.

기본적으로 '법'에 관련된 작품들은 생소한 어휘, 숨이 막히는 분위기 등의 이유로 읽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소설을 읽으며 나의 편견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설은 여러 가지 복선과 매력적인 등장인물을 통해 법 장르의 소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고 알려준다.

평소 법 장르의 소설을 어려워하는 분들과 현실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좋은 책을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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