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질 - 그해 비가 그치자 조선에 역병이 돌았다 오늘의 청소년 문학 33
이진미 지음 / 다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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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남의 죽음을 두고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렇지만, 그런 걸 보면 목숨만큼은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어."

"맞아, 우리 아버지도 그러셨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람을 신분에 따라 귀하고 천하다고 나누지만, 하늘이 내려 준 사람의 목숨은 모두 똑같이 소중한 거라고 말이야."

-132p.


지속되는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뒤흔들고 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의 창궐로 우리는 많은 혼란을 겪고 있고, 여전히 우리는 이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의술이 발달한 지금 이시기에도 알 수 없는 바이러스는 위협적인 존재고, 이 존재를 따라 많은 이야기들이 따라온다. 하지만 그 어떤 조건 앞에서도, 우리의 삶은 공평하게 한번씩 주어지며 사람의 목숨은 소중한 것이다.


전염병의 등장은 역사이래 심심치 않게 있어왔던 일이고, 200년 전 조선에는 호열자(虎列刺·콜레라)가 처음 유행했다고 한다. 평안도 정주는 평온한 마을이었다. 광산사업으로 큰 돈을 번 황부자댁은 사실상 이 동네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았고, 마을 사람들은 서로간의 사정을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던 평범한 마을에 그 날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긴 장마의 끝에 마을을 덮친 알 수 없는 괴질의 등장으로 마을은 쑥대밭이 된다. 금광에서 시작되었다는 낭설과 함께 토사곽란으로 죽어가는 이 괴질은 평탄하게 살아가던 이들을 의심과 증오의 터전에서 살아가게 만들고, 서로간에 견고한 성을 쌓게 만들었다.


어디에서 시작된 괴질인가, 마을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힘들 때마다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던 황부자댁은 되려 돌팔매질을 맞는다. 생과 사의 문턱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간사하고 이기적이게 변하는가. 그리고 이 암담한 사회를 바꾸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새로운 시대의 탄생이다.


생과 사의 문턱 앞에서 가벼운 목숨도 무거운 목숨도 없다는데 홍이는 동생을 낳다 죽어가던 엄마를 의원에게 보이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던 아버지도 결국 그 무거운 신분의 사또에게 잃고야 말았고, 하나뿐인 동생도 괴질 앞에 잃을 위기에 처한다. 완 역시 얼자라는 이유로 모든 것에서 차별받으며 살아가지만 홍이를 만난 후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돈도 권력도 아닌 누군가를 향한 진솔한 바람이다. 이 바람은 한데 모여 돌풍을 만들어내고, 세상을 바꾸는 태풍이 된다.


태풍의 중심엔 홍이가 있다. 더이상의 슬픔도 생기지 않을만큼 설움의 깊이가 클 홍이는 되려 홍이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다른 이들을 생각하는 마음과 목숨의 경중이 없다는 신념으로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자 노력한다. 이 선한 영향력은 곧 모든 곳에 힘을 발휘하고, 완이 스스로의 한계를 벗어내고 검불아재가 스스로의 더께를 벗어내고 다시 본연의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한다.


청소년소설답게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짧은 문장구조, 빠른 전개와 희망찬 미래를 향한 힘찬 걸음이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사실 조금 아쉬운건 홍이와 완의 봄날이 짧게 스쳐지나가는 것. 차라리 없어도 좋으련만, 이들의 봄날은 또 다른 미래를 향하는 걸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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