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발견 - 사라져가는 모든 사물에 대한 미소
장현웅.장희엽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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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는 너무나 작고 사소해서 한 번 떨어져 나가면 다시 돌아오기 힘든 존재다.(#.01 ‘단추’ 중에서)
너무나 작고 사소한 것은 사라져도 찾지 않는다. 한 번 떨어져 나가면 그뿐, 아쉬움도 안타까움도 느끼지 못한다. 심지어 너무나 작고 사소한 존재는 사라졌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할 때가 더 많다. 이를테면 단추가 그러한 존재. 하지만 한참 길을 걷다 내 옷 여기쯤에 자리 잡고 있어야 단추가 보이지 않을 때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더 이상 작고 사소한 존재, 사라졌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존재가 아니라 다급히 갈망하게 되는 존재, 그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매순간 단추를 의식하면서, 매순간 너무나 작고 사소한 것들을 의식하면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가끔은 사소한 존재들과 새삼 마주해 보는, 상기하고 기억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변화를 겪을 테고 때론 많은 것을 잃기도 하고, 또 많은 사람들을 잊기도 한다. (#.11 ‘안경’ 중에서) 오래된 것들은 시간에 비례해 사라지게 마련이니까.(#.28 ‘이름표’ 중에서)
누군가 그렇게 이야기했다.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축복은 망각이라고. 망각은 기록의 망각, 사실의 망각이라는 표현보다는 기억의 망각, 감정의 망각이라는 표현과 더 긴밀한 조화를 이룬다. 망각이 불가능한 삶은 참으로 불행할 것이다. 슬픔에 잠겨 끝끝내 헤어 나오지 못하거나 매순간 들끓는 분노에 휩싸인 채 살아야 할 것이다. 천만다행, 시간의 무게와 망각의 밀도는 정비례관계라는 공식으로 인하여 인간이 조금 덜 불행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이 망각은 취사선택이 매우 어렵다는 맹점을 가지고 있다. 잃지 않았으면, 잊지 말았으면 하는 기억과 감정, 사람과 추억들마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망각하고 마는 것.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내 앞에 나타난 사소하고도 오래된 몹시도 낡아버린 물건들로 인하여 망각 안에 잠들어 있던 추억의 조각들, 옛 기억의 단상들이 깨어난다. 불행했던 것이든, 행복했던 것이든 혹은 희로애락과는 별개의 것이든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잃어버린, 잊어버린 추억들과 사람들, 약속들, 인연들을 떠올리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혹은 순간을 마주한다는 것은 잠시 동안 무언가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이 될 것이다. 찰나의 반짝임일지라도, 돌아서면 또다시 망각의 강물로 흘러가버릴지라도.

 

사람들이 일회용품을 만들게 된 것도 편리함 때문만이 아니라 버리는 데 익숙한 마음가짐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정작 버려야 할 건 여전히 담아둔 채, 오랫동안 간직해야 할 것들을 일회용으로 치부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49 ‘종이컵’ 중에서)
버리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삶. 그래서인지 새로운 것에 대한 욕망과 집착도 점점 거대해진다. 아니 새로운 것에 대한 욕망과 집착이 커졌기 때문에 버리는 것에 익숙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글쓴이는 묻는다. 간직해야 할 소중한 것들을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낡은 것, 오래된 것, 평범한 것, 사소한 것 그래서 버려지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돌아봄. 이 사소한 존재들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사소하지만 의미가 있는 것일지도 어쩌면 더 이상 사소한 것이 아닐지도, 특별한 것일지도, 소중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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