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 평전 역사 인물 찾기 25
마이크 마퀴스 지음, 김백리 옮김 / 실천문학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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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판을 모으는 소소한 취미를 가지고 있기에 많지는 않지만 제법 여러 장의 LP판을 소장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내 세대의 음악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그러니까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음악들도 즐겨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던 것 같다. 아니 원인과 결과 뒤바뀐 건가? 60, 70년대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LP판 앞에만 서면 소장의 욕구를 감추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방 한 구석을 메우고 있는 LP들 중 유난히 손이 많이 가는 앨범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오래 전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잔뜩 낡아버린 ‘Bob Dylan's Greatest Hit’라는 앨범일 것이고, 아마도 이 앨범을 통해서 밥 딜런이라는 사람의 음악을 접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서정적인 기타 소리와 나지막한 음성, 신경 하나하나를 건드리는 하모니카 소리, 유치할 정도로 솔직하고 직선적인 가사들, 그리고 때론 너무나 관념적이고 난해한 시詩 같은 가사들...그의 음악은 들어서 알지만 정작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무엇을 위해 노래했는지에 대해서는 그저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었기에 구체적으로, 좀 더 심도 있게 ‘밥 딜런’이라는 인물에 관하여 알고 싶어졌다. 마이크 마퀴서의 <밥 딜런 평전>을 길잡이 삼아서.



60년대는 전 세계가 두 가지의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되고 사람들은 평화를 원했지만 이념의 대립은 다시금 사람들을 광기 속으로 몰아넣었고, 게다가 여러 인종들이 뒤섞여 있던 미국에서는 흑백의 대립으로 혼란과 폭력이 일상다반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반反인종차별을 주장하는 거대한 집회가 열린 어느 날, 병약해 보이는 백인 청년이 기타 하나를 들고 대중들 앞에 그러니까 흑인들 앞에 나와 노래를 부른다. 어떤 이들은 감동했고, 어떤 이들은 조소와 야유를 퍼부었다. 그의 이름은 밥 딜런. 훗날 그는 자유와 평등,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미국의 아이콘으로, 저항음악의 상징으로, 포크 음악의 거장으로 불리우게 된다. 어째서 <밥 딜런 평전>을 집필한 마이크 마퀴서는 책의 초반부에 이러한 일화들(9.11테러 이후 콘서트에서 노래만 할 뿐 그 어떠한 정치적 언급도 하지 않았다거나, 흑인들에게 찬사와 조소를 동시에 받았다는 일화 등)을 나열했던 것일까. 그 이유는 책을 덮을 때 쯤 알 수 있게 된다. 그게 그의 삶이였으므로. 그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렇게 찬사와 조소가 혼재된 삶 속에서 살고 있다. 딜런은 사람들로부터 찬사 받는 걸 즐기지도 않았고, 사람들의 비판이나 조소를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그는 단지 한 사람의 개인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노래를 불렀고, “나는 그네 타는 곡예사”라고 자기 스스로를 이야기 한다.



대중문화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또 그들의 삶과 정신세계에 어떤 역할을 했는가의 여부일 것이다. 이 책의 큰 장점이자 단점은 밥 딜런의 이야기 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풍성하게 때론 조금은 너저분하게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집필한 마퀴서는 바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 게다. 밥 딜런이라는 한 가수가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도전의식을 고취시키고 영감을 주고 영향을 주었는지 말이다. 밥 딜런은 한 나라의 정치수반도 아니고, 목숨을 바친 혁명가도 아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노래와 음악과 시를 통해서 표현한 대중가수이자 시인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영웅이며, 어떤 이들에게는 그가 요절하기를 바라며 하나의 전설로 자리잡기를 바랐던 신적 존재이기도 했고(물론 그는 아직 살아있다), 또 어떤 이들에게는 조소거리였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지금의 삶의 모습을 있게 한 생의 길잡이기도 했다. 그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 준 사람. 그 누군가의 영혼을 끈임 없이 자극하는 사람. 아마도 그러하기에 그의 음악에서 진정성을 발견할 수 있고, 지금까지도 밥 딜런이라는 이름에서 무게와 밀도를 느낄 수 있는 이유가 될 것이다. 나에겐 누가 그러한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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