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야생화 여행 내 마음의 여행 시리즈 1
이유미 글, 송기엽 사진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숲에 가면 누구나 좋은 마음이 들지요.(…)그런데 그 다음엔 할 말이 없어지고 만답니다. 하지만 적어도 숲에 사는 풀과 나무들의 이름을 100가지 아니 그 반만 알고 있어도 그냥 초록이던 숲은 갑작스레 다정하고 친근한 공간이 됩니다. 그냥 나무이고 그냥 풀이었던 숲의 존재들이 각각의 의미를 가지고 다가오게 되는 것이지요.(…)우리가 이 봄에 만난 나무와 풀들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들은 비로소 우리에게 의미가 되고 위로가 되며, 행복과 지혜를 건네기도 하는 그 무엇이 되기 시작하지요. (67쪽)

산길을 걷다가 문득 궁금해질 때가 있다. 저 꽃의 이름이 뭐지? 저 나무는 무슨 나무지? 저 풀은 뭐라고 부르나? 하지만 저게 뭘까 궁금하다가도 산에서 내려오는 순간 궁금해 했다는 사실조차를 잊고 만다. 꽃이나 나무의 종류, 이름에 대해서는 참 무관심하고 무지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길가의 한쪽 후미진 곳, 단단하고 차가운 아스팔트 틈새에서 피어난 그 무언가를 보고 감탄하기도 하지만 그건 늘 지독하게 생명력이 강한 ‘잡초’나 그냥 ‘꽃’이라는 단어 하나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그러니 소중하게 생각할 리 만무하고 ‘그것’들에 대한 감탄도 단발성에 그칠 수밖에 없다.

<내 마음의 야생화 여행>의 저자는 숲에서 길가에서 발견하는 풀과 꽃과 나무들의 이름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그것’ 혹은 ‘그것들’이 아닌 구체적인 존재들이 되어 나에게 의미가 되어 주고 위로와 행복, 지혜가 되어 준다고 말하고 있다. 시인 김춘수가 이미 통찰했듯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지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어 주는 것이다. 눈 덮인 한계령 어느 곳에선가 샛노란 꽃송이를 피워내는 한계령풀, 꽃의 날렵한 자태와 빛깔이 제비를 닮았다 하여 제비꽃, 향기가 발끝에 묻어 100리를 가도록 그 향이 계속 이어진다 해서 백리향, 자줏빛 구름 같다 하여 자운영, 남들은 해를 보며 꽃을 피울 때 달을 보며 꽃을 피운다 하여 달맞이꽃…….

<내 마음의 야생화 여행>은 그저 ‘그것’에 불과했던 수많은 야생화들을 생생하고 아름다운 사진으로 담아내고, 정성들여 소개함-이 책의 저자가 자연과 꽃과 이 나라 산천에서 피고 지는 야생화들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지 또한 걱정하고 염려하는 바가 무엇인지 글 가운데서 오롯이 드러난다-으로써 하나하나 살아 있는 구체적인 존재로, 의미가 되어 주는 존재로 다가오게 한다. 이것이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미덕이자 책을 쓴 이가 가장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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