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두 얼굴 : 외부 조종자 - 상황 속에 숨겨진 인간의 진짜 모습
EBS <인간의 두 얼굴> 제작팀 지음 / 지식채널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상황이 이기고 사람들이 졌습니다.(…)상황의 힘에 의해 그들은 일주일도 채 안 되는 감옥 생활 동안 그들이 일생동안 받은 교육을 해체해버렸습니다. 인간적 가치는 유보되었으며, 자아는 무시되었고, 인간 본성의 가장 흉하고 비열한, 병적 측면이 표면에 드러났습니다. (38쪽, 41쪽)
2002년 상영되었던 영화 ‘엑스페리먼트(The Experiment)’는 1971년, 스탠포드에서 행해졌던 ‘모의 교도소 실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독일 영화이다. 이 영화는 2010년 미국에서 동일한 제목으로 다시 한 번 리메이크될 만큼 이 실험의 과정과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지금까지도 위 실험은 사회적 요인, 상황, 환경, 권위 등이 인간 행동에 미치는 거대한 힘에 대한 논리를 전개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실험이자 증거로써 제시, 거론되고 있다. 그만큼 이 실험은 단지 흥미로운 실험으로서의 의미를 넘어선, 상황에 의해 압도되고 지배당하는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실험이었다.

 

그저 일제히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만으로 우리는 흔들리고 만다. 그 눈이 우리에게 상황을 구성하는 하나의 힘으로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그렇게 악한가?’ 하는 질문은 사실 ‘인간은 그렇게 약한가?’로 대체되어야 한다. (68쪽)
어째서 인간의 무궁한 내면에 대해 몰두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창조하고, 가장 이성적인 학문으로써의 철학을 정립하는데 앞장섰던 독일인들이 순식간에 그토록 광포하고 비이성적인 사람들이 되어 한 민족을 말살하는데 동조했던 것일까. 군대 내, 의경 내에서의 집단폭행, 구타 사건이나 도저히 어린 학생들의 행동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잔악한 학내에서의 집단 따돌림 등이 발생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그들이 태어날 때부터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거나 악한 유전자가 따로 있어서 혹은 개인의 심성이나 인성에 결함이 있어서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인간의 두 얼굴>에서는 이에 대하여 인간은 집단이라는 상황 속에서 굴복하기 쉽고, 집단 구성원들의 의견에 동조하려는 경향이 있고, 권위 앞에서 쉽게 복종하려 하며, 집단 내 안전하게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가 있음을 여러 실험들을 통해 밝히고 있다. 즉, 인간은 악惡한 존재라기보다는 상황이라는 거대한 힘에 의해 지배당하고 압도되고 굴종하는 한없이 약弱한 존재라는 것이다. 

 

상황의 힘을 재인식하고 그것을 이용하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상황을 바꾸는 인간의 힘을 믿는 것이다. 상황은 언제나 우리를 옭아매고 지배하지만 그것을 깨고 나오는 최종적인 행동의 선택권은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다. (170쪽)
2001년 1월 일본, 일본인 취객이 선로로 떨어졌을 때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 씨는 열차가 곧 들어오는 즉, 자신이 목숨을 잃게 되는 거대한 상황 속에서, 이 압도적인 상황의 힘을 이겨내고 선로로 뛰어들어 취객을 구하고 이수현 씨 본인은 목숨을 잃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사건 이후, 한국에서도, 개인주의가 극심한 일본에서도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해내는 놀라운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 <인간의 두 얼굴>은 인간의 의해 저질러지는 실수들과 과오들, 악행들과 죄악들을 상황의 탓으로 돌리고자 함이 아니며, 인간은 상황의 의해 지배당하고 종속되어 있는 나약한 존재임을 주장하고자 함은 더더욱 아니다. 이 책이 진정으로 전하고자 하는 것은, 상황의 힘을 인식하고 원인을 파악하여 인간이 역으로 얼마든지 상황의 힘을 이겨내고 올바르게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더 나아가 인간은 상황을 지배할 수 있으며 압도적인 상황의 힘을 뚫고 나와 타인에게 선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인간은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며 이타심은 인간이 떨쳐 낼 수 없는 본능이라는 것. 바이러스가 전염되는 것처럼, 악이 재생산되는 것처럼 선善 역시 퍼져나가는 것이며, 선함이 선함을 낳고, 선 또한 끈임 없이 재생산된다. 인간은 분명 상황에 지배당하는 평범하고 연약한 존재이지만 동시에 그 상황을 바꾸고 이겨낼 수 있는 존재이며 선하고 능동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혹은 희망과 믿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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