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말의 희망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지음, 공진호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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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즐기지도 그렇다고 포기하지도 못했던 20대를 보내고 30대를 맞이한 패트릭. 여전히 어린시절의 고통과 상처를 잊지 못했지만 마지막 하나의 희망을 붙잡고 살아가기 위해 몸부림친다.

30대가 된 패트릭은 이제 더이상 팔에 주사를 꽂고 순간의 쾌락을 맞이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꾸준히 약물중독치료에 나가고 사회에서 정상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주변인들의 선입견은 여전하다. 내 삶을 망가뜨린 아버지는 죽었고, 그의 잔상도 남지 않을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남긴 상처의 잔상으로 고통받는다.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그는 자신의 친구인 죠니에게 자신의 상처를 내보인다. 30대가 돼서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의 아버지가 왜 자신에게 그렇게 가혹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어른이 된 패트릭. 하지만 그렇다고 아버지를 용서할수도 그렇다고 미워할 수도 없어져버린 어른.

"...하지만 복수로든 용서로든 엎지른 물을 주워 담지는 못해. 복수와 용서는 지엽적인 구경거리지. 그중 용서는 더 매력 없어. 용서는 박해자에게 부역하는 것을 의미하니까. 내가 보기엔 말이야, 십자가에 못 박혀 죽아가는 사람들 마음속에 용서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것 같지는 않아. 예수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그는 구세주 강박증을 보인 최초의 인간은 아니었지만 가장 성공했지. 아마 십자가형을 집행하며 잔인한 행동을 즐긴 자들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겠지. 그리고 희생자는 가해자를 용서해야 비로소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는 미신을 퍼뜨리기 시작했을 거야."
- 124p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패트릭 멜로즈 시리즈. 이 모든 고통의 시작이었던 1권 '괜찮아', 그 고통을 지워내지 못하고 자신을 파괴하던 20대의 삶을 그린 '나쁜 소식'에 이어 30대의  패트릭은 조금이나마 아버지의 속내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고, '일말의 희망'을 안고 살아가보기로 결심한다.

"난 또 논쟁적인 공상에 빠져 있었어. 나는 왜 지능은 전적으로 나 자시과 다툴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가끔은 그 지능으로 무엇이든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21p

하지만 여전히 그의 아버지가 속했던 상류층의 세상은 그가 함께 녹아들기엔 어렵기만하다. 치틀리에 파티에서 무례한 '마거릿 공주'를 만난 후 그 괴리감은 더욱 커진다. 자신의 아버지와 비슷한 삶을 사는 상류층의 파티에서 그는 여전히 아버지에 대한 상처와 기억때문에 괴로움을 느끼지만 그와 함께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일말의 희망을 얻는다.

여전히 이 시리즈는 어렵기만하다. 세상의 끝을 달리는 한 사내의 하루를 동행하며 그의 삶을 함께 느끼는 것은 괴롭고, 힘겹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고통을 기반으로 성장해나간다. 더이상 그는 자신을 해하지도 않고, 고통 속에서만 괴로워하지도 않는다. 그 자체만으로도 일말의 희망은 보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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