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 정상에서 라틴아메리카를 보다 - 손호철의 세계를 가다 1
손호철 지음 / 이매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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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추픽추'는 남미 최고의 문화유적이자 라틴 아메리카의 옛 영광의 상징 즉 Symbol로 축약된다. 저자 손호철씨가 라틴 아메리카를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점들을 학자답게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풀어쓴 정치 기행서 '마추픽추 정상에서 라틴아메리카를 보다'는 저자의 사상적 잣대와 신랄함으로 꽉 찬 책이다. 한 마디로 일반 여행 에세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날카로움이 있는 책이다.



쿠바를 시작으로 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멕시코, 과테말라에 이르기까지 라틴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나라들을 차례로 여행하는데, 참으로 흥미로운 것은 라틴 아메리카는 70년대의 한국과 정치, 경제, 사회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라는 사실이고 또 하나는 여러 남미 국가들이 각각의 독특한 특성와 다른 문화, 다른 인종, 다른 국민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라틴 아메리카'라는 공통된 동질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한국과 비슷한 점은 오랜 세월동안 외세의 침략과 식민지 시절을 경혐했다는 것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그리고 군사독재를 경험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각각의 특성과 문화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미 국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바로 풍부한 지하자원과 아름다운 경관(즉 관광을 통한 외화벌이가 가능하다는 것인데)을 가지고 있음에도 지독한 가난과 빈곤, 경제적 파탄, 독재, 인권유린, 양극화 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 손호철씨는 바로 이러한 라틴 아메리카의 비극에 대해서 비판하고 이유를 찾아내어 분노를 담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 이유란, 오랜 식민지 통치로 인한 자원의 수탈과 독립 이후에 발생한 사회적 불안정 뒤이어 찾아오는 독재정치, 공포정치 그리고 쿠테타의 반복, 민주주의 정권의 교체 그러나 무능함과 부정부패로 인한 국민들의 분노, 치안의 불안정, 자원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해서 발생하는 부작용, 신자유주의의 무분별한 흡수 등이다.



마야문명, 잉카문명, 아즈텍문명 등 뛰어난 문화와 과학기술, 건축기술, 예술 등이 이미 고대부터 존재해왔던 라틴 아메리카는 스페인과 포루투칼과 같은 서구 제국주의 침략을 시작으로 현재는 미국이 주도하는 얻는자와 뺏기는 자가 너무나 분명한 주종관계의 경제구조의 틀 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남미의 어두운 면만을, 신자유주의에 대한 거센 비판만을 휘갈긴 것이 아니라 남미의 희망과 빛, 민주화를 향한 열망 등을 발견하고자 했다. 또한 라틴 아메리카가 밟아온 경제적 폐해를 우리나라 역시 밟아가고 있다는 등골 오싹한 경고와 중국의 어마어마한 경제적 힘을 남미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가 어떻게 해야 방향을 상실하지 않고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을까? 바로 이것이 저자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화두인 것이다.



마추픽추는 '늙은 봉우리'라는 뜻이란다. 라틴 아메리카는 이제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늙고 병들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고대의 그 강하고 화려하고 풍요롭고 아름다웠던 마추픽추의 모습으로 다시 회귀할 수 있는 것일까.



과테말라시티를 떠나는 비행기에서 슬픈 마야의 땅을 내려다보며, 착취당하고 싶어도 착취당하지 못하는 독백의 고통, 이런 고통이 무서워 더 낮은 임금으로 많이 착취해 달라고 서로 경쟁해야 하는 세계화의 비극을 곰곰이 되씹어 보았다.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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