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나무 여행 내 마음의 여행 시리즈 2
이유미 글, 송기엽 사진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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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목을 두고 흔히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말을 합니다. 워낙 더디 자라고 오래 살기 때문에 살아서 천 년을 살 수 있는 나무이고, 이 붉고 아름다운 목재로 만든 것은 아주 오래도록 변치 않아 죽고도 천 년을 간직하는 나무가 되었습니다. 조급한 세상에서 주목이 헤아리는 세월의 여백이 부럽기도 합니다. 지금도 소백산이나 태백산을 오르면 천 년을 살았음직한 검푸른 주목 숲의 장엄함을 만날 수 있지요. (158쪽)

 

‘나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나무의 이미지는 주목나무에 가장 가깝다. 오랜 시간, 한 자리에, 멋들어진, 묵묵히, 초연한, 장엄한, 고요한, 한결 같은, 숭고한 등의 낱말들을 떠올리게 하는 나무. 그 나무들 가운데서도 주목은 마치 나무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 보편적 이미지를 집약하고 상징화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백 년을, 이백 년을, 천 년을 살아가는 주목의 삶은 인간의 시간이 덧없음을 말하기보단 욕망과 욕심으로 들끓는 삶을 돌아보게 하고, 작은 바람에도 휘청거리는 마음과 번민 앞에서 곧은 심지가, 굳은 의지가 무엇인지 제 몸을 다해 현현한다.

 

우리가 낭만으로 여기는 낙엽이 무엇이고, 구경하고 놀이를 떠나는 단풍이 무엇인지를요.(…)초록색 잎사귀는 그 속에 엽록소가 햇빛을 받아 광합성으로 양분을 만든다는 증거의 빛깔입니다. 나무들이 더 이상의 생장을 포기하는 순간 초록의 엽록소는 파괴됩니다. 그리고 숨어 있던 카로티노이드와 같은 노란 색소가 드러나면 은행나무처럼 노란빛 단풍이 들고, 안토시안과 같은 붉은 색소가 발현하면 단풍나무처럼 붉은빛 단풍이 들지요. 어려움을 준비하는 힘들고 비장한 순간에 이토록 아름다운 단풍빛으로 자신을 물들이는 존재가 나무 말고 또 있을까 싶습니다. (200, 203쪽)

 

이 산천에서 피고 지는 야생화들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내 마음의 야생화 여행>의 저자 이유미 박사는 <내 마음의 나무 여행>을 통해 이 한반도 땅에 뿌리내린 나무들의 고고한 삶을 전해준다. 그 흔한 벚나무, 아카시아(아까시나무), 밤나무부터 한라산 언저리 척박한 현무암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내는 돌매화나무, 신들이 사는 숲의 나무라는 별명이 참 잘 어울리는 자작나무, 꽃도 열매도 다 져가는 11월, 찬 서리를 맞으며 고운 꽃잎을 내미는 차나무 등등 마치 운명처럼, 숙명처럼 이 땅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나무들의 이야기는 지극히 아름답고 숭고하다. 저자의 말처럼 곧 닥쳐올 모진 시련 앞에서 그토록 아름다운 빛으로 자신을 물들이는 존재가 나무 말고 또 있을까. 4월의 막바지. 매섭고 시린 겨울바람 앞에 굴복하지 않고 나뭇가지마다 생명과 희망을 담아 새순을 준비한 나무는 이제 다시 봄 햇살 아래 푸른 잎을 활짝 펼쳐 보이고 있다.

 

쉘 실버스타인의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있습니다. 잎을 흔들어 위로하고, 꽃을 피워 기쁘게 하며, 열매를 내어 준 나무 말입니다. 가지로는 집을 짓고, 줄기를 잘라 배가 되고, 돌아와 쉴 수 있는 그루터기로 남아 행복했던 나무죠. 짧은 동화지만 나무라는 존재를 이처럼 아름답고 간결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싶어 읽고 또 읽으며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나무가 소년을 사랑했던 것이 더욱 마음을 울립니다. 저는 한 자리에 뿌리박고 살아가는 나무를 보면, 비록 우리의 언어로 말할 수 없는 존재이지만 분명 나무가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어쩌면 우리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사랑한다고 말입니다. (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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