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
하비 리벤스테인 지음, 김지향 옮김 / 지식트리(조선북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책에 소개된 많은 인물들이 당대에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양학자들이었고, 정부 소속으로 일했던 전문가들도 자신의 분야에서는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 사람들이었다.(…)이들이 지금까지 만들어 낸 공포의 대부분은 전혀 사실무근이거나 적어도 지나치게 과장된 것들이었다.(…)식품 산업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상 외로 거대한 자본이 몰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먹거리에 대한 공포를 유발하는 데 이 거대 자본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말이다. (서문 중에서)

 

 

인간은 하루에도 몇 번씩 먹고 마시기를 반복한다. 배가 고파서, 목이 말라서와 같은 생리적이고 본능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 음식물을 섭취하기도 하지만 기분 전환을 위해서,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서, 때론 단지 먹고 마시고 싶어서 음식물을 섭취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을 위해서 일부로 특정 음식물이나 건강보조식품 등을 섭취하거나 복용하기도 한다. 오늘날 대다수의 현대인들은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대단히 높으며 이 ‘건강’이라는 화두는 필연적으로 ‘먹거리’와 결부되어 왔다. 매일 먹어야만 하는 음식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그것이 몸에 이로운지 혹은 해로운지를 두고 과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의견이 참으로 분분하다. 과거에는 분명 해로운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금에 와서는 사실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다거나 또는 무해하다거나 혹은 환경이나 시설이 개선되면서 더 이상 해롭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또는 그 반대의 경우도 있어 왔다. 대체 어떤 기관의, 어떤 전문가의 말이 사실인지 일반 대중들은 알 길이 없다. 그저 정부나 의학 관련 단체, 언론 매체, 기업의 상품 카피 문구에 기대는 수밖에.

 

 

비타민의 정확한 측정이 가능해지자 비타민 정제와 물약을 생산하는 제약업체들은 파괴된 영양소의 보충을 약속하며 비타민 함량까지 정확히 명시된 약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인체가 어느 정도의 비타민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과학자들 사이에 명확한 합의가 없었지만 비타민 보조제는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 그 결과 1983년, 미국인들이 비타민 구입에 쓴 돈은 연간 1억 달러에 달했고, 최대의 수혜자는 비타민 보조제 판매업체들이었다. (171쪽)

 

 

한 카피 문구가 떠오른다. ‘생명 연장의 꿈, 메치니코프’ 1900년대, 과학자로서 이미 명망 높았던 메치니코프는 그의 저서 <생명의 연장>을 통해 생명을 무한정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생명 연장의 해답은 당시에는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요구르트’라는 식품 안에 있었다. 요구르트에 번식하는 미생물 즉 그가 발견한 ‘생명 연장 박테리아’는 인간을 무한히 오래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는 것. 뿐만 아니라 메치코프의 주장에 발맞춰 뉴욕타임스에서는 요구르트는 특정 질환을 예방하는 능력-결핵, 장티푸스, 당뇨 심지어 암까지-도 있다고 밝혔다. 이것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메치니코프는 자신이 140세까지 살 것이라 장담했지만 71세에 심장병으로 사망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역시 너도 나도 요구르트를 원하고 있으며 기업에서는 여전히 생명 연장의 꿈을 외치며 요구르트를 대량 생산하고 있다. 비타민 열풍은 또한 어떠한가. 파괴된 비타민을 보충하고, 생기와 활기를, 넘치는 에너지를, 명석한 두뇌를, 깨끗한 피부를 원한다면 우린 반드시 비타민제를 복용해야만 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하비 리벤스테인은 그의 저서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를 통해 인간이라면 반드시 섭취할 수밖에 없는 ‘먹거리’를 이용하여 사실과는 다르게 과장하거나 은폐, 왜곡하여 대중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거나 혹은 그 반대로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누리는 ‘무리들’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똑같은 먹거리를 앞에 두고 이해관계에 따라, 목적에 따라 매번 전문가들의 의견과 견해가 달라진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특정 음식물에 대해 과도한 공포심을 조장하거나 그 반대로 지나친 찬미와 예찬이 이루어질 때는 반드시 누군가는 이를 통해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저자는 먹거리에 얽혀 있는 이해관계의 역사와 이와 관련된 여러 사례들, 인물들, 기업과 단체들을 통해 이와 같은 사실들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매일 같이 먹어야만 하는 먹거리들을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하는 걸까. 하비 리벤스테인의 제시한 해답은 매우 간단명료하다. 과유불급, 다양하게, 적당히, 즐겁게, 우리에게 주어진 음식들을 맛있게 먹으면 된다.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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