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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위한 스테이크
에프라임 키숀 지음, 프리드리히 콜사트 그림, 최경은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어떤 사람이 재미있는 글을 쓰거나 유머가 넘치는 말을 할 수 있을까. 평생 즐겁게 살아온 사람? 낙천적 성격? 아니면 타고난 유머감각? 그렇다면 개를 위한 스테이크의 저자 에프라임 키숀은 어디에 해당되는 사람일까? 적어도 평생 즐겁게 살아온 사람에는 속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유대인으로서 2차 세계대전을 겪고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유대인 중에 한 사람이다. 전쟁이 끝나고 이스라엘로 돌아와 살았지만 알다시피 그곳도 결코 평화롭고 행복한 나라와는 거리가 먼 곳이다.
''개를 위한 스테이크''는 한 가장의 소소한 일상들을 짧은 단편들로 구성한 책이다. 대부분이 그냥 넘어갈 법한 평범한 일상들이지만 키숀은 마치 낚시꾼이 물고기를 잡아 올리는 것처럼 이 소소한 일상들을 잡아 올려 하나의 유머러스한 일상로 변화시킨다. 그중에서도 ''고무젖꼭지 체치의 비밀'' ''우산 도둑으로 몰리다'' ''옆집 라디오와 우리집 면도기'' ''엄마 좀 바꿔줘''는 거의 쓰러질 정도로 웃으며 읽었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키숀이 쓴 책만으로 그의 삶이 어땠을까를 대략 가늠해 본다면 그는 무척이나 유쾌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처럼 보인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인생을 유쾌하게 바라보려고 애쓰며 살아온 사람처럼 보인다. 평범한 가족을 이루고 있는 평범한 한 사람의 가장으로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을 그 특유의 통찰력으로 모든 것을 ''유머''로 바꿔버린다. 그의 인생이 그렇게 재미있었을까? 앞에서도 생각해 봤지만 그는 즐거운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이토록 폭소를 터트리게 하는 유쾌한 글을 쓸 수 있었을까. 그건 아마도 키숀이 ''승화''라는 단계를 거쳤기 때문일 것이다. 어둡고 비참했던 삶을 겪은 그는 모든 것을 웃음으로, 유머로, 풍자로, 유쾌한 삶으로 승화시켰다.
이 책의 표지에 이런 구절이 있다.
''웃다 보면 인생을 음미하게 되고 인생을 음미하다 보면 웃게 된다''
아직은 이 글귀의 의미가 머리로만 이해되고 마음으로는 절반도 파악되지 않지만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웃음의 미학을 알게 된다면 이 문장이 지금보다는 더 가슴에 와 닿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