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화가 - 몽우 조셉킴 이야기
몽우 조셉킴(Joseph Kim) 지음 / 동아일보사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독수리를 그리면 내 마음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날개를 펴면서 날 준비를 하는 독수리를 보면서 나는 아픔이나 압박감, 우울함을 잊게 되었다. 독수리는 내가 되고 나는 독수리가 되었다. 이 세상이 내 그림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내 그림을 좋아해 줄 한두 사람을 위해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119쪽) 

화가 몽우 조셉킴(김영진)은 11살 유년시절부터 백혈병이라는 병마와 싸워야 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 그는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다가 죽고자 했다. 그림뿐만 아니라 아버지를 통해 사진 촬영과 전각 등을 익히며 주어진 삶을 충실하고 치열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가난과 극심한 통증 가운데서 탄생한 그의 미술 작품들은 한국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아니 철저히 관심 밖이었다.  

병마와 싸우며 그림을 그리고, 전각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그에게 뜻밖의 소식이 전해진다. 그의 작품 500점이 뉴욕에서 이틀 만에 매진되었다는 것. 미술에 관련된 그 어떤 정규교육도 전무했던 그였기에 또한 죽음의 그림자와 늘 동행하며 자신의 내면 저 깊은 곳까지 홀로 침전하는 삶이었기에 조셉킴의 그림은 온전한 자기 자신 그 자체였다. 투박하지만 부드럽고, 소박하지만 강렬하고, 거칠지만 섬세한 감성으로 충만하고, 슬픔과 고통을 표현하지만 그 안에 희망과 긍정이 담겨 있다.  

책 <바보 화가>는 조셉킴의 그림일기이자 자서전이며 화보집이다. (그의 문장력에 대해서 논한다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그의 글은 유려함도 수려함도 세련미도 없다. 하지만 일체의 가식이 배제된 그 투박하고 거친 문장 안에는 진솔함과 따스함이 묻어난다. 마치 그의 그림처럼. 그에겐 학벌도 인맥도 금전적 여유도 그리고 건강도 없었다. 그러나 조셉킴에겐 그림에 대한 열정과 삶에 대한 긍정적 자세 그리고 부단한 예술의지로 충만하다. 언제 생이 다할지 모르는 자신의 마지막 모습이 초라해 보이지 않기 위해 늘 단정히 넥타이를 매고 그림을 그린다는 그가 부디 건강하기를, 아프지 않기를. 

그림은 그리움을 담는 것이다. 그림은 삶을 그리는 것이다. 그림은 그림자와 같이 삶의 다른 면을 보여 주는 것이다.(…)그림은 사람의 마음속을 움직이는 힘을 그려야 한다. 현실의 단순 재현이 아닌 상처 속에서 위대함을 느끼게 하는 힘이 되어야 한다. (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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