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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의 오후 -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및 후기 수록)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엮음, 서창렬 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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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된 글을 읽으며 그의 삶이 안타깝게 느껴지고 "정말 이렇게 파멸할 수밖에 없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코올 중독, 열등감, 잘못된 사랑, 자기과시 등 삶의 부정적인 측면은 그가 매력적인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으나 삶을 빼앗아가는 결정적인 원인도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글을 통해 '삶'을 살아가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가 하루키와 같이 규칙적인 생활을 바탕으로 건강하고 바람직한 삶을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재즈 시대의 매력적인 분위기와 아름다운 문장이 녹아있는 멋진 글을 더 읽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니지. 건강하고 바른 이미지의 그는 상상할 수 없지."라며 한동안 그의 매력적인 글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피츠제럴드 본인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이기적인 독자다.


나는 어느 정도 피츠제럴드의 삶을 알고 있기에 글을 먼저 읽은 뒤 내 생각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하루키의 설명을 읽었다. 다만 피츠제럴드의 삶을 모르거나 그의 글이 처음인 분들은 하루키의 설명을 먼저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 재즈 시대의 분위기와 그의 삶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좋은 책을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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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로마사 (텐바이텐 로마사) - 천년의 제국을 결정한 10가지 역사 속 100장면
함규진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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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고대 로마인들은 야만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뛰어난 기술과 과학 지식, 다양한 문화를 누리며 살았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와 비교하면 안 된다.) 또한 은근히 우리는 그들의 유산을 통해 많은 기술과 제도를 만들었고 계속 진화하고 있다.

특히 나는 고대 로마사를 읽을 때마다 그들의 현실적인 생각과 행동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삶의 태도에 힘을 얻는다. 아무래도 나는 평생을 고대 로마에 푹 빠져서 살아갈 것 같다.

이 책은 언제나 궁금한 고대 로마사. 하지만 너무 긴 역사로 인하여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결국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수록된 내용들은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당 챕터를 적어두었는데 개인적으로 좋았다. 순서대로 읽지 않고 본인이 관심 있는 내용부터 읽을 수 있고 읽다가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모르고 있는 부분을 이해한 뒤 이어서 글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책을 적극적으로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좋은 책을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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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박물관 붉은 박물관 시리즈 1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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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빵의 몸값]

이야기는 실력을 인정받은 사토시가 실수로 인하여 수사 1과에서 '붉은 박물관'으로 발령을 받으며 시작된다. 처음 출근한 날 이곳의 분위기와 사람들을 보며 자신의 미래를 걱정한다.


그러던 중 감정과 생각을 알 수 없는 관장 사에코가 그에게 1998년 발생한 사건에 대한 자료 조사를 요청한다. 사토시는 그녀의 부탁을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직장 상사의 지시였고 따른다.


결국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생각과 판단이 옳았고 그동안 찾지 못했던 범인을 찾게 된다. 이후 유배지로 발령받았다며 투덜거리던 사토시는 사에코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또한 자신의 옛 상사의 부당한 행동에 분노하며 붉은 박물관에서 열심히 생활할 것을 다짐한다.


또한 사토시의 옛 상사인 이마오 마사유키가 보인 판단과 행동을 통해 그가 어떤 인물인지 생각해 보면 자신이 신뢰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잘못까지도 덮어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사토시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그가 등장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02.

[복수 일기]

삶이 힘들었던 교이치는 공허함을 느끼며 자살을 하려고 했지만 정말 우연히 만난 마이코의 질문 덕분에 조금씩 삶의 활력을 찾아간다. 결국 둘은 사랑하게 되었고 사귀게 된다. 하지만 마이코의 이별 통보로 인해 둘의 관계는 끝난다. 후에 밝혀지는 사실들을 말하면은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


다만 나는 과연 교이치가 마이코에게 느꼈던 감정이 사랑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사랑이라기보다는 그가 마이코를 구원자로 생각했다고 느꼈다.


교이치는 자신이 마이코에게 해준 것이 없다는 말을 했다. 서로 사랑했던 사이인데 상대방에게 해준 것이 없다는 표현을 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가 정말 마이코를 사랑했다면 그런 선택을 안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최후가 안타깝거나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 03.

[죽음이 공범자를 갈라놓을 때까지.]


'교환 살인'이라는 소재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실제로 이런 사건이 발생한다면 그들은 어떤 관계일까? 개인적으로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관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중 한 문장이 기억에 남았다.


"교환 살인의 공범자가 된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중략) 교환 살인의 공범자들은 서로 신뢰 관계를 구축한 운명 공동체라는 점에서는 부부와도 비슷했다. 아니. 부부보다도 더 끈끈한 인연으로 맺어졌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부부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면 이혼할 수도 있지만 교환 살인의 공범자들은 헤어질 수 없는 것이다. 헤어진다는 것. 즉 상대를 배신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범죄가 발각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p.232)


나의 생각과 작가의 생각이 비슷해서 기분이 좋았다.


# 04.

[불길]

사람은 살면서 '화'라는 감정을 피할 수 없다. 이럴 때 화를 어떻게 해소하는지에 따라 본인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 화를 낼 때 파괴적으로 폭발하듯이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화를 참기만 하면 언젠가는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폭발하기 마련이다. 그게 자신의 삶만 파괴할 수도 있지만 타인의 삶까지 파괴할 수 있다.


다른 이야기들과 비교하면 짧은 단편이었지만 내 취향인 글이었다.


# 05.

[죽음에 이르는 질문]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간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과거에 학대를 당했던 사람들은 현재 자신의 가족에게 똑같은 학대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이야기도 과거의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인해 뒤틀려버린 사람의 이야기였다. 사람이 과거의 고통을 치유하지 못하면 결국 좋지 않은 방향으로 행동하게 된다. 과거 고통스러운 경험이 있다면 치유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 에필로그


추리소설을 잘 읽지 않는 나에게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들과 다르게 지난 증거 자료와 서류들로 추리를 하는 사에코의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내가 알고 있는 추리 소설의 주인공들은 사건 현장에 직접 뛰어들고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 얘기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알고 있던 전형적인 수사관의 모습은 사토시이다. 그런 사토시가 사에코에게 사건에 대한 질문을 하고 가르침을 받는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당시 사건 현장에 직접 가보거나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 수사를 진행하는 사토시와 증거자료와 서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사에코가 조화롭게 팀을 이뤘기 때문에 글이 지루하지 않고 즐거웠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추리 소설보다 조금 독특한 추리 소설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특히 개인적으로 '불길'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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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비 납치사건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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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을미사변’에 대해 생각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중학생 때 드라마 명성황후를 통해 똑똑하고 강인한 조선의 국모이자 악랄한 일본인들에게 희생당한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 국사, 근현대사, 세계사를 배우며 명성황후의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부정적인 평가에 더욱 공감했다.

​물론 명성황후가 살았던 시기의 조선은 당장 망해도 이상할 것 없는 왕조였지만 당시 민씨 일족이 사치스러운 생활과 매관매직의 중심에 있을 수 있던 이유가 무엇일까? 거기에다 임오군란, 갑신정변 등을 해결하기 위한 그녀의 어리석은 판단 그리고 나중에는 굿판까지 벌였던 그녀를 어떻게 좋게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일본이 저지른 을미사변은 야만적이고 우리가 잊으면 안 되는 역사적 사건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조선에서 일본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자신들과 대립하는 상대방을 이렇게 잔인하게 살해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당연히 아니다.

아무리 인권에 대한 의식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여도 한 국가의 궁에 쳐들어와 칼로 여왕을 비롯한 사람들을 살해한 것은 야만적이고 잘못된 것이다. 특히 명성황후의 시체를 불태워 버린 잔악한 행위는 더욱 잘못된 것이다.

이는 단순하게 우리가 약소국이라 이런 굴욕과 수모를 당했다며 분노하며 끝낼 문제가 아니다. 조금 더 나아가 당시 일본인들의 제국주의적인 생각이 얼마나 야만적이고 파괴적인지 잊지 말아야 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책을 읽다 보면 일본인들이 가난과 고통에 허덕이며 살고 있는 조선인들에게 기업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연계해 주었다는 주장을 들을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도와준 조선인들은 모두 하나같이 자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며 이러한 사실은 다 잊은 채 요즘 한국인들이 자신들을 악인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 어이가 없다는 듯한 말을 한다.

당연히 당장 먹고살기 힘든 사람에게 일자리를 연결해 주면 그 자리에서는 감사하다고 말을 하지 욕설을 내뱉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조선인들이 소개를 받고 도착한 곳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대우를 받았냐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그들의 주장을 읽으며 전후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고 오히려 가해자가 피해자인 척을 하며 자학적인 사고방식은 옳지 않다며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엉터리 교과서를 만드는 시도를 하는 등의 모습을 보며 일본 지도층의 생각과 행동이 피해자를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지금의 일본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만약 패전 이후 제국주의 망령들이 처벌받아 지도층의 구성이 모두 바뀌고 자신들의 과오를 역사책 그리고 교육에 반영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일본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아시아에서 지금보다 더 강하고 큰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을미사변에 대한 자료를 찾던 중 “을미사변과 갑신정변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나 역시도 고등학생 이후로 근현대사에 대해 공부한 적이 없기에 구체적인 내용은 잊고 지냈지만 이러한 아픈 역사가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에 조금 놀랐다.

동시에 자국민들도 잘 모르는 역사를 일본인들이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역사와 관련된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 영상들이 많지만 여전히 역사 그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이런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교양서적처럼 딱딱하거나 구체적인 사실을 나열한 것이 아닌 흥미롭고 매력적인 글로 역사적 사건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설이기 때문에 책에서 언급된 내용들을 무조건 진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경계해야 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을 통해 을미사변과 명성황후 그리고 당시 일본에 대한 자료를 찾아 읽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좋은 책을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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