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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평점 :
죽음은 단순히 삶의 끝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어떤 죽음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삶의 내용과 의미, 품격이 달라진다.(…)언젠가는 죽어야 하고 잊힐 수밖에 없는 것이 숙명이라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오직 하나이다. 살아 있는 동안, 지금 바로 여기에서, 나를 ‘나’로 인식하는 철학적 자아가 삶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다. ‘나는 왜 자살하지 않는가? 무엇을 할 때 살아 있음을 황홀하게 느끼는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인가? 내 삶은 나에게 충분한 의미가 있는가?’ 스스로 이렇게 물어야 한다.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면 인생의 의미도 삶의 존엄도 없는 것이다. (71, 104쪽)
늘 하던 이야기지만 정치인 유시민보다 글 쓰는 유시민을 좋아한다. 그의 사상이나 신념, 정치적 행보가 마음에 안 들어서가 아니라 그의 ‘글’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정갈한 문체에 담긴 지고지순한 인간애가 좋고, 차분한 문장에 담긴 깊은 울림이 좋고, 온유한 어투에 담긴 강인한 신념이 좋아서다. 그런데 정치인의 삶에서 벗어난 유시민이 처음으로 집필한 <어떻게 살 것인가>는 앞서 그가 집필한 책들과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그가 프롤로그에서 밝혔듯 이번 글쓰기는 정치적 이유로 감추거나 꾸미는 습관, 관념의 속박과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의 욕망과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자 했다. 그래서인지 지난날의 글쓰기와는 다르게 조금은 투박하고 직설적이다. 그 대신 앞선 글들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소탈함이 있고, 자신의 내면(이를테면 과거의 행적이라든가 살아온 이야기, 지극히 사적인 그의 견해와 상념들)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렇듯 조금은 달라진 글쓰기를 바탕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이며 행복한 삶인가, 그리고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것(이타심, 측은지심)은 인간 본성의 발현이다. 나와 유전적으로 무관한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능력, 그들의 복지에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자기의 사적 자원을 기꺼이 내놓으려는 자발성, 이 모두가 자연이 인간에게 준 재능이며 본능이다. 이런 이타적 본성, 공감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나는 연대라고 부른다. 연대는 일, 놀이, 사랑과 더불어 삶을 의미 있고 존엄하고 품격 있게 만드는 제4원소이다. (264쪽)
저자는 어떤 삶이 의미 있는 삶인가에 대한 대답으로 무엇을 하든 자기 결정권과 자유의지를 통한 기쁨과 자부심이 전제되어야 함을 밝히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즐겁게 놀 줄 알아야 하고, 타인의 시선이나 돈을 좇기보단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밥벌이를 하고, 뜨겁게 사랑하고, 타인의 고통을 함께할 수 있는 연대하는 삶을 추구한다면 우리의 삶은 가치 있는 삶이며 의미 있는 삶이고 존엄한 삶이라는 것. 사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답은 사람의 수만큼이나 제각각일 것이며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고 강요하거나 강제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 보편적이며 절대적인 것이 있다. ‘나는 존엄하다 그리고 타인도 존엄하다’라는 대전제. 나의 존엄성과 타인의 존엄성을 지키고 기억하고 가꾸고 소중히 할 때, 사람마다 정답에 가까운 각각의 삶의 의미와 각자의 삶의 가치를 찾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찾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고자 노력하고 분투한 사람의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닌 삶의 완성이며 성취일 것이다. 결코 쉽지만은 않을 삶이고 죽음이다. 그러하기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또 어떻게 죽어야 할지 고민하고 때론 번뇌하면서 그 답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상처받지 않는 삶은 없다. 상처받지 않고 살아야 행복한 것도 아니다. 누구나 다치면서 살아간다.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세상의 그 어떤 날카로운 모서리에 부딪쳐도 치명상을 입지 않을 내면의 힘, 상처받아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정신적 정서적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 힘과 능력은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 사는 방법을 스스로 찾으려는 의지에서 나온다. 그렇게 자신의 인격적 존엄과 인생의 품격을 지켜나가려고 분투하는 사람만이 타인의 위로를 받아 상처를 치유할 수 있으며 타인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다. (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