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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여행자 - 북위 66.5도에서 시작된 십 년간의 여행
최명애 글.사진 / 작가정신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끊어지면 나타나고 끊어지면 또 나타나는 이 작은 빙하들은 아이슬란드를 덮고 있는 거대한 빙하 바트나요쿨의 ‘손가락’이라고 불렸다. 빙하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어떤 빙하들은 휠체어를 타고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고, 어떤 빙하들은 그 앞까지 달려가 고인 호수에 발을 담글 수도 있었다.(…)이만큼 ‘빙하 접근성’이 좋은 곳은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을 것이다. (52쪽)
북극이라는 단어는 ‘미지의 세계’라는 이미지로 다가온다. 알지 못하는 곳, 알 수 없는 곳 혹은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 몹시 추운 곳 그래서 북극곰이나 사는 곳. 이 책의 저자인 최명애는 <북극 여행자>를 통해 북극에도 사람이 살고 있으며 그곳에도 다양한 삶과 희로애락이 있음을 전해준다. 그리고 정작 북극의 상징이자 오직 북극에서만 서식하는 북극곰을 비롯 북극고래, 물범 등 북극 동물들의 수효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살고 있는 곳의 기온이 너무 높으면 북극곰의 털 속에 남조류가 번식해 이끼가 낀다.(…)지난 백 년간 지구의 평균 기온은 0.74도 올랐다. 북극곰의 생활 무대인 북극해의 바다 얼음은 십 년마다 이삼 퍼센트씩 줄어들고 있다.(…)바다 얼음이 줄어들면서 그 위에서 살아가는 물범도 줄어들었고, 또 그만큼 북극곰의 먹이도 줄어들었다.(…)제대로 먹지 못해 체력이 약화된 북극곰이 수영하다 지쳐 익사하게 되는 것이다. (220-221쪽)
저자는 북극선 즉 북극의 기준으로 삼는 북위 66.5도를 따라 러시아와 핀란드, 아이슬란드, 스웨덴, 노르웨이와 캐나다 그리고 알래스카를 여행하며 소소한 사건과 난관에 부딪히면서 북극에 삶의 터전을 둔 북극의 사람들과 북극곰을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저자는 인간의 욕심과 과오로 인하여 환경과 생태계가 파괴되어 가고 이 폐해는 고스란히 죄 있는 인간에게 그리고 죄 없는 인간과 북극곰에게 되돌아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기온의 상승으로 바다 얼음이 녹아 그 위에 있어야 할 물범 무리가 사라지고 물범을 잡아먹고 사는 북극곰은 배고픔에 지쳐 죽어간다. 북극곰이 헤엄을 치다 잠시 쉬어가던 이 바다 얼음이 녹아 북극곰은 먼 거리를 헤엄치다 익사하고 만다. 저자는, 배고픔에 지쳐 마을로 내려와 쓰레기 매립장을 뒤지는 북극곰 가족과 마주한다. 또한 부의 축적이 아닌 생존을 위해 포경을 하는 알래스카 원주민들의 삶과 마주한다. 지구 온난화로 고래잡이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다국적 정유사의 가스 개발로 인해 북극의 바다는 파괴되어 가고 있다. 고래가 잡힌 것이 아니라 잡혀주는 것이라고 믿는 이 순박하고 욕심 없는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그렇게 잃어가고 있었다.
<북극 여행자>는 이러한 환경과 생태 문제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결코 무겁게도 심각하게도 부정적으로도 이끌어가지 않는다. 책은 유쾌한 에피소드들과 문장마다 넘치는 위트로 가득하다. 다만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혔듯이 자신의 여행이 자연을 해치지 않고 여행을 통해 자연을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에코 트래블’ 즉 생태 여행이라는 또 다른 여행법이 있음을 전하고자 했다. 자연을 생각하고 지구별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여행하는 여행자가 되어보자는 것, 이것이 십 년 동안 북극을 여행한 한 북극 여행자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환경과 여행의 행복한 공존을 도모하는 ‘에코 트래블’, 즉 생태 관광에 관심을 갖게 됐다.(…)세계의 많은 곳에서 여행자들은 자연에 미치는 자신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자신의 여행이 산업 개발로부터 자연을 지켜내고, 또 현지 주민들의 삶의 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그런 갸륵한 노력을 우리는 생태 관광이라고 부른다.(…)어떻게 하면 여행자와 자연을 함께 지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나의 여행이 나를 이곳으로 인도한 것이다. (프롤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