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갤러리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2
다니엘라 타라브라 지음, 박나래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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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서문에도 나와 있지만 내셔널 갤러리는 런던을 대표하는 미술관이며 동시에 역사적으로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미술관이다. 지금이야 아무 때나 근처의 미술관에 걸음만 하면 아무런 제재 없이 회화들을 감상할 수 있는 시대지만 19세기까지만 해도 미술관은 아무나, 아무 때나 들어가 볼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과거에는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격식에 맞는 복장을 하고, 과연 이 미술관에 입장할 수 있는지 그 자격을 시험하는 간단한 테스트를 거쳐야 했으며, 아이들의 출입은 금지 되었다.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두 달 전쯤 르네마그리트전을 보러 서울시립미술관에 갔을 때의 내 복장이라 하면 청바지에 컨버스화를 신고 어슬렁거리며 그림들을 감상했는데 말이다. 게다가 만약 관람 자격시험을 보았다면 과연 몇점이나 받았을까? 퍽이나 골치 아픈 상황과 마주해야 했을 것이다. 여하튼 당시의 미술관들은 이러한 전통을 고수했었는데 바로 이 내셔널 갤러리는 방문자들의 자격을 테스트하지도 않았고 출입 허가증을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어린이들의 방문을 허가한 최초의 미술관이었고 무료입장이라는 훌륭한(?) 원칙을 고수했다. 고지식하고 원칙을 따지기 좋아하는 영국에서 그것도 신분의 계급구조가 남아있던 1800년대에 이러한 시도는 책에도 나와 있듯이 ‘근대적인 혜안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내셔널 갤러리에는 어떤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을까. 예상했던 대로 대부분이 종교적인 그중에서도 기독교 교리와 기독신앙과 관련된 그림들과 신화의 내용을 담은 그림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내셔널 갤러리를 가장 대표하는 그림은 아마도 이 책의 표지이기도 한 얀 반 에이크의 1400년대 작품인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일 것이다. 이 그림은 르네상스 시대의 포문을 연 최초의 그림으로서 의미가 크다. 신 중심의 회화에서 인간 중심의, 인간의 삶에 초점을 맞춘 그림이다. 하지만 이 그림이 유명한 것은 그림의 중안 상단에 걸려있는 거울 속의 배경인물들의 뒷모습을 그려놓고 이들의 앞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인물들이 그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이 거울의 상징성에 대해서 자연과 대우주가 있다면 인간과 소우주(거울)가 존재함을 상징하는 것이라고도 하고, 관람객이 등장인물들과 같은 위치에 있는 듯한 효과를 내는 획기적인 기법을 표현한 것이라고도 하고 여하튼 말도 많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르네상스의 정신을 개진하고 있다는 것이 이 그림의 가장 큰 의미일 것이다. 바로 이 유명하고 말 많은 그림이 내셔널 갤러리를 대표하는 그림이자 르네상스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그림인 것이다. 

 

 

책이라는 게 이래서 위대한 것일까. 영국 런던에 위치한 내셔널 갤러리에 가본 적은 없지만 이렇게 책을 통해서 바다 건너에 있는 갤러리에 전시된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림들을 설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고 행복하다. 하지만 책을 보면 볼수록 원 그림을 직접 두 눈으로 감상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특히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성 안나와 성 요한과 함께한 성모자’는 정말이지 직접 보고만 싶다. 책자에 인쇄된 그림도 이렇게 아름답고 신비스러운데 이 그림을 직접본다면...스탕달 신드롬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마 아름다움에 취해 온 몸이 전율에 휩싸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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