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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권의 그림책 - 어린이 교육 전문가가 엄선한
현은자 외 지음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19년 4월
평점 :
100권의 그림책
12살, 6살 된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고, 교육 관련 일을 하는 터라 나는 책에 관심이 참 많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가 독서광이고, 그 덕분인지 아이들도 책 없으면 안 되는 책벌레로 자라고 있다.
육아를 하면서 가장 시간을 할애한 부분 역시 독서였다. 아이들이 책의 기쁨을 알게 하도록 열심히 이끌어 왔다. 즐겁게 책을 읽도록 시기별로 맞는 책들을 선정하고 함께 읽었다. 나는 책에 대한 편식도 없었다. 유해한 내용만 아니라면 학습 만화도 권장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어쩐 이유에서였는지 그림책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였던 것 같다. 그냥 짧은 글의 그림책이 어쩐지 성에 차지 않았다. 특히 큰 아이를 키울 때는 무엇이든 서툰 초보 엄마라 많은 글밥과 많은 양의 책을 읽히는데 더 치중했던 것 같다. 지나고 보니 그랬던 것 같다.
작년에 우연한 기회가 생겨 그림책 치유 수업을 듣게 되었다. 처음에 그림책은 조금 낯설게 다가왔다. 과연 그림책이 치유의 기능을 할 만한 것인가 또는 유행하는 독서법의 한 형태는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오해였다. 이 그림책 수업을 들으며 그간 내가 해 온 방식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게 된 것이다. 그저 글밥 짧은 이야기책으로만 치부했던 그림책의 가치를 다시금 알게 된 소중한 기회이기도 했다.
그 날부터 나는 큰 아이가 어릴 때 읽었던 수많은 그림책을 아이들과 다시 읽기 시작했다.
몇 줄 되지 않는 그 짧은 글과 소박한 그림 속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지 ...
그게 이제서야 보이다니.. 그림책은 숨겨진 보물이 가득한 보석 상자임이 틀림없다. 툭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곱씹을수록 새롭다. 아이의 눈으로 어려운 세상을 쉽게 읽어 낼 수 있도록 철저하게 계산된 책이기도 하다.
[100권의 그림책]은 어린이 교육 전문가가 엄선한 그림책 사용 안내서이다. 엄선된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실제 그림책 100권을 선정하고 그책의 표지, 줄거리 그리고 서평까지 자세히 실려 있다.
책의 줄거리는 누가 써도 비슷하겠지만, 책을 읽은 후의 감상은 다를 것이다. 백명이나 되는 이들의 서평 또한 읽을 거리를 제공해 준다.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을 용케도 잘 알아내는 그들의 서평에 놀라기도 하였다.
100권의 그림책들 중 “까만 책 크레파스’가 주는 작은 감동을 소개한다.
아직 쓰지 않은 새 크레파스 노랑이는 심심해 바깥으로 뛰쳐나오고, 커다란 종이를 만나게 된다. 노랑이는 예쁜 나비를 그린 후 다른 크레파스 친구들을 데려와 함께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까만 크레파스는 끼워 주지 않는다. 친구들은 모두 자기의 색깔을 뽐내느라 결국 그림은 엉망이 되고 만다. 그 때 친절한 샤프 형이 실망한 까만 크레파스에게 그 그림을 모두 까맣게 칠하도록 한다. 잠시 후 샤프 형은 까만 칠을 벗겨내어 아름다운 불꽃놀이 그림을 완성하고, 친구들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다. 그리고 모두 까만 크레파스에게 사과한다.
우리 삶속에서도 늘 까만 크레파스는 존재한다. 못나 보이거나 꺼려지는 외모 또는 나와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대한다. 선입견을 가지는 그 속내가 까맣다 못해 시커멓다. 정작 까만 것은 그 자신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 조차도 선입견이다.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논리로 흑과 백을 나누고 항상 흑은 악을 맡아왔으니 불평등이고 불합리이다. 까만색은 참 억울할 만 하다.
세상에 모든 것은 저마다의 색깔과 아름다움이 있다. 누구도 무엇이 더 아름다운지 더 우월한지 판단할 자격은 없을 것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 충분히 아름답다. 남을 자기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큰 실수이다. 그리고 외면하거나 따돌리는 것은 더 큰 상처를 주는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실수를 누구나 할 수 있다. 다행히 만회 할 기회도 누구에게나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안다면 분명 용기 있는 자이고 그것 또한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그림책이 숨겨둔 보물은 이렇듯 가볍지 않은 주제이다. 하지만 알록달록 귀여운 크레파스그림과 몇 마디 이야기로 가볍게 그 뜻을 전한다. 아이들의 눈에는 크레파스 한 통이면 충분하다.
때로는 그림책이 수 백 글자의 이야기책 보다 더 긴 이야기를 들려주고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것 같다.
늦었지만 그림책의 감동을 알게 되어 기쁘다. 나는 그림책이 아이들의 책이라는 편견을 깨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혹시나 아직 그런 오해를 가진 이가 있다면 꼭 시간을 내어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 추천된 그림책들을 꼭 찾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