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 a True Story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1
페르디난 트 폰쉬라크 지음, 김희상 옮김 / 갤리온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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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게 가장 그럴 듯한 것이다. 그리고 거의 대개 그게 맞다. 반대로 변호사는 수사관이 지어 놓은 증거라는 가건물에서 될 수 있는 한 틈새를 찾아내려 노력한다.(…)성급하게 그럴싸한 겉보기를 진리라고 고집하는 것을 막는 게 변호사에게 주어진 임무이다.(…)변호사는 정의라는 이름의 자동차에 장착된 브레이크처럼 자꾸 제동만 건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때 법관은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가 얼마나 위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169쪽)
 

토마스 모어(Thomas More)는 저서 <유토피아>를 통해 변호사에게 배운 거짓말을 늘어놓는 사람이 없다면 판사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교활한 자의 비양심적인 공격으로부터 정직한 사람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서술한 바 있다. 사실 토마스 모어는 변호사라는 직업군 자체를 비판하려고 했다기보다는 일반 백성들은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법률용어나 법률의 내용 때문에 백성들 곧 피지배자, 배우지 못한 자, 가난한 자들이 부당한 일을 당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소수의 귀족과 성직자 외에는 교육의 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었던 150년경에는 법은커녕 글자를 읽고 쓰는 것조차 여의치 않았으니까. 그러나 교육의 혜택이 비교적 공평하고 수준 높은 오늘날에도 법이나 법률은 일반인들에게는 굉장히 낯설고 어려운 분야이다. 그러다 보니 좋든 싫든 과거에도 오늘날에도 변호사는 선망의 대상이며 동시에 필요악처럼 그 존재에 대해 이중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꽤 괜찮은, 꽤 멋진 변호사가 한 명 있다.

독일의 변호사인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는 저서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를 통해 자신이 변호를 담당했던 사건 중 열한 부의 사건을 모아 열한 편의 에피소드를 구성했다. 두어 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살인사건과 연관되어 있으며 저자가 변호한 이는 그 살인사건의 직접적인 가해자들이거나 용의자들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대체 변호사인 쉬라크는 어떻게 살인자들을 변호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이 부분에 있어서 쉬라크는 확실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변호사의 1차적인 임무는 의뢰인의 변호라는 것이며, 의뢰인의 죄가 확실하다면 그에게 온당한 형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하고 이러한 판단에는 언제나 도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반드시 반추해 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가 인생에서 어떤 경험을 했으며, 어떤 문제를 갖고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는 그들의 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인생에 대해,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어째서 40년을 함께 해온 아내를 잔인하게 살해했는지, 어째서 자신의 남동생을 욕조에 넣어 익사시켰는지, 어째서 19살의 조용하던 고등학생이 양들을 난도질하여 죽였는지, 어째서 23년간 근무해 온 박물관의 조각상을 산산조각 내버렸는지, 어째서 은행을 두 번이나 털었는지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저자는 매우 간결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 간결하고 담담한 문체 속에는 너무나 무거운 인생이, 너무나 깊은 삶이 담겨 있다. 저자는 그들 안에 배태된 죄악이 아닌, 그들이 지고 있는 삶의 무게를 통찰하고자 노력했던 것이다.

우리의 형법은 지은 죄의 책임을 묻는 형법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한 인간이 자신의 행동에 얼마나 책임을 질 수 있는가에 따라 처벌을 한다. 같은 죄라고 해도 그 배경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복잡한다. (308-3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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