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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 2010년 전면개정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성공한 유전자에 대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성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한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이러한 유전자의 이기주의는 보통 개체 행동에서도 이기성이 나타나는 원인이 된다. (40쪽) 이기성의 기본 단위가 종도 집단도 개체도 아닌, 유전의 단위인 유전자라는 것을 주장할 것이다. (52쪽)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은 유전자 또는 DNA의 생존을 궁극의 목표로 하는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는 논제를 중심으로 아름답고 선하게 느껴지는 이타적 행위마저도 결국은 유전자의 생존을 위한 이기적 행동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의 생존 기계라는 도킨스의 주장을 많은 예시와 논리들, 논증들, 뛰어난 과학적 상상력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풀어나간 책이 바로 <이기적 유전자>이다.
도킨스가 바라보는 유전자의 세계는 잔혹할 만치 비정하고 대단히 이기적이다. 유전자는 유전자 자체를 유지하려는 목적 때문에 본래적으로 이기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이기적 유전자는 유전자를 담아낼 수 있는 ‘생물’의 몸을 통해, 자기복제를 통해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유전자의 이기주의는 동일한 종 가운데서도 또는 타종들 간에서, 개체 행동에서도 이기성이 나타나는 원인이 된다.
생명윤리학자 피터 싱어(Peter Singer)는 서양 근대 철학들이 그 철학함에 있어서 전제로 받아들이고 있는 이기적인 본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이기적인 존재이며 자신의 욕망만을 좇는 존재인가? 피터 싱어는 동물세계의 비이기적 행동, 이타적 행위에 대해 ‘톰슨가젤’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아프리카의 들개 떼가 노리는 톰슨가젤들은 들개 무리를 발견하게 되면 ‘스토팅(stotting)’이라는 이상한 뻐정다리 걸음을 취하며 뛰어가거나 높이뛰기를 한다. 이것은 다른 동료에게 위험을 알리는 일종의 경고 행위로써, 이러한 뻐정다리로 뛰어가거나 점프를 하는 몇몇 톰슨가젤은 빨리 뛰지 못하기 때문에 들개 떼에게 잡아먹힐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톰슨가젤의 행위에 대하여 도킨스는 전혀 다른 주장을 한다. 자하비의 이론을 끌어와 톰슨가젤의 행위에 대하여 주장하기를, 포식자는 본능적으로 쉽게 잡을 수 있는 먹이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무리들 중 가장 느리고 약하고 어리고 또는 늙은 개체를 노리게 된다. 이때, 높이 점프를 하는 톰슨가젤은 자신이 그러한 행위를 함으로써 나는 이렇게 높이 뛸 수 있을 만큼 젊고 대단히 건강한 개체라는 사실을 과장된 방법으로 보여주는 행위 곧 이타주의와는 전혀 거리가 먼 이기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나를 잡으려고 하지 마라, 내가 아닌 다른 약한 개체를 쫓아라.”라는 필사적인 자기방어 행위이자 철저한 이기성이다.
도킨스의 이러한 이론의 바탕이 되는 결정론적 생명관, 곧 유전자가 모든 생명체들의 행위와 행동, 현상들에 우선한다는 주장과 유전자의 이기성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자유 의지를 가진 인간이 실은 유전자의 지배와 통제에 한계 지어져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가 인간을 이기적으로 행동하도록 조종할지라도 인간이 생애 전반에 걸쳐 언제나, 늘 ‘유전자’에 복종해야만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유전자가 그리고 이 유전자를 내포하고 있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 해도 이타주의에 대하여, 타인에 대한 사랑과 베풂에 대하여, 선善함에 대하여 인간은 문화적으로 교육적으로 의식적으로 가르치고 가르침을 받고, 교육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지적능력과 지혜를 가지고 있다. 또한 도킨스가 그의 또 다른 저서 <만들어진 신>에서 이기적 열망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순수한 이타주의는 분명 존재하며 이를 ‘고귀한 실수’라고 표현한 바 있다(도킨스는 이 고귀한 실수에 대하여 결국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인간의 후천적 노력과 이 고귀한 실수가 바로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지을 수 있는 경계이자 동시에 인간이 이기적 유전자(유전자가 과학적으로, 사실fact로써 이기적이라고 했을 때)에 온전히 지배받지 아니하는 존재임을 증명하는 근거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