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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카페에서 시 읽기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철학카페에서 시 읽기>의 저자 김용규는 전작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에서 카프카의 변신, 샤르트르의 구토,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오웰의 1984년 등 고전 명작들을 통해 철학에로의 접근, 세계를 이해하고자 했다. 이번에는 시詩를 통해 자기 이해, 삶의 이해를 시도하고 세계의 저변을 넓혀 나가며 다시 한 번 철학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전작이 문학을 통해 철학하고 철학을 통해 문학을 이해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시를 통해 철학하고 동시에 철학을 통해 시를 이해하고 사유해 나가는 과정을 친절하지만 밀도 있게 천착하고 있다.
인간은 본래적으로 외로운 존재이다. 이 외로움에 관한 고찰은 철학에서도 시에서도 끊임없이 다루어지는 주제이며 소재이고 화두이다. 철학과 시뿐일까. 수많은 문학작품들, 그림들, 영화, 음악 등 모든 예술분야를 막론하고 인간의 외로움에 대한 고찰은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다. 비단 예술분야에만 국한되었겠는가. 인간이 본래적으로 외롭지 않았던들 SNS가 지금과 같이 폭발적일 수 있었을까. 저자 김용규는 이러한 인간의 외로움을 김소월, 정호승, 최승자, 나희덕 등의 시를 통해 사유하며 동시에 하이데거, 샤르트르 등을 비롯한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철학을 들어 내버려진 인간의 외로움을 응시한다(만약, 저자가 인간의 실존론적인 외로움에 대해 이해하고 사유할 때에 정호승과 최승자의 시가 빠져 있었더라면 무척이나 섭섭했을 것이다).
정호승 시인이 읊은 외로움은 누군가가 그리워 생긴 것도 아니고, 자기 자신에 대한 도취와 집착에서 나온 것도 아니며, 오직 이 세상에 혼자 내던져졌다는 ‘실존론적 상황’에서 우러나온 것이기 때문입니다.(…)그것은 우리가 아무 의미도, 목적도 없이 이 세계에 그냥 ‘내던져져 있다’는 것이지요. 마치 인간의 탄생이 모태에서 분리되어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오직 다가올 죽음만이 확실한 세상으로의 축출이듯 말입니다. (159, 161쪽)
저자는 첫 번째 챕터를 통해 시란 무엇인지 우리가 왜 시를 읽어야 하는지 어째서 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 그 당위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시인이 시를 통해 열어 밝힌 하나의 세계 그리고 그 시를 읽는 이가 맞이하게 되는 또 하나의 세계. 시를 읽는다는 것, 시를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곧 나의 세계가 더 넓어지고 깊어짐을 의미한다. 저자의 말처럼 바람 부는 날, 비 오는 날, 햇살 고운 날 시를 읽지 않으면 무엇을 해야 하나. 시를 분석하고 ‘공부’해야 했던 학창시절의 몹쓸 멍에를 이제 내려놓고 시인들이 영혼을 담아 노래하고 열어준 그 세계로 좀 더 가까이, 좀 더 깊이 다가서고 싶다. 나의 세계가 더 풍요로워지도록.
우리는 이처럼 자신의 이해와 해석에 의해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열어 밝히고 그 안에서 사는 것입니다. 시인은 대상에 대한 자신의 이해와 해석인 은유 또는 시를 통해 하나의 세계를 열어 밝히는 사람이고, 시를 읽는 독자는 그 시의 텍스트를 ‘은유적으로 봄’으로써 시인이 열어 밝힌 세계를 다시 이해하고 해석하여 또 하나 자기의 세계를 열어 밝히는 사람이라는 거지요. (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