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마그리트 시공아트 18
수지 개블릭 지음, 천수원 옮김 / 시공아트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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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철학하는 화가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1898-1967)는 벨기에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다. 초현실주의는 이성과 합리주의로 대변되는 서구문명 전반에 대한 반역을 꿈꾸었던 예술 운동이며 이성에 의해 지배되거나 속박되지 않는 상상력의 세계를 회복시키고 인간정신을 해방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자 가장 유명한 그림인 ‘겨울비’는 현대 사회의 비애인 익명성과 획일성을 표현한 작품이다. 마그리트가 한 겨울 내리는 겨울비(눈이라고 하기도 하고)를 보고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얼핏 보면 모두가 중절모를 쓰고 검은 코트를 입은 똑같은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가 제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산을 들고 있는 사람, 가방을 들고 있는 사람,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사람, 정면을 보고 있는 사람, 옆으로 서 있는 사람, 등을 돌리고 서 있는 사람 등등 모두가 다른 모습을 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이다. 하지만 마치 동일 인물들인 줄 착각하게 된다. 인간 각자의 개성과 가치, 독특성과 유일성이 사라지고 무시당하는 익명성과 획일성이 난무하는 현대 사회를 냉정하게 비판했다.  

그는 생애의 대부분 주류에서 벗어나 있었고 군중 속에서 혼자가 되는 길을 택했으며 평생을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다. 집 안에 있는 주방을 개조해 작업실로 썼고 안방에서 몇 발 떨어지지도 않은 그 작업실에 갈 때도 회사원이 아침에 출근하듯 정장 차림에 중절모를 쓰고 단장을 쥐고는 주방으로 그림을 그리러 갔다. 마그리트의 예술은 우리의 상식과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우리가 속해있는 세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요구하고 우리의 익숙한 감각을 뒤집고 빼앗는다. 기발한 발상과 관습적인 사고의 거부, 신비하고 환상적인 화폭의 연출 등이 마그리트 그림 세계의 모습이다. 그의 작품은 철저한 계산에 의해 만들어진 논리적이며 철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으며, 화가라는 명칭 대신 ‘철학자’ 내지는 ‘생각하는 사람’으로 불리길 원했던 그는 철학자처럼 끊임없이 존재와 세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을 그림을 통해 시각적으로 재현하고자 했던 예술가다. 그래서 마그리트의 작품은 단순히 보는 그림이 아니라 생각하는 그림이며 상식을 뒤엎는 창의적인 사고를 자극하고 우리가 속해있는 세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하는 철학적인 그림으로 평가받는다.  

르네 마그리트는 “평생 처음 보는 것이라서 눈앞에 없더라도 자꾸만 생각날 수밖에 없는 그림, 그것이 내 작품이다. 그러나 그것이 나타내고 있을 것을 생각하지는 말라,”고 이야기 했다. 나에게 있어서 만큼은 절반은 성공했고 절반은 실패한 것 같다. 그의 작품은 이 현실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평생 처음 보는 초현실적인 것들이었지만 한 번 본 이상 뇌리 속에 너무나 강렬하게 남아서 자꾸만 생각날 수밖에 그림들이며 내 기억 속에 비집고 들어와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보고서 생각을 하지 말라는 당부는 도저히 지킬 수 없을 것 같다. 그의 그림들은 생각을 끌어내는 거부할 수 없는 마력 같은 것이 있기에 그러하며 그의 그림 앞에 서면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생각의 파편에 묻히게 된다. 로뎅이 그랬던가. 산다는 것은 “감동하고, 사랑하고, 희구하고, 전율하며 사는 것이다.”라고. 예술가들의 예술작품들을 통해서 내 삶은 때론 감동하고, 사랑하고, 희구하고, 전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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