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파랑
정이담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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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누군가를 구조하러 뛰어 든 몸과 마음에는 상흔이 남는다. 그러나 누구도 구하지 않은 이들은 어디에도 치료할 상처가 없다.
-22p.

상실의 고통을 채우는 것, 그것은 바로 너였다. 우리는 마주하지 않았어야 할 사건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잃은 이들을 되찾기 위해 또 누군가를 잃었다. 잊혀져선 안 될 그 날의 기억이 상처로 남은 아이들. 귀신고래의 노래를 꿈꿨던 해수와 고래별을 꿈꾼 은하의 가슴시린 사랑의 역사가 가슴시렸다.

은하와 해수가 그랫기에 꼭 살아내길 바랐고, 죽음의 가까이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의지가 애처로웠으며, 결국 서로가 서로에 대한 상처이자 서로를 보듬은 치유의 존재라는 것이 시리고 아팠다.

그 누가, 이들의 삶에 돌을 던질 수 있지. 이들의 상처를 쉽게 이야기할 수 있지. 왜 우리는 잃고나서야 비로소 돌아보는 걸까. 아니, 뼈아픈 상처에 대한 기억은 왜 이토록 쉽게 잊어버리고 또 다시 되돌아가는 것일까. 때때로 우리는 사람의 생명의 가치가 물건보다 값싼 존재가 된다는 사실에 직면하곤 한다. 돈이라는 가치에 쉽게 우리는 많은 이들의 안전을 내걸어든다.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조직은 쉽게 개인에게 책임을 미루고, 회피한다. 그렇게 우리는 책임을 물을 대상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과거를 답습하며.

우리는 어쩌면 다른이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귀신고래의 노래에 귀기울여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누구도 귀기울여 주지 않아도, 하나가 되어 목소리를 모아 내는 귀신고래들처럼. 그래서, 해수와 은하가 다시 바다에서 마음껏 헤엄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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