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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자의 심리학 산책
요헨 마이 외 지음, 오공훈 옮김 / 지식갤러리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에 등장하는 효과들은 단순히 일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현상 및 원인과 결과의 설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효과들은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유효하며 타당성을 지닌다. 그리고 삶의 전반을 통틀어 반드시 마주치는 효과들이다. (머리말 중에서)
<현실주의자의 심리학 산책>은 인간의 행동과 습관, 생활 패턴, 특정 상황에서의 말과 행위들 심지어 이성적으로 판단했다고 믿는 결정까지 실상은 내재된 잠재의식과 인간의 ‘심리’에 따라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또한 이러한 근거로써 백여 가지가 넘는 심리 효과(effect)를 알기 쉽게 소개, 설명하고 있으며 우리의 삶 가운데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가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그 과정과 결과를 하나하나 밝혀 간다.
스파이크 리와 노버트 슈워츠에 따르면 손을 씻는 행동은 단순히 위생 행위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비누를 통해 스스로의 결정에 대한 의구심을 씻어내는 행동이다.(…)인간은 누구나 의식적으로 판단을 내릴 때 어느 정도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절박한 욕구가 있다. 한쪽은 찬성하고 다른 쪽은 반대해야 하는, 즉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래서 친구나 배우자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경우가 자주 있다. 손을 씻는 행동은 이렇게 정당화에 수반되는 고통을 덜어준다. (맥베스 효과 중에서 80-81쪽)
방관자 효과와 바넘 효과 등을 통해 본인의 이성과는 상관없이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휩쓸려 가고 있는지, 맥베스 효과와 루시퍼 효과 등을 통해 인간이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속이고 감추고 있는지, 호혜 효과와 수면자 효과 등을 통해 계획에도 없던 소비를 왜 할 수밖에 없는지, 최근 효과와 스트루프 효과 등을 통해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확증 편향과 반복 효과 등을 통해 인간의 판단과 결정이 과연 얼마나 객관적이고 이성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헬퍼 신드롬과 파킨스 법칙 등을 통해 사회와 직장에서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카멜레온 효과와 도미노 효과 등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떤 식으로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차례차례 발견하고 인식하게 된다.
도와줘야겠다는 욕구가 도와줄 필요성보다 더 클 때, 굳이 더 이상 도와주지 않아도 되는데 도움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으로 팔을 걷어붙일 때 또는 주목과 칭찬을 받으려는 의도로 도움을 베푸는 것일 뿐 진정 곤경에 빠진 누군가를 궁지에서 구해내려는 것과 별 상관이 없을 때다. 슈미트바우어는 이 같은 현상을 ‘헬퍼 신드롬’이라고 불렀다.(…)그들은 다른 이가 자기를 필요로 하며 의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때 상황은 거꾸로 뒤집힌다. 그런 선행은 더 이상 사리사욕 없는 이타적인 행동이 아니라 극도로 이기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헬퍼 신드롬 중에서 329-330쪽)
<현실주의자의 심리학 산책>을 통해 말과 행동, 판단과 결정 등 우리의 숱한 행위들이 인간 근저에 자리한 잠재의식과 심리에 따라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과 더 나아가 그러하기에 자신에 대한 이해와 타인에 대한 이해,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내가 알고 있는 나, 내가 알고 있는 타인이 어쩌면 그것이 전부가 아닐지 모른다. 사실이 아닐 수도 있으며 혹은 곡해하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책의 저자 요헨 마이와 다니엘 레티히는 많은 실험 결과와 다수의 심리학적 자료, 풍부한 예시 등을 근거로 인간의 행동 심리를 명쾌하고 유쾌하게 설명한다. 또한 <설득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행동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 <루시퍼 이팩트>의 저자이자 스탠퍼드 감옥 실험으로 유명한 사회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정신분석학자 볼프강 슈미트바우어 등 유수의 학자들과 그들의 실험, 그들이 주장하는 이론과 학설들을 다채롭게 만날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