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선비 - 살아있는 조선의 청빈을 만난다, 개정판 조선을 움직인 위대한 인물들 1
이준구.강호성 엮음 / 스타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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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강호성 편저의 ''조선의 선비''는 책의 제목에서 풍겨지는 느낌처럼 딱딱하고 어렵거나고리타분하지 않다. 오히려 한 편의 전래동화를 읽고 있는 기분이 들만큼 재미있고 쉽다. 하지만 그 내용이 쉽고 재미있다고 해서 가볍게 그저 웃어넘겨 버리기에는 ''지금 이 시점에서 왜 이런 책이 출판될 수 밖에 없었겠는가''라는 생각 때문에 마냥 감탄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없었다.

조선의 선비들, 여기서 말하는 선비는 양반, 벼슬아치, 학자를 뜻한다기 보다는 학문의 뜻을 두고 백성을 귀하게 생각하며 자기 자신을 다스리고 바른 말 하기를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겼으며 청빈하게 사는 사람들를 뜻한다. 많은 역사학자들은 조선이 무려 오백년간 유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들 때, 조선의 과거제도와 선비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조선의 ''선비''라는 존재는 나라의 기둥이었고 백성들이 따르고 존경하는 정신적 지주의 역할을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바로 이러한 선비들 중에서도 서른명의 선비들을 모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놀라운 건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선비들보다 그 이름이 생소한 선비들이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나고 죽은 날이 언제인지 조차 명확하지 않은 낮은 직책의 관리도 있었고 입신보다는 자신의 뜻과 학문에 매진하고자 했던 사람들도 있었기에 아마도 그 이름들이 낯설었던 모양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선비는 김수팽이라는 영조 시대의 아전에 관한 이야기다.아전이라 하면 양반의 신분이 아닌 중인(中人) 계급이었는데 이런 사람도 선비라고 할 수 있나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저자들이 왜 김수팽이라는 인물을 선택했는지 곧 알게 되었다. 그는 비록 아전이었지만 한 나라의 관리로서 얼마나 청렴하게-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당시 아전들은 직접적으로 실무를 담당하던 사람들이라 왠만한 벼슬아치들보다 더 많은 부정과 부패를 행했다고 한다-자신의 위치에서 도리를 다하였는지를 몇 가지 일화들을 들어 소개한다. 그를 더더욱 주목하게 만들었던 이유는 재상의 집으로 서류 결재를 받으러 간 일화에서였다. 재상은 바둑 두기에 열중한 나머지 서류 재가를 하지 않고 있었다. 김수팽은 한 시간 두 시간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화답이 없자 재상의 방으로 뛰어들어가 바둑판을 손으로 죄다 쓸어 버리고는 도로 뛰어내려와 자기를 죽여도 좋으니 어서 서류에 재가를 해달라고 읍소했다. 이 부분에서 그만 실소가 터져 나왔다. 누가 봐도, 중요한 서류를 앞에 두고 바둑이나 두는 재상이 잘못이 컸지만 그래도 그렇지 고작 아전의 직책을 가진 자가 한 나라의 재상 방에 허락도 없이 뛰어들어가서는 그것도 모자라 바둑판까지 쓸어버렸으니 이건 모르긴 몰라도 태장감 아니 그보다 더 한 처벌을 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하물며 김수팽이 그걸 몰랐을까. 하지만 그에게는 재상이고 뭐고 어서 이 급한 서류에 재가를 받는 것이 더 중했던 것이다. 다행이도 재상은-누구였는지 참 궁금하다-"저 버릇없는 아전 놈에게 술이나 한 잔 내려라!"라고 했다고 하니 여하튼 해피엔딩이었다.

나라의 높으신 분들, 나라 일을, 국민의 일을 돌보고 있는 많은 공직자분들이 김수팽과 이 재상과 같다면 어떨까. 자신의 안위를 챙기기 보다는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굽히지 않고 행동하고, 아랫사람의 깊은 뜻을 헤아려 보고 자신의 행동을 반추해보는 공직자들이 많은 세상이라면 지금처럼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신문에서, TV에서 보지 않아도 될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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