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과서 여행 : 중1 수필 - 중학교 국어 교과서 수록 수필 작품선 스푼북 청소년 문학
좋은책선정위원회 엮음 / 스푼북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수필은 일정한 형식 없이 자연에서 또는 생활 속에서 자신이 직접 체험한 일들을 산문 형식으로 쓴 글이다. 자기의 일상을 남기는 사소한 글인 듯 해도,그 안에 글쓴이의 영혼과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수필은 너무나도 유명한 법정 스님의 [무소유]이다. 작은 난초 화분을 키우던 사소한 일상에서 얻은 무소유의 깨달음은 여전히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작은 난초 하나이지만 드없이 소중한 생명의 근원이며, 보살펴야 할 애정의 존재이자 더 큰 욕심의 시작점이라는 법정스님의 깨달음은 많은 생각을 남기기에 말이다.
수필은 이처럼 진솔함에 그 힘이 있다. 가상의 허구로 만들어낸 그럴듯한 이야기도 매력적이지만 실제 삶에서 묻어나는 수필의 강한 향기를 다른 글이 따라 잡기는 힘들다.

“중 1 수필 국어 교과서 여행”은 글쓴이의 삶이 묻어나는 글 [나와 너]편, 그리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에 관한 글[우리] 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수 십년 전 처음 국어 교과서를 펼치던 그때처럼 다시 문학소녀가 되어 25편의 글들을 읽어 내려갔다. 그 중 내 마음을 울린 한 편을 소개해 본다.

생후 1년 만에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 1급 장애를 가진 한 소녀가 있었다. 목발 없이 걷지 못했던 그녀는 집에서 책만 읽곤 했다.
어머니는 그런 소녀가 애처로워 일부러 집앞 계단에 방석을 깔고 그녀를 앉혀놓았다. 세상과 소통하길 바랐던 현명한 어머니는 그녀를 바깥세계로 이끌어주는 ‘계단’에 자리 잡게 하고 마음의 문이 열리길 기다린다.
친구들은 어머니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이 소녀를 배려한다. 움직임이 빠른 놀이를 해야 할 때는 소녀에게 가방을 맡겼다. 숨바꼭질을 할 때는 소녀가 헛걸음할까 어디에 숨을지 미리 알려주고, 두 팀이 놀이를 할 때는 심판을 맡겨 그녀가 함께 놀 수 있게 하였다.
작은 아이들이지만 친구를 향한 마음은 크고 넓었다. 그들만의 배려가 있었고 사랑이 있었다. 소녀는 점점 바깥세상이 마음에 든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친구들의 가방을 맡아두고 열심히 세상을 바라보던 그때, 한 엿장수 아저씨가 소녀를 스쳐 지나 간다. 가다 말고 다시 돌아온 그는 미소를 띄며 소녀에게 깨엿 두 개를 건넨다.
아직 바깥 세상에 그리고 낯선 이의 호의에 망설이던 소녀에게 아저씨는 침묵을 깨며 한마디를 던진다.

“괜찮아!”

두 개의 엿가락을 받아 든 소녀는 그 순간 ‘세상이 참 살만 한 곳이구나!’ 하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게 된다.
그 때부터였다. 이제 그 소녀는 어떤 순간에도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하는 마법의 주문“괜찮아!”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삶은 진짜 괜찮아 진다. 달콤한 엿가락 만큼이나 달콤한 세상의 기쁨을 알게 된 소녀는 유학을 가고, 작가가 되고, 박사가 된다.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된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누군가가 스스로의 삶에서 체득하고 체화한 것. 자신의 귀한 살점과 영혼을 뚝 떼어 놓은 것만 같은 살아 있는 글.. 수필이 오늘 나에게 다시금 알려 주는 귀한 가르침이다.
열심히 살아내느라 힘이 들 아이들에게도 국어교과서에 실린 지루한 지문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바꾸어 놓을 만큼 감동이 묻어나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이지만 평범한 내 삶속에도, 또 다른 이의 삶속에도 이렇게 멋진 한편의 수필이 숨어 있을 법 하다. 가끔은 찬찬히 살펴보며 우리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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