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멜로디
조해진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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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악기 상점의 쇼윈도를 건너다보며 그가 상상한 것은 알마 마이어가 되살아나 바이올린을 켜는 모습이었을까, 아니면 그런 알마 마이어를 눈으로 그려보는 상상 속 권은의 웃는 얼굴이었을까.
어쩌면 둘 다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어디에서 무얼 하며 사는지도 모른채 칠년의 세월이 곧 무심함의 환산치였다는 걸 천천히 곱씹으며. (p.47)

지역을 막론하고 싸움과 반목은 계속되지만 사람을 살아가게 만드는 과정은 싸움과 반목을 이겨내고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노력에서 태어난다. 지독한 전쟁에 노출된 사람, 그 사람을 지켜보는 사람, 사람의 상처를 보듬고 원만한 상태로 돌려놓고 싶은 사람이 모여 느슨한 연대를 만든다. 연대의 느슨함은 서로에게 의무를 부여하지도 않고 권력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단순히 인간적인 동정에서 시작하여 전심으로 아픔을 겪은 사람의 회복을 기도하는 일까지 사람의 자발적인 성장을 통해 결정된다.
어쨌든 생명의 탄생과 종결이 동시간에 벌어지는 일은 인간이 배우거나 극복해야하는 숙제이기도 하다. 생명의 탄생은 고귀하고 생존을 위한 노력은 지극히 보장되어야할 인간의 사명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상당수의 학생들은 죽음과 탄생이 마치 가벼운 이벤트인 것처럼 쉽게 대하고 사소하게 생각하고 만다. 인간은 게임처럼 죽고나서 다시 체력이 회복되지 않는데 자꾸 다시 살아나는 스마트폰안의 게임처럼 생명이 간단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인간이 더이상 인간이지 못하고 그저 숫자로 사람의 마음안에 머물때 인간성은 사라지고 사람의 물성도 무의미해진다.

“사람을 살리는 사진을 찍고 싶으니까요. 죽음만을 생각하거나 죽어가는 사람들을 잊히지 않게 하는 사진을 찍는 거, 그게 내가 사는 이유예요.”(p.128)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육은 소극적인 연대를 할 수 있는 인간으로 만드는 용도라고 생각한다. 서로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는 일, 상대방에게 예측가능하고 안심을 줄 수 있는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일이 이 시대의 교육목표라면 이기적이고 안하무인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은 자연스레 도태되겠지. 모두가 사람을 살리고 싶어한다. 죽어가는 사람앞에서 감정이 평온한 사람은 거의 없다. 간절한 희망으로 전세계의 분쟁 지역에 해결책을 찾아줄 수 있다면 그 행동의 작은 시발점이 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갈증으로 속이 타는 사람에게는 물을, 호기심과 궁금함으로 점철된 사람에게는 충족할만큼의 지식을, 외롭고 고독한 삶에 신물을 느낀 사람에게는 안정과 평화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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